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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3 1 - 참이슬처럼 여린 서른한 살의 나 ㅣ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낢이 사는 이야기를 처음 본 것이 벌써 2년이 넘었다. 쬐금한 2등신 캐릭터들이 나오는 평범한 그림체에 짧은 에피소드들이 모인 책. 회사 카페에서 처음 보았던 낢이 사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11권이 발간되었나 보다. 올해로 10년 동안 연재를 했다고 하니 작가의 체력도 그렇고 소재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노력이나 능력도 대단하다는 생각이든다.
10년 동안 낢의 그림체도 참 많이 바뀌었지만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내가 벌써 서른 셋이 되어버렸고, 작가는 서른 하나가 되어버렸다는 것 아닐까?
낢이 사는 이야기는 공감이다. 우리가 어렸을 시절부터 경험했던 것 하나하나가 이야기로 나온다. 이를테면 책상이나 필통을 연예인 사진으로 둘러싸던 것 하며, 굉장히 오래된 영화나 만화, 게임에 대한 소재가 은근슬쩍 패리디로 등장한다. 물론 그걸 알아야 진정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이번 이야기는 서나래 작가가 이과장과 연인사이가 되고,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린 시절에 만난 친구였던 이과장의 고백을 받고, 하나씩 결혼을 준비하는 그 과정이 소소한 재미를 담고 있었다. 사귀는 사람을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줄 때의 그 떨림과 부끄러움, 그리고 어긋나 있는 부분을 조금씩 서로 맞추어 나가는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서른살이라는 나이가 주는 이미지는 전혀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남녀가 사랑하는 이야기는 그 누가 되었든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었다. 서나래 작가도 이과장과 사랑하며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낢이 사는 이야기를 보면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소재 하나가 얼마나 재밌는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낢이 사는 이야기를 통해 일상에서 생기는 소소한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과연 나의 삶도 남들이 보기엔 재밌는 구석이 있을까?
웹툰 작가의 삶이 남들보다 더 즐거운 것은 아닐게다. 분명히 마감에 시달리는 삶을 살고 있을게 틀림없다.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아내고 그 즐거움을 함께하는 것. 그것이 서나래 작가의 힘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세가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할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이 삶도 누군가가 보기엔 참 재밌는 인생일 수 있을까?
나의 대학교 시절의 꿈은 동사무소 행정직 9급 공무원이었다. 내가 원하던 동사무소 9급 공무원은 정말 할 일이 없어보였다. 주민등록등본 뽑아달라고 하면 그거나 뽑아주는 그런 사람. 사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직업은 일러스트를 그리는 일이었다. 마치 서나래 작가의 낢이 사는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로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참으로 어렸고, 창작의 고통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그런 삶을 동경했던 것이다. 서나래 작가의 삶이 사실 내가 살아보고 싶던 인생이었는데, 작가의 후기에서 언급되는 창작의 고통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재미없는 인생을 생각한다면 웹툰 작가를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준비를 끝으로 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 3가 마감되었다. 30년 넘게 각자 살아온 인생을 하나로 엮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2권에서 이어질 것이다. 나아가 시즌 4에서는 깨가 쏟아지는? 결혼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로 예상되지만 어떤 예측불가한 즐거운 이야기로 독자들을 즐겁게 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나저나 나도 얼른 결혼해야 할텐데... 걱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