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이야기 - 무신론자를 위한
조반니 파피니 지음, 음경훈 옮김, 윤종국 감수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책이라면 매년 수십, 수백권의 책이 출간되고 있다. 개인 신앙적 간증을 풀어놓은 에세이(이어령 씨가 대표적인 인물일게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다양하면서도 쉬운 문장으로 다듬어져 출간되고 있는 성경, 그리고 예수의 인생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양한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시킨 문학작품들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출간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이슬람교도인 이란 출신학자가 예수 그리스도를 정치적 혁명가로서의 인물로 다룬 책 "젤롯(ZEALOT)"이라는 책을  출간하여 큰 화재를 불러온 적이 있다. 젤롯이라는 책이 현재의 시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인생을 해석한 것이라면 이 책 '예수 이야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인생을 성경에 기술된 문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문학적 근거를 통해 확대 해석한 고전문학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 '예수이야기'는 1921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간된 후, 카톨릭 문학의 고전 반열에 올라 여덟 차례나 재판된 책으로 1985년 판본을 번역한 책이라고 한다. 그러나 1921년이라는 시대에 쓰여진 책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현재 세대가 읽어도 어색함이 없을 화려한 수식어구를 비롯하여 다양한 예시와 인문, 역사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는 터라 읽는 내내 지루할 틈도 얿을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는 인간의 내면 세계를 다양한 예상과 추측을 통해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

 

 

성경은 크게 구약과 신약으로 구분되며, 구약은 예수가 탄생하기 전까지 인류의 탄생에서 유대인들의 심판을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한 대 서사시이고, 신약은 예수의 일대기를 통해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예수 사후 앞으로 일어날 심판의 날까지 인간이 행해야 할 행복 규범을 알려주고 있는 성전이라 할 수 있겠다.

성경에서 언급되고 있는 모든 상황과 대화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 인물의 행동이나 독백, 대화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전해지고 다듬어 지면서 여러 의미를 내포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 성경 속에 묘사된 상황이나 대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제대로 알 지 못하며,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예수가 태어난 곳은 마굿간이었고 하나님의 아들이기 때문에 불가사의한 일을 행하였으며, 십자가에 못박혀 죽는 그 순간까지 모든 상황들에 한치의 의심도 없이 그저 '하나님의 의도대로' 진행되었으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예수이야기'에서는 성경에서 묘사된 상황 하나하나, 대화 하나하나, 그리고 인물의 심리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큰 그림의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추후 어떤 상황으로 전개되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신약뿐만이 아니라 구약과 그리스 신화, 중국과 인도 신화를 비롯해 석가모니(부처님)의 말씀과 행동까지 그 반경을 넓혀 읽는 이에게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전달해 주고 있다. 

이 책은 동정녀 마리아가 마굿간에서 예수를 낳는 장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작부터 이 책의 저자인 조반니 파피니는 왜 하필 마굿간이어야 했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예수는 탄생에 앞서 가장 순수한 이들을 찾아갔는데 그것이 바로 가축들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작가는 가축을 숭배하는 인간으로 이야기를 확대하여 인간의 우상숭배에 대해 서술하고, 구약과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언급되는 가축들의 역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경에서 누락되어 있는 유년 시절부터 서른 살 무렵까지 예수의 인생에 대해서도 성경에서 언급하고 있는 다양한 문구를 통해 정직한 삶을 살았을 것 예상하고,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예수에게 접근했던 사탄의 시험과 열 두 제자들을 만나 그들을 제자로 삼은 이유, 그리고 제자들의 변절과 변절을 향한 예수의 이해와 사랑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가롯 유다는 어째서 얼마 되지 않는 돈에 예수를 팔아넘긴 것인지 그 미스터리에 대해 추측하고 있으며, 십자가에 못박히기 전 홀로 하나님께 기도하고 마음을 굳힌 그의 심리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해주고 있다. 죽은지 사흘이 되지 않아 부활한 예수를 바라보는 제자들이 갖고 있었을 심리, 이를테면 의심과 부족한 믿음이 가져온 불신 등에 대해 언급하고 제자들이 가진 한계와 예수가 지녀야만 했던 삶의 무게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된 것이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메시아의 모습이 비폭력, 무한한 사랑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강하고 무정할 지언정 강한 이스라엘 국가를 만들어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구원자가 오길 기원했다고 한다. 매혹적인 선동가를 원했고,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존재이기를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예수는 육체적 양식이 아닌 정신적 양식을 주는 사람이었고, 가진자가 아닌 없는 자, 불쌍한 자를 위한 사람이었다. 환영받지 못한 메시아의 인생을 통해 인간이라는 종족의 한계와 비도덕적, 비양심적 인생을 비판하고 반성하기를 원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한 달 전,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하여 관련된 한 종교단체가 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한 번 죄를 씻으면 또다시 범죄를 저질러도 용서받는다고 들었다. 과연 지금 그들은 저지른 죄를 용서받고 있는 중인지 아니면 범한 죄에 대해 심판을 받는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종교가 갖는 역기능에 대해 예수의 인생 이야기는 사람과 종교가 나아갈 방향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 방향은 분명 한 사람과 한 가족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종교와 목사와 사업꾼에게 모든걸 바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책의 표지에는 무신론자를 위한 예수 이야기라고 적혀있지만, 구약과 신약 모두를 포함하고 있고, 내용의 깊이가 상당하여 무신론자 뿐만 아니라 예수라는 인물의 인생을 여러 관점에서 이해하고 싶은 신도들에게도 좋은 책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읽는 내내 예전 교회를 다닐 때 한 두 줄의 성경말씀으로 한 시간 넘게 다양한 스토리를 풀어 이야기해주시던 목사님이 생각났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든 다니지 않는 사람이든, 이 책 한 권을 정독한다면 목사님께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구약과 신약을 넘나드는 방대한 작가의 배경지식을 통해 성경에 대한 이해를 크게 높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피를 제물삼아 세상의 모든 인간들의 죄를 씻었지만, 우리의 죄가 없어졌다고 할 지언정, 죄를 지어서는 안될 것이며, 사랑과 나눔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성경에서 말하고자 하는 변함없는 진실이자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변하지 않는 진정한 삶의 목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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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2022-01-1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