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맛을 지켜야 한다. 손님의 마음을 지켜야 한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5,586개 장수기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0년 이상 장수한 기업은 일보이 3146개로 56.3%를 차지하여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본 장수기업 상위 10대 기업을 살펴보니, 목조건축공사를 업으로하는 곤고구미라는 회사는 578년 창립되어 약 1500여년 동안 유지되어 오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여관같은 숙박업이 천년 넘게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일본이 역사 왜곡 문제로 여러 나라와 마찰을 빚고 있기는 하나, 개개인으로 봤을 때에는 전통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장인정신이나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지 않는, 손님을 소중히 여기려는 모습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TV 프로그램 중에는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달인들, 소위 장인들은 자신들이 전수받고 개발하여 발전시킨 기술, 그 전통을 지키기 위한 혼신의 힘을 다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그들 모습을 통해 아름다운 장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 쓰가루 백년 식당은 세월이 흘러 겉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100년 전부터 지켜온 자리 만큼이나 언제 먹어도 한결같은 진하고 깊이 있는 메밀국수의 맛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명장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일본에서 사과로 유명한 아오모리의 히로사키 현에서 골든위크 기간동안 히로사키 성터 공원에서 열리는 대규모 벚꽃 축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연못으로 둘러싸진 성터에 벚나무 2,600그루가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전국 각지에서 300명 이상의 장사꾼들이 모인다고 합니다. 이 300명 중에 오늘의 주인공인 '오모리 식당'이 있습니다.

오모리 식당은 100년 전, 창업주인 오모리 겐지가 오모리 도요가 함께 세운 메밀 국수 집으로 두 사람과 소중한 인연들이 만나 만들어진 전통 메밀국수 집입니다. 이 전통 메밀국수 전통의 맛을 유지시키기 위해 재료에서부터 반죽, 육수 내는 방법을 수십, 수백년간 고집하는 가족이 오모리 겐지로부터 4대 째인 오모리 요이치까지 이어지는 명장의 집입니다.

 

[사진-1] 이 소설의 배경인 아오모리 히로사키성 전경(출처 : google 검색)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담담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고마운 일인지. 그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 데쓰오는 줄곧 같은 기도를 올리고 있다.'

 

오모리 식당의 3대째 주인인 오모리 데쓰오의 아들인 오모리 요이치는, 한 순간의 실수로 어린시절 육상선수로써의 꿈이 깨져버렸습니다. 가업을 물려받아 메밀국수집을 유지하려던 주인공은 아버지의 반대로 가업을 이어받지 못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도쿄라는 대도시로 떠나게 됩니다. 도쿄에서 식당 보조, 인테리어 회사 등에서 일하며 세상의 쓴맛을 제대로 맛보고 있던 주인공. 그에게 천직이라 불립법한 직업이 찾아옵니다. 그것은 바로, 삐에로. 이벤트 회사의 삐에로로 일하는 그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삐에로라는 직업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진정 행복이라는 것을 하나하나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었지요.

그러던 중, 우연히 사진작가를 꿈꾸며 견습작가로 일하는 동향 출신의 쓰쓰이 나나미를 만나게 되고, 삭막하고 적적한 대도시 생활 속에서 서로에 대한 위안과 사랑을 확인하게 됩니다.

 

[사진-2] 히로사키 성 주변의 아름다운 야경

 

"나나미는 꿈을 향해 한걸음씩 전진하는데 나는 여전히 피에로이고, 전진은커녕 걸어 나가려고도 하지 않았고..."

 

그러나, 목표, 꿈을 향해 한 발짝씩 내딛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고 있는 여자친구 나나미와는 달리, 끝도 없는 제자리걸음에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한심한 현재의 모습에 주인공은 낙담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교통사고로 인해 가족일을 도와주러 아오모리에 내려가게 되고, 주인공과 여자친구는 서로간에 얽혀있던 갈등을 풀고 서로를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올바른지 생각하게 됩니다.

 

벚꽃 축제장에서 나나미와의 만남과 아버지 데쓰오와의 화해, 그리고,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요이치의 마음이 하나로 어울어져, 초대 오모리 겐지의 마음이 그렇게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나아간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일본사람들 개개인에 있어서는 전통을 소중히 하고, 전통을 찾아주는 손님께 최선을 다하는 장점은 배워야 할 모습입니다. 여러 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나가는 전통은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구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가업 유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분위기 역시, 전통을 지키는데 큰 버팀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것은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 저자가 하고 싶었던 이 말은 단순히 오모리 식당의 메밀국수 맛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메밀국수는 단순한 매개체일 뿐, 진정 소중한 것은 손님을 소중히 하려는 마음, 가족을 향한 마음,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마음, 즉, 자신들만의 소중한 꿈을 이루겠다는 그 간절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과연 요이치는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삐에로 역할로 꿈을 이루어 나갈지, 아니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여자친구인 나나미와 함께 쓰가루 백년식당의 이후 세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될까요??

저자가 무지개 곶의 찻집, 당신에게를 쓴 모리사와 아키오인 만큼, 관광명소의 아름다운 풍경을 글로 미려하게 표현하였습니다. 히로사키 주변 벚꽃축제장의 아름다운 모습을 소설 뿐만 아니라 사진 자료들을 통해서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진-3] 벚꽃축제장에서의 오모리 식당은 이런 모습일게다(히로사키 벚꽃축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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