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자 밟기 - 강남 엄마는 절대 모르는 전교 200등 서울대 가기
한일수 지음 / 유리창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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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 있어 아버지라는 분은 뛰어 넘고 싶지만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존재이다. 비록, 시대가 지날 수록 우리는 점차 편하고, 안락하고, 평등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지언정, 과거 수많은 불평등과 사회적 제한 속에서도 우리가 태어날 수 있도록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최선을 다해 살아온 아버지라는 존재. 그 아버지가 행했던 그 역사만이라도 따라가고 싶은 것이 세상 모든 남자들의 목표일 것이다.

과거 일제시대를 거쳐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극도로 빈곤했던 시기를 거쳐왔던 우리들의 부모님들은 자신의 꿈과 열정을 모두 포기하고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사람들이다. 그랬다. 그들은 하늘에 떠있는 별만을 바라보고 달려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집단 위에 있어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가장 치열했던,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죽음 뿐이었던 어두운 시대에 살았던 그들의 꿈은 가정에서 가장으로써만이 위안 받고 위로받았던 것인지도모른다.

 

헌데, 대한민국에 있어 공부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듯이, 인생을 바꾸고 가족의 생활을 바꾸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했다. 그런데 찢어지게 가난하던 그 시절에 그것이 쉬운 일이던가. 그러나 그것도 그때 뿐이었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옛말이 되고 말았다. 유년기부터 조기유학에 초중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영미권에서 영어를 사용하며 원어민과 같은 영어실력을 키우고 고등학교를 진학할 즈음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것이 요즘 일반적인 엘리트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선택한 나의 이유는 단순했다. 아직 결혼도 못한 나라고 하지만,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있기 때문이다. 그 관심의 깊이도 어느 부모님들보다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주제에 대해 나의 부모님께서는 손주가 태어나면 손주가 있을 때는 항상 책이나 신문을 읽는 모습만 보여주겠다는 부모님의 말씀으로부터 관심이 시작되었다.

내 경험을 미루어 짐작컨데, 자식에게 공부를 무조건 강요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 절박한 환경이 조성되던지, 자신의 꿈이 명확해져야 비로소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꿈이란게 없어서 공부를 해서 가장 높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결국, 어떻게 하면 아이가 공부에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공부하게 되는 것인지, 책에서 설명하는 사례와 환경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많이 읽지 않고서도 그 욕심을 채우기엔 이 책은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의 경력을 마음껏 펼쳐놓은 자서전도 아니오, 자식을 서울대에 보내기 위한 방법을 서술한 에세이도 아니오, 그렇다고 한의학에 대한 정보를 적은 의학서도 아니다. 결국 욕심은 많은데 어느 하나 정리된 것이 하나도 없다. 많은 것을 담으려다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저그런 책이 되어버렸다.

 

공감할 수 없었다. 저자의 할아버지부터 시작되어 그렇게 가난하게 살았다고 했는데 목수일만 해서 여섯 형제들을 먹여살리는데다 대학까지 다 보냈다는 것이 말이다. 더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은 IMF 시대에 보증을 섰다가 한의원을 팔았던 이야기이다. 보증 잘못 섰다가 집안을 홀라당 말아먹었는데 그 시절 저자는 아프리카로 힐링 여행을 떠났다. 다른 가장들은 직장을 잃고 일용직마저 거부하지 않고 힘든 시절을 보냈던 그 때에, 저자는 여행을 떠났으면서 그것을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어린 자식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전국일주도 떠났다. 저자가 진정 어렵게 사는게 무엇인지 잘못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다. 자신이 정말 사치스럽고 부유하게 살았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저 사람은 진짜 가난하게 살아본게 뭔지, 돈 없이 살아본게 뭔지 모르는 듯 했다. 한국에는 공부에 소질이 있어도 집안 형편에 그 의지를 포기해야 했던 사람이 너무나도 많은데 말이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 이해할 수 있다고 어느 책에서 언급했다.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보다 더 낮은 곳까지 내려간 적은 없는 듯 보였다.

 

또한, 저자가 주는 메시지는 독서라는 수단과 체력 보강을 위한 한약재 뿐이었다. 독서 분위기를 만드는 가정의 중요성은 이지성 작가나 김병완 작가와 같은 독서 예찬로자로부터 몇 년 전부터 지겹도록 들어왔다. 그러나 특이점은 없다. 둘 째 아드님이 서울대 간건 정말 축하할 일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남는게 없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자식 자랑인가, 한의원 홍보인가. 여유로운 삶을 자랑하는 것인가?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서울대에 갔다는 저자분의 둘 째 아드님이 과외든 학원이든 다닐 건 다 다녔다는 것이 더 실망스러웠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학생과 다를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차라리 작년에 인생극장에 소개되었던, 쉴틈없이 혼자서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의 인터뷰 내용이 더 감동적이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결론은 이렇다. 이 책의 내용은 강남 엄마들은 알 필요도 없고, 콧방귀 뀔 내용이라는 것이다. 소위 재벌이라고 불리우는 강남아줌마가 아니라, 평범한 분당 아줌마들도 외고, 과고를 보내려면 초등학교 5학년부터 영재교육을 시작한다.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편협한 시각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알게 된 건 있었다. 한의사도 레지던트는 하는 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 외엔 없다.

작년 순정동화와 행복해야 성공이다 라는 책 이후로 나의 분노를 일으킨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나보다 훨씬 많이 알고 경험도 풍부한 저자이시겠지만, 이렇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은 책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그보다 이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펼친 출판사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앞으론 저자가 진심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는 책을 쓰길 기대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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