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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부자 16인의 이야기 - 조선의 화식(貨殖)열전
이수광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매 순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상대적으로 더 싸고 더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 수 시간을 인터넷 검색과 매장을 둘러보는데 할애한다. 돈을 아끼고 저축하여 더
많은 돈을 모으고, 나아가 부자가 되어 안정적이며 행복한 노후를 살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부자가 되는 방법이 아끼고, 저축하고
노력하는 방법에서 주식투자, 부동산투자라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투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결과, 진짜 정보를 갖고 있는 소수는 투자를 통해
부자 반열에 오르게 되었지만, 가짜 정보를 갖은 대다수의 개미들은 자신의 투자금을 엉뚱한 사람의 주머니에 채워주는 호구 역할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정보를 얻는 행위 자체도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정보라는 것이 비대칭적이어서 일부 권력층을 중심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은 서울 강남과 과천 사례를 통해서도 분명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천에서 용 나오기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
시대에도 자수성가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요즘은 건설, 기계업보다는 요식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대부분 남의 가게에서
발품을 팔아 기술을 배우고, 종잣돈을 모아 독립한 후 근면/성실을 통해 사업을 번창시켜 성공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똑같다고 생각한다. 바로 노력이다. 자신을 감동시킬 정도로 노력하지 못하면 하늘을 감동시키지 못한다고 하던가.
양반이 아니면 수많은 사역에 동원되고 잠시도 쉴 틈없이
살아갔던 지옥같던 헬 조선시대에도 찢어지게 가난한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고, 자신마저도 감동시킬 정도의 노력으로 막대한 부를 창출한, 그리고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힘으로 부를 일궈낸 16인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확인해 보았다.
조선시대 이야기가 나와서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얼마
전 추석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 처갓집 가까운 곳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있다 하여 그 곳에 커피를 마시러 간 일이 있었다. 그 레스토랑은
땅덩이 넓은 미국에서나 있을 법한 넓은 잔디마당에 드라마에 나올 법한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멋진 마당과 펜션이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이었다.
마당 한가운데엔 100년은 됨직한 커다란 나무가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편안함마저 주고 있었다.
이런 멋진 곳이 이런 시골에 있다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보다 이 지역에서 25년을 살았는데 내가 이런 곳을 몰랐다는게 더 신기했다. 이 집 주인은 대체 뭘 했길래 이렇게 돈을 번 것일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그 주변에 사는 후배의 말로는 그 주변 지역 땅이 과거 동양척식회사 땅이었으며, 그 땅을 그 회사 자손이 물려받은 것이라고
듣게 되었다. 과연, 친일파의 재산을 환수하여 독립운동가 가족에게 돌려줘어야 했던 것을 이승만이라는 무능한 자의 잘못된 결정이 내 주변에도
남아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우리나라는 독립운동을 위해 살아간 사람은 거지꼴을 면하지 못하고, 친일 행각을 벌인 사람은 대대손손
물려받은 땅으로 잘사는 나라가 아닌가 다시 한 번 꼽씹어보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조선 부자 16인 중 3명이
독립운동을 위해 자신의 부를 내놓았지만, 말년에는, 그리고 그 후대 사람들은 가난에 힘들어하며 비참하게 살아갔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각설하고, 우리 조상 중에는 친일행각을
벌인 사람들 외에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 정직한 삶을 살며 부를 이룬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했다. 몇 년 전에 읽은 조정래 작가의
소설 '정글만리'에서는 중국인이 부를 쌓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돈 벌고 안쓰기"라고 기술하였다. 우리나라는 뭔가 다른게 있었을까? 그냥
벼슬해서 땅과 노비를 받아야 하는게 아니었을까?
[사진-1] 조선시대 마포나루 모습. 한강 일대에서
장사하는 사람을 경상이라 불렀다.
과연, hell 조선시대에도 태생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부자가
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양반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자신의 노력을 통해 부자가 되었는데, 먼저 그들이 가진 직업에 공통점이 있었다.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벼슬에 올라 땅과 노비를 국가로부터 받는 방법, 상인이 되어 장사를 통해 거상이 되는 방법, 그리고 땅을 많이 소유하여 지주가
되어 땅을 점차 늘려가는 방법 이 세 가지 이다. 직업적 측면을 떠나 노력이란는 측면에서 보면 자수성가하기 위해 먼저 뜻을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실천하며, 실천을 위해 절약하고 또 절약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부자가 되는 가장 기본적인 비결이 "절약하고, 근면하고,
검소한 생활"이라고 하였다.
조선-중국, 조선-일본, 중국-일본 간의 중개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던 역관들, 보부상에서 시작하여 거상을 이루게 된 상인, 짐꾼으로 시작하여 경강상인이 된 상인, 악착같이 한량들의 돈을 벌어들인
기생, 이앙법과 함께 형제들이 서로 힘을 합쳐 가족을 부자로 만든 농부들의 이야기까지 16인의 부자되기 이야기는 양반이 아니면 죽어도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조선에서도 운명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이 있었음을 알게 해줬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속담이 있다. 조선 부자
16인의 이야기가 딱 이들에게 하던 말인 듯 싶다. 부를 일궈낸 모든 사람들은 항상 절약하고 검소하게 소비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며 사람들로부터 믿음을 쌓아나갔다. 유년시절 돈이 없어 기생집에 팔려갔던 김만덕이 그러했고, 수많은 자식을 거느렸던 소금장수 김생이
그러했다. 약장수로 부자가 된 이경봉을 비롯하여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많은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포기했다. 그처럼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그들은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성실하게 일했고, 성실하게 일한 결과로 받은 돈은 아끼고 아껴 종잣돈을 모아나갔다.
그리고 시대적으로 어려운 순간이 찾아오면 자신의 부를 주변
이웃을 위해 나누어주는 온정까지 베풀면서 살아갔다. 흉년이 들었을 때, 그들은 자신의 곳간을 열어 주민들을 구제하였다. 제주도에 해일이 덮쳤을
때 김만덕은 자신이 악착같이 기생짓을 하며 벌었던 곡식을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었다. 경주 최부자와 김제 장석보, 그리고 러시아에
이주민이었던 최재형은 국권피탈시절 독립운동가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부를 나라를 위해 바쳤다. 자신이 부자가 된 것은 나라로부터 얻은 은혜이니,
나라가 어려워졌을 때 나라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과 주변 이웃들이 어려움에 쳐했을 때엔 나눔을 통해 그들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아름다운 신념이었다.
[사진-2] 러시아 교민의 아버 최재형의 가족사진.
"부자의 소중한 가치는 축적보다 분배에
있다"
요즘 재벌들에게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과거에도
재벌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선이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재벌들의 탈세, 탈루와 같은 불법행위 뿐만 아니라, 세금감면을 위해 고졸 사원을 뽑았다가
일괄 퇴직을 받았다는 예로부터 못된 짓은 골라했다던 H사의 K회장 뿐만 아니라 일본에 토대를 두고 구내 자금을 빼간다는 L사의 S회장 이야기,
그리고 직장인들이 열심히 번 돈으로 사회 공헌에는 인색하면서도 손자들에게는 수백억의 주식을 증여한다는 이야기는 열심히 살아도 집 한채 갖기 힘든
일반인들에게는 거리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이익을 버리고 많은 사람에 유익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믿었던 교보문고의 신용호
회장, 유한양행의 유일한 회장을 비롯하여 사회 발전에 기여한 많은 존경받는 부자들이 있었다. 요즘 존경받는 기업인 발표난 것을 보면 신문사에 돈
주고 선정되는 듯한 느낌을 지우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비리회사 회장이 존경받는 기업인에 선정되어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파지 주워 모은 돈 1억을 대학교에 기부한 할머니라던가,
평생 떡볶이를 팔아 모은 돈을 학교에 기부한 사람들, 그리고 남몰래 수억원을 구세군 모금함에 넣는 기업인을 보면 피땀흘려 일한 사람만이 나눔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아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책에서 부자의 소중한 가치는 축적보다 분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어느 한 사람이 부자가 된 것은 그 부자에게 돈을 지불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요, 그 부자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부자의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자는 자신 혼자만의 힘으로 부자가 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사회 많은 사람들로부터 얻은
재산이기 때문에 증식된 재산의 일부는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대에 살아가는 조상들이 어떻게 사회 정의를
실천했는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행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나아가 내가 만약 부자가 되었을 때엔 어떤 삶을 살아가는 것이 옳을 것인지 책을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