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향기롭게 - 법정 대표산문선집
법정(法頂)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만남

 

p10 반드시 어떤 만남에 의해서만 인간은 성장하고 또 형성된다. 그것이 사람이든 책이든 혹은 사상이든 간에 만남에 의해서 거듭거듭 형성되어간다.

 

만난다는 것은 곧 눈뜸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세계가 새롭게 열리고 생명의 줄기가 파랗게 용솟음친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비로소 인식하는 것이다.

 

그는 일단 자기를 내던짐으로써 거듭 태어나게 되었다. 만남에는 자기를 버리는 그런 아픔을 치러야 한다.

 

p11 생명의 환희와 감사의 마음이 따르지 않는 것은 만남이 아니라 마주치는 것이요, 사교일 따름이다. 만나는 데는 구도적인 엄숙한 자세가 있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이런 문제를 지니고 찾아 헤맬 때에만 만남은 이루어진다. 나 하나를 어쩌지 못해 몇 밤이고 뜬눈으로 밝히는 그러한 사람만이 만날 수 있다.

 

만난 사람은 그때부터 혼자가 아니다. 그는 단수의 고독에서 벗어나 복수의 환희에 설레면서 맑게 맑게 그리고 깊게깊게 승화한다.

 

사람은 혼자 힘으로 인간이 될 수는 없다. 만남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이 첫 에세이가 내 마음을 파고 들었다. 나를 버리는 아픔을 치러야 비로소 진실된 만남이 가능하다. 그런 만남을 통해 복수의 환희에 설레면서 맑고 깊게 승화해 갈 수 있다는 말씀이 지금 나의 상황과 겹쳐지며 작은 위로가 되었다.

나를 버리는 아픔을 치러야 했다. 그만큼인 줄은 몰랐다. 그냥 조금 알면 되고, 조금 수정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다시 태어나기 위해 나를 내던져야 했다. 열심히 쌓아왔던 나의 허상을 완전히 무너뜨려야 했다. 허상이 실재인 줄 알았기에 또 단단했기에 나는 몇 해를 헤매었다. 깊은 만남은 나의 허상을 조금씩 부서뜨리기 시작했다. 아픔과 고통에서 시작된 나는 누구인가?를 직면하며 유리 같은 허상은 수없이 깨지고 부서지기를 반복했다. 고통과 눈물 그리고 한 줌의 희망 속에서 작은 싹 하나를 발견한다. 그것은 작고 여리지만 진짜 나였다. 만남에 의해 나는 다시 새 삶을 시작한다. 마음 안에 작은 싹을 잘 돌보고 싶다. 만남은 그렇게 내 인생에 어마어마한 폭풍처럼 다가왔다. 이제 내가 진짜 사람이 되려는가 보다.

 

거꾸로 보기

p13 그건 새로운 발견이었다. 하늘은 호수가 되고 산은 호수에 잠긴 그림자가 되었다. 바로 보면 굴곡이 심한 능선이 거꾸로 보니 훨씬 유창하게 보였다. 그리고 숲의 빛깔은 원색이 낱낱이 분해되어 멀고 가까움이 선명하게 드러나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랐다. 나는 하도 신기해서 일어서서 바로 보다가 다시 거꾸로 보기를 되풀이했었다.

 

여기에서 나는 새로운 사실을 캐낼 수 있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람을 대하거나 사물을 보고 인식하는 것은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알아버린 대상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기 어렵다. 아무개 하면 자신의 인식 속에 들어와 이미 굳어버린 그렇고 그런 존재로 밖에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이건 얼마나 그릇된 오해인가. 사람이나 사물은 끝없이 형성되고 변모하는 것인데.

 

p14 보는 각도를 달리함으로써 그 사람이나 사물이 지닌 새로운 면을 아름다운 비밀을 찾아낼 수 있다. 우리들이 시들하게 생각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사이라 할지라도 선입견에서 벗어나 맑고 깨끗한 열린 눈으로 바라본다면 시들한 관계의 뜰에 생기가 돌 것이다.

 

내 눈이 열리면 그 눈으로 보는 세상도 함께 열리는 법이다.

그 어떤 고정관념에도 사로잡히지 말고 허심탄회한 빈 마음으로 바라보라는 것, 남의 눈을 빌릴 것 없이 자기 눈으로 볼 때 우리는 대상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다.

 

p15 인격에 고정된 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지닌 좋은 덕성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는 내게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p16 일산의 밤가시골 초가집 수도원에서 오늘의 교회와 사원을 바라보는 눈을 나는 그날의 선물로 받아왔다.

 

양생법

p20 마음을 안정시키려면 그 마음을 어지럽히지 말아야 한다. 분수 밖의 탐욕이 우리들 마음을 산산히 흩뜨려 놓는다. 외부로만 향했던 시선을 안으로 거두어들일 수도 있어야 한다. 밖으로 쳐다보지만 말고 안으로 들여다 볼 때 자기 분수를 가늠할 수 있다.

 

수본진심 제일정진, 즉 자기 자신의 천진스런 본래 마음을 지키는 것이 으뜸가는 정신이라고

 

자기 특성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어떤 일에 전념할 때 우리들의 마음은 온갖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 가장 투명하고 평온해진다. 이런 상태가 곧 마음의 안정이다.

 

p21 우리들이 건강을 유지하려면 즐겁고 명랑한 생활을 해야 한다. 즐겁고 명랑한 생활이 곧 삶의 리듬이요, 무게다.

 

우리들은 스스로 즐거움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든지 마음의 본성에 따른 행동은 즐겁고 그에 거슬린 짓은 즐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합리적인 식사- 자연식 섭취

마음의 안정이나 즐겁고 명랑한 생활에는 먹는 음식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나는 분수대로 살지 못했다. 분수를 몰랐다. 아니 내 분수를 과장했다. 밖으로는 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눈이 없었고 안으로는 욕심이 넘쳐서 내 분수가 퍽이나 큰 줄 착각했다. 나의 시선은 늘 밖을 향해있었다. 나는 그들보다 나아야 하고 더 나아지고 싶었지만 요 모양 요 꼴인 내가 한심하고 싫었다. 그런 생각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감정은 열등감이나 질투 그리고 불안이었다. 먼저 나의 분수를 자각하는 것이 중요했다. 외부로의 시선들을 거두어들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려고 했다. 아무것도 아닌 나와 존재로서 소중하고 가치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 분수를 알고 명랑하고 즐겁게 나의 일에 전념하며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 한다.

 

물 흐르고 꽃피어난다.

p25 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내게 좋은 말이 있을 턱이 없다.

사람의 말이란 자연에서 치면 한낱 파리나 모기 소리와 같이 시끄러움일 뿐이다.

입 다물고 자연의 일부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밖으로만 팔았던 눈과 귀와 생각을 안으로 거두어들여야 한다.

자연의 숨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p26 그 알량한 말로 인해서 지금까지 우리는 얼마나 눈멀어 왔고 귀먹어왔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닳아지고 관념화되어 꺼풀만 남은 오늘의 우리를 회복시킬 수 있다.

 

자기 삶 속에 꽃을 피우고 물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

 

p27 자기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를 두고 딴 데서 찾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헛수고일 뿐 그러기 때문에 저마다 지금 바로 그 자리가 자기 삶의 현장이 되어야 한다.

 

남의 길을 가지 않고 자기 자신이 길을 가는 사람만이 무위진인이라 불릴 수 있다.

無位眞人이란,

어느 자리도 연연하지 않고, 어떤 모습에도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어떤 상태에도 머물지 않고 스스로를 잘 아는 참사람을 뜻함.

 

입을 다물어야겠다. 수없이 뱉어내었던 과장의 말들! 스스로에게 꽂혀서 혹은 내가 너무 중요해서 귀는 닫고 내가 맞다고 내가 옳다고 떠들어 댔다. 그 작은 관념 안에 사로잡혀 교만하게 우겨대던 나의 소리가 부끄럽다. 상대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는 안중에도 없고 생각없이 뱉어내던 말들이 부끄럽다. 하고 싶은 말을 멈추고 상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언제나 나보다는 상대를 헤아려주고 싶다. 입을 닫고 귀를 활짝 열어야지!

 

버리고 떠나기

p29 잎을 떨치고 빈 가지로 묵묵히 서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자신도 떨쳐 버릴 것이 없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p30 자신의 분수와 그릇에 맞도록 자기 몫의 삶을 이루려면 선택된 청빈일 것이다.

선택된 청빈은 결코 악덕이 아니라 미덕이다.

 

p31 무엇이든지 차지하고 채우려만 하면 사람은 거칠어지고 무디어진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p32 흙을 가까이하면서 나무들을 매만지고 쓰다듬으며 가지 끝에 열려 있는 하늘을 이따금 쳐다보아야 한다. 하늘은 툭 트인 무한한 우주 공간을 우리에게 안겨줌으로써 어느 일부분에 매달리거나 안주하려는 그 집착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p33 나무줄기를 쓰다듬으니 거칠거칠한 그 속에서도 여리디여린 부드러움이 있다. 거칠고 살벌한 이 풍진 세상에서도 우리 안에는 원천적으로 여리고 부드러움이 내재되어 있다는 소식일까.

 

보다 멀리 내다보려면 다시 한충 더 높이 올라가라.

 

여백이 없는 사유는 자칫 환상이나 망상으로 치닫기 쉽다.

 

일상의 소용돌이에서 한 생각 돌이켜 선뜻 버리고 떠나는 일은 새로운 삶이 출발로 이어진다.

 

나무들이 달고 있던 잎을 미련없이 떨쳐버리는 그런 결단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p34 우리가 산다는 것은 끝없는 탐구이고 시도이며 실험이다.

 

자연의 리듬은 멈추거나 끝나는 일이 절대로 없다. 자연은 스스로를 정화하면서 가장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우리 인간도 먹는 것, 입는 것, 생각하고 활동하는 것, 대인 관계 등에 억지나 과시나 허세가 없이 지극히 자연스러워야 한다. 자연스러움이 곧 건전한 삶을 이룬다.

 

나에게 아직 떨치지 못하는 어떤 집착이 남아있을까?

나는 무엇을 미련없이 버리고 떠나야 할까? 내겐 어떤 결단과 용기가 필요할까?

루이와 함께 간 공원의 나뭇잎들이 모두 떨어지고 가지만 남았다. 시야가 훤하게 뚫린 느낌이라 뭔가 더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 모두 버려야 다시 그곳에 새로움을 채운다. 자연의 순환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에게 아직 어떤 집착이 남아있을까? 욕심은 많이 비워지고 과정을 밀도있게 즐기고 싶은 마음 뿐이다, 더 버릴 욕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기꺼이 비우고 싶다. 깨끗한 도화지에 밝은 크레파스로 명랑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하지만 좀 더 신중히, 좀 더 정성을 다하고 싶다. 깨어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매사에 뭐든지 그냥 흘려버리는 습관들을 고쳐나가야 한다. 내게 필요한 결단과 용기는 매 순간 나를 알아차리고 멈추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말하기 전에 멈추자. 그리고 신중히 생각해 보고 정성을 다해 행동에 옮기자.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p43 주어진 이런 아름다움과 신비를 일상의 우리는 그저 무감각하게 흘려보내고 있다. 이와 같은 아름다움을 신비를, 그런 고요와 평화를 우리는 한 생애를 통해서 몇 번이나 바라보며 느낄 수 있는가.

 

날마다 새날을

p47 진실로 삶은 놀라움이요, 신비다. 인생만 삶이 아니라 새와 꽃들, 나무와 강물, 별과 바람, 흙과 돌, 이 모두가 삶이다. 우주 전체의 조화가 곧 삶이요. 생명의 신비다.

 

삶은 참으로 기막히게 아름다운 것.

 

출가

p51 가지에서 저버린 나뭇잎처럼, 떠나지 않고는 변신이 불가능하다.

 

p55 사람이 주어진 환경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일반 동물이나 다를 게 무엇인가. 의지적인 노력을 통해 자신을 재구성하고 몸담아 살고 있는 환경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감으로써 고등 동물의 할 일을 다 할 수 있다.

 

크게 버리는 자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출가의 영원한 교훈이다.

버리지 않고는 새것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본질적인 자신을 털어 버림으로써 본질적인 자신을 크게 일깨우라는 뜻이다.

 

욕망을 버리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p56 버리기 위해서는 맺고 끊을 줄 아는 굳센 의지가 작용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신비롭고 아름답다. 자연의 새와 동물, 꽃과 나무, 산과 바다, 태양과 달과 별 그 모든 것들이 신비롭기만 하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공물들도 마찬가지이다. 티비, 자동차, 비행기 그리고 예술품들 모든 게 신기하고 신비롭고 또 아름답다. 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세상을 잘 누리고 잘 즐기고 싶다. 무엇하나 허투루 보지 않고 무엇하나 무심히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 사람으로 왔다. 식물로 왔다면 꽃을 피우고 다람쥐로 왔다면 다람쥐로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나는 사람으로 와서 사람답게 살아야 이 세상의 부속물로 최선을 다해 나답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나다움 안에 사람다움이 함께한다. 고등 동물로서의 삶은 의지적인 노력을 통해 자신을 재구성하고 몸담아 살고 있는 환경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감이라고 말씀하셨다. 의지적 노력으로 성장해 나아가는 것이 사람으로서 자연스러움이다. 고등 동물로 태어나서 단세포 동물처럼 살아간다면 나의 본분을 잃은 것이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더 노력하여야 하겠다.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

 

p59 낮은 밤이 받쳐주기 때문에 밝고, 밤은 낮이 비워주기 때문에 그 자리에 어둠을 이룬다.

 

우주의 커다란 생명체와 우리 자신이 하나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p60 그것들은 삶 속에 묻혀 지낼 뿐 죽음 같은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것들은 그때 그곳에 모든 것을 맡기고 순간순간 있는 그대로 산다.

삶을 마치 소유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멸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p61 이 순간에 있는 그대로 사는 사람한테는 사슬이 없다. 기억의 사슬도 없고 욕망의 사슬도 없다. 시냇물이 흐르듯 그저 담담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일 뿐이다. 진정한 자유는 정신적인 데에 있다.

 

입 다물고 귀를 기울이라

p63 아무 생각없이 빈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고 있으면 그저 넉넉하고 충만할 뿐 결코 무료하지 않다.

 

p64 받아들이려면 먼저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리고 귀를 기울이며 지켜보아야 한다.

 

p66 입 다물고 귀 기울이는 습관을 익히라.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진리로부터 멀어진다. 말과 생각이 끊어진 데서 새로운 삶이 열린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p67 먼저 생각하라 그런 다음에 말하라.

p68 우선 입 다물고 귀를 기울이라.

 

2. 당신은 행복한가.

 

일상의 심화

p70 대인의 관계도 어떤 것은 따지고 보면 소음과 비슷한 것이 적지 않다.

불필요한 가지들로 인해서 내 생명의 열매는 알차게 여물 수 없게 된다.

 

자신의 뿌리를 살피는 일, 자신의 처지와 분수를 되돌아 보는 일이다.

그리하여도 좋은 비본질적인 곁가지들에 대해서는 미련없이 가지치기를 해야한다.

새로운 삶을 위해서는 생나무 가지를 찢는 아픔쯤은 참고 견뎌야 한다.

 

심화는 곧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매듭이다

 

혼자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자신을 본래적인 나로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 모든 관계에서 벗어난 순수한 나를 일단 객관화 시켜야 한다.

 

진공묘유 모든 집착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상태에서 오묘한 존재 혹은 오묘한 작용이 나올 수 있다

 

문제는 무슨 일에 있지 않고 어떻게 사느냐에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하는 일이 곧 나이다. 그 일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꽃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다.

 

맑은 기쁨

 

p79 밤 시냇물 소리, 그것은 쉬지 않고 흐르는 세월의 소리다.

 

청빈의 향기

p80 잎이 져버린 빈 가지에 생겨난 설화를 보고 있으면 텅 빈 충만감이 차오른다. 아무것도 지닌 것이 없는 빈 가지기에 거기 아름다운 눈꽃이 피어난 것이다.

 

아무것도 걸리지 않은 텅 빈 벽에 방석만 한 장 달랑 방바닥에 놓여 있을 뿐이다.

그의 방은 그대로가 커다란 침묵이다.

 

그 이름을 알고 실물을 대했을 때와 이름을 모른 채 실물과 마주했을 때의 그 감흥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마치 별자리의 이름을 알고 밤하늘을 우러를 때와 같다.

 

흐린 물에 섞이다 보면 스스로도 흐려지게 마련이다. 설득이 불가능 할 경우에는 그 흐림에서 벗어날 수 밖에 없다.

 

그의 방 처마 끝에 달아 두고 듣던 조그만 풍경을 한 도반이 그 맑은소리에 유심히 귀 기울이는 것을 보고 그는 넌지시 그 풍경을 떼다가 도반의 거처에 달아 주었다.

 

반백살이 되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 작은 동굴 안에서 나만 보며 살았다. 더 화려하게 더 편하게 더 행복하게 내 맘대로 나만 생각하며 살았다. 지나온 세월들을 돌이켜보면 가슴이 철렁하다. 말도 안 되게 오만하고 교만했던 날들, 남이야 어떻든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 행동했던 날들이 부끄럽고 사람들에게 준 상처와 피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서늘해진다. 나는 분명 죄인이다. 이제 눈을 돌려 세상을 바라봐야지. 이 세상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든 것을 느끼고 누릴 것이다. 가까운 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꽃의 이름을 알아주고 하늘을 더 많이 올려다보고 소중히 아주 소중히 그 모든 것을 느끼고 싶다.또 이젠 지금까지의 나와는 다르게 천천히 정성스레 신중히 조심히 그리고 또 냉철하고 분명하게 세상과 상대를 마주하고 싶다. 오늘 밤이 지나면 2022년이 된다. 2022년 한 해는 나에게 뜻깊은 해가 될 것이다. 오늘 밤부터 나는 이미 달라져 있음을 느낀다. 행운을 빈다.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 하랴.

p84 유유상종, 살아있는 것들은 끼리끼리 어울린다. 그러니 자리를 같이하는 그 상대가 그의 한 분신임을 알아야 한다. 당신은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 하는가.

 

물소리 바람 소리

p89 세월이 흐르는 소리라고, 인생이 흘러가는 소리라고 생각하니 도리어 시간에 대한 관념이 새로워진다.

 

한없이 무엇인가를 씻어내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혼자서 유별나게 살았으니 이제는 또 여럿 속에 섞여 그 그늘 아래 묻혀서 살고 싶다.

 

인생은 어떤 목표나 완성이 아니고 끝없는 실험이요, 시도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즉시현금 갱무시절(卽時現金 更無時節), 바로 지금이지 다시 시절은 없다는 말.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최대한으로 살라는 이 법문을 대할 때마다 나는 기운이 솟는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시냇물은 흐르고 또 흘러서 바다에 이른다.

 

사막의 교부들

p96 필요 없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락과 허영심은 정신을 좀 먹는 암이다.

 

그대 눈에 지금 보이는 바를 행하게

종교란 말 끝에 있지 않고 당장의 행동에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행복한가

 

p104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마음이 가난한 사람

마음이 가난한 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더 알려고 하지 않으며, 아무것도 더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지식으로부터의 자유, 소유로부터의 자유를 말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신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사람만이 진정으로 마음이 가난한 자라고 한다.

 

산승의 편지

p117 늘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꽃처럼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야 합니다.

 

본래의 밝음을 드러내기 위해서 닦음이고 닦지 않으면 더럽히니까 항상 전진하는 것이오.

 

될 수 있는 한, 말 적게 하고, 잠 덜 자고, 음식 덜 먹는 것이 수도 생활을 기쁨과 축복의 길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새벽에 귀를 기울이라.

p120 명상이란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과 다른 무엇이 아니라 깨어있는 삶의 한 부분이다.

 

무슨 일에 종사하건 간에 자신이 하는 일을 낱낱이 지켜보고 자신의 역할을 지각하는 것이 곧 명상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면 자기 자신을 안팎으로 냉철하게 살펴보면 된다.

곰곰이 헤아려보면 자기 존재의 실상을 엿볼 수 있다

 

새벽에 일어나 자신의 삶에 귀를 기울여 보라. 나는 누구인가 하고 스스로 물어보라.

 

시간 밖에 살다.

p125 나는 비로소 시간 밖에서 살 수 있었다.

 

시계 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에 팔리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그 순간순간을 알차게 사는 사람이야말로 시간 밖에서 살 수 있다.

 

어려운 일에 부딪칠 때마다 급히 서두리지 말고 좀 더 기다리라.

안팎의 사정이 달라지는 수가 많다.

 

3장 단순하고 간소한 삶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p130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그만이지, 제비꽃이 핌으로써 봄의 들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그건 제비꽃으로선 알 바가 아니라네,

 

인간은 평범한 일상성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모험과 위험을 무릎쓰고라도 자기답게 살고자 한다.

 

지혜로 깊어지려면 거기에는 어떤 여과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상을 객관화시켜 되돌아보는 일.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응시함으로써 자기 존재에 대해 자각하는 일이다.

진공묘유라는 말은 텅 빈 것에 오묘한 것이 있다. (본성은 공 하지만 작용은 있다.)

 

본질적인 스승은 나 자신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 책임과 긍지가 있다. 외부의 것은 나에게 다만 자극을 줄 뿐이다.

 

지혜로 깊어지고 싶다. 매일 하루 나를 돌아보고 매 순간 나를 응시하고 나의 존재를 자각해야 한다. 외부의 것은 다만 자극을 줄 뿐 본질적인 스승은 나 자신일 수밖에 없다. 나의 존재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더 깊이 더 명료하게 깨어서 나를 알아차려야 한다. 이 존재에 대한 나의 책임은 매일 빛나게 닦아 주는 일이다.

본래의 밝음을 드러내기 위해서 닦음이고 닦지 않으면 더럽히니까 항상 전진하는 것이오.

매일 닦아 주지 않으면 빛을 잃는다. 소중히 정성스레 매일을 살아보자.

 

겨울 숲

143 제상(諸相)과 비상(非相), 즉 현실과 본질을 함께 볼 수 있다면 비로소 우주의 실상을 바로 보게 될 것이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바로 인식하려면 드러난 단면만 보지 말고 그 배후까지도 함께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내 나름의 질서가 없으면 내 삶은 자주적인 삶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그때그때 단 한번 뿐인 새로운 삶이다.

 

단순하고 검소한 삶

p177 자기 자신을 알고자 한다면 스스로 조용히 지켜보라. 자신의 걸음걸이 먹는 태도 말씨 잡담 미움과 시새움 들을 자세히 살펴보라. 어느 것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내부에 있는 모든 것을 깨우친다면 그것이 명상의 한 몫을 차지할 것이다.

 

자신의 신체 동작이나 언어습관 그리고 내면의 움직임을 있는 그대로 낱낱이 살피고 있을 때 마음은 저절로 안정을 이룬다.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아 맑고 투명해지는 것이 곧 명상의 세계다.

 

우리는 언젠가 낙엽처럼 나뒹굴 그런 존재 아닌가.

 

명상이란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과 다른 무엇이 아니라 깨어있는 삶의 한 부분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낱낱이 지켜보고 자신의 역할을 지각하는 것이 곧 명상이다. 내면의 움직임을 있는 그대로 낱낱이 살피고 있을 때 마음은 저절로 안정을 이룬다.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아 맑고 투명해지는 것이 곧 명상의 세계다. 마음의 수다가 점점 잠잠해진다. 또 이러다 언제 다시 시끌시끌해질지 모를 일이지만 요즘 같아선 따로 시간을 내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성이 사라진다. 생각은 비워지고 당장 할 일에 빠져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이 명료하게 깨어있지 못하는 때는 식사 시간이다. 식탐에 취해서 정신없이 들이키다 보면 어느덧 접시는 바닥나 있다. 그제서야 내가 또 알아차림을 놓쳤구나 깨닫는다. 올 한해 나를 잘 지켜보고 싶다. 주위의 세심한 관찰도 필요하지만 나에 대한 관찰도 시급하다. 오감 전체가 무뎌진 느낌이다. 잘 날을 세워 더 민감하게 나와 세상을 낱낱이 살피고 싶다.

 

4장 내가 사랑하는 생활

풍요로운 감옥

 

p206 자기 인생에 대한 각성 없이는 벗어날 기약이 없다. 깨어있는 사람만이 자기 몫의 삶을 제대로 살 수 있고, 깨어 있는 사람만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끝없는 탈출을 시도한다.

 

p208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은 무엇보다도 사람 그림자를 전혀 볼 수 없는 점과 만날 그저 그렇고 그런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 미치지 않는 점이었다. 나는 근래에 와서 사람을 그리워해 본 적이 전혀 없다. 앞에서사람 그림자라는 표현을 썼지만 보다 솔직한 표현을 쓴다면 사람꼴이라 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시달린 처지라 사람꼴 안보니 얼마나 좋았는지 몰랐다.

 

뒷날 산을 내려와 배달된 신문을 펼쳐보니 솔직히 말한다면 이건 시끄러운 소음이요 쓰레기더미구나 싶었다. 내 정신과 몸에 얼룩이 묻기 전에 얼른 방으로 그 신문을 밀쳐 버리고 말았다.

 

법정스님의 이런 솔직함?에 반감이 들었다. 사람 꼴 안보니 얼마나 좋은지 몰랐다는 말씀이나

신문은 시끄러운 소음이요 쓰레기더미라 하시니 그래서 밀쳐버렸다니 그 마음 씀이 세상 다 꼴보기 싫어 은둔하고 있는 괴팍한 노인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꼴 보기 싫어 더 더 깊이 파고 산골로 들어가 그리고 즐겁게 자연을 누리시고 즐기시니 요즘 티비에 나오는 자연인 같기도 했다. 저 분은 자연인과 무엇이 다를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요즘은 내가 나의 개인적인 관심보다는 세상의 이야기와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중점을 두는 터라 마음의 저항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살아있는 것은 다 한 목숨이다.

p221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한 목숨이라는 우주 생명의 원리를 믿고 의지하라, 남을 해치는 일이 곧 자신을 파멸로 이끈다는 사실을 알고 어떤 유혹에도 넘어짐 없이 사람의 자리를 지켜라.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

p230 1. 고집이 없다 물에는 고정된 모습이 없다.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근 모습을 모난 그릇에 담기면 모난 모습을 한다. 뿐만 아니라 뜨거운 곳에서는 증기가 되고 차가운 곳에서는 얼음이 된다. 이렇듯 물에는 자기 고집이 없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남의 뜻을 따른다.

2. 늘 새롭다. - 살아 있는 물은 멈추지 않고 늘 흐른다. 강물은 항상 그곳에서 그렇게 흐른다. 같은 물이면서도 늘 새롭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거죽은 비슷하지만 실재는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다. 살아있는 것은 이와같이 늘 새롭다.

 

물처럼 살고 싶다. 나를 내세우지 않고 상대가 되어준다. 증기가 되고 얼음이 된다. 늘 낮은 곳으로 흐르며 멈추지 않는다. 매일 새로운 내가 된다.

 

오두막 편지

실패가 없으면 안으로 눈이 열리기 어렵다. 실패와 좌절을 거치면서 새 길을 찾게 된다. 그렇기때문에 전 생애의 과정에서 볼 때 한때의 실패와 좌절은 새로운 도약과 전진을 가져오기 위해 딛고 일어서야할 디딤돌이다.

 

불편함을 이겨나가는 것이 곧 도 닦는 일임을 알아라.

입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배 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적은 것이 있으면 신선도 될 수 있다.

 

5장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침묵의 눈

p238 목격전수(目擊傳受) 입 벌려 말하지 않고 눈끼리 마주칠 때 전할 것을 전해 준다는 뜻.

자기 자신을 안으로 다스리는 맑고 고요한 수행자의 눈이었다. 진실한 수행자의 눈은 안으로 열려 있다.

 

오늘 하루 내 살림살이

우리가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삶의 내용은 보고 듣고 먹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함이다. 따라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먹으며 어떻게 말하고 무슨 생각을 하며 또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그 사람의 현 존재다.

 

순간순간 당신 자신이 당신을 만들어 간다.

 

무엇을 들었는가?

무엇을 먹었는가?

어떻게 말했는가?

어떤 행동을 했는가?

나는 친구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매일 빵을 먹고 루이와 얘기하고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다. 이것이 지금의 나다. 열심히 듣고 좀 더 가볍게 먹고 신중하게 말하고 좀 더 차분히 행동하고 싶다. 많은 욕망들이 가라앉은 듯 하지만 여전히 식욕은 왕성하다. 야채나 밥보다는 빵이나 고기를 찾게 된다. 식습관은 여전히 바꾸어가야 할 숙제다.

 

수첩을 펼치면서

p247 연말이면 행사처럼 아궁이 앞에 앉아 편지도 태우고 사진도 불태워 없애고 불필요한 기록들도 불 속에 던져 버린다. 기록이란, 특히 우리처럼 단순 명료하게 살려는 사람들은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인 연장은 불필요하다. 태워버리고 나면 마치 삭발하고 목욕하고 난 뒤처럼 개운하고 홀가분해서 새 삶을 시작하고 싶은 의욕이 솟아난다.

<금강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과거의 마음도 찾아볼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찾아볼 수 없으며 또한 현재의 마음도 찾아볼 수 없다.“

찾을 수도 얻을 수도 없는 이 마음을 어디에 매어 두어야 한단 말인가. 찾을 수 없는 마음이라면 텅텅 비워 버려야 한다. 텅 빈데서 메아리가 울린다. 어디에도 집착이 없는 빈 마음이 훨훨 날 수 있는 자유의 혼을 잉태한다.

또 저항이 찾아왔다. 나는 아직 무심함과 무관심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무엇이든 쉽게 잘 버리곤 했다. 어떤 물건에도 소중함이나 애정이 깃들지 않았다. 당장은 필요나 욕심으로 장만했다가도 금세 질리고 시큰둥해진다. 그리고 또 다른 새로움을 쫓는다. 그래서 무엇이든 잘 없애버린다. 그리고 마음은 언제나 깨끗하고 후련했다. 하지만 나의 그런 무성의하고 상대를 무가치하게 취급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자각하는 중이라 법정 스님의 이런 후련한? 정리가 왠지 대상에 대한 애정 없음으로 느껴진 것 같다. 그래서 쌤에게 이 문구들을 공유하고 받은 카톡 내용

그보다는 (인연이든 과거든) 모든 것들로부터의 자유, (기억하고 싶은)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의미를 두려는) 집착으로부터의 자유를 뜻하겠네요.

개인적인 욕망을 떨치고 지금 여기에 빈 마음으로 살아가는 법정 스님의 자유로운 혼의 정신을 나의 미천한 수준으로 끌어 내렸던가 보다.

 

좋은 친구란 서로가 빈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사이일 것이다. 서로의 빈 마음에 현재의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그런 사이여야 할 것이다. 그 어떤 선입 관념을 가지고는 친구가 될 수 없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p254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주재하는 이는 누구일까. 또 나를 다스리고 나를 뒤흔드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는 누구인가?

 

물속에 물만 있지 않고 하늘에 하늘만 있지 않은 것처럼 내 안에 나만 있지 않을 것이다.

내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다. 그들을 곁에 두고 그리워하며 살고 싶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렇게 귀하게 그들을 소중히 대하고 싶다.

 

- 주요 느낀 점-

1. 내 분수를 알고 명랑하고 즐겁게 나의 일에 전념하며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기

2. 입 다물고 귀를 활짝 열기! 말하기 전에 멈추자. 그리고 신중히 생각해 보고 정성을 다해 행동에 옮기자.

3. 고등 동물로서의 삶을 살자- 의지적인 노력을 통해 자신을 재구성하고 몸담아 살고 있는 환경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감

3.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상을 객관화시켜 되돌아보는 일- 매일 하루 나를 돌아보고 매 순간 나를 응시하고 나의 존재를 자각해야 한다날을 세워 더 민감하게 나와 세상을 낱낱이 살피고 싶다.

4. 물처럼 살기- 나를 내세우지 않고 상대가 되어준다. 증기가 되고 얼음이 된다.

늘 낮은 곳으로 흐르며 멈추지 않는다. 매일 새로운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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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성경 신약 2 : 마가복음 - 성경 전 장을 이야기로 풀어쓴 스토리텔링 성경
김영진.강정훈.천종수 지음 / 성서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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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장 세례와 전도

심령이 가난한 자들은 복 있도다

나의 보잘것없음과 죄인 됨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영원한 구원과 생명을 간절히 바라는 가난한 심령으로 복음을 접하자.

예수님은 신성을 지니신 하나님의 아들로서 맞서 싸우신 것이 아니라 우리처럼 온전한 인성을 지니신 사람의 아들로서 맞서 싸우셨다. 기도와 금식과 묵상의 힘이었다.

 

죄라는 개념이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왜 죄인일까? 대체 뭘 그렇게 지옥에 갈만큼 잘못을 했을까?

교회에 안가면 지옥에 간다는 그런 말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지옥이라는 존재를 믿지도 않았다. 이 모든 가르침을 비유로 듣자하니 지옥은 어디에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느님을 믿지 않으면 또 지옥에 간다는 말도 내 마음에 평화를 얻지 못하면 마음은 늘 지옥이다. 우리는 금세 어리석음에 빠진다. 그리고 나의 존재만으로 죄인이 될 수 있단 생각이 든다, 죄인은 용서를 구해야 하는 사람이다. 내 삶에서 그동안 나의 오만과 교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죄를 입혔을지 모른다. 항상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렇다면 나의 보잘것없음과 죄인됨을 겸허히 인정하고 영원한 구원과 생명을 간절히 바라는 가난한 심령으로 이 글을 접하자 라는 말씀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2장 병자와 죄인의 친구

금식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혼인 집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을 때에 금식할 수 있느냐 신랑과 함께 있을 동안에는 금식할 수 없느니라 그러나 신랑을 빼앗길 날이 이르리니 그 날에는 금식할 것이니라

예수님은 금식이 쓸데없다고 말씀하신게 아니라 다만 시기를 불문하고 자신의 경건함과 의로움을 드러내기 위한 금식을 지적한 것이다. 금식은 하나님 앞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겸손과 순종의 행위여야 한다.

 

21.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기운 새 것이 낡은 그것을 당기어 해어짐이 더하게 되느니라

22.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와 부대를 버리게 되리라 오직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느니라 하시니라

의미나 내용은 무시되고 틀에 메인 형식에만 집중한다면 그곳은 하나님 나라가 아닐 것이다.

혼인 집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을 때 금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잘 즐기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나의 원함이 아니라 겸손과 순종으로 하나님의 원함으로 따라야 할 것이다.

 

오직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느니라 하시니라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한다?

 

안식일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

28.이러므로 인자는 안식일에도 주인이니라

예수님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필요는 의식법이나 형식적인 종교 행위보다 우선한다.

안식일의 참된 정신 안식일에도 배고픈 자를 먹이고 궁지에 빠진 자를 도와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보여주심.

 

3장 열 두 제자와 참 가족

무리가 예수를 둘러 앉았다가 여짜오되 보소서 당신의 어머니와 동생들과 누이들이 밖에서 찾나이다 33.대답하시되 누가 내 어머니이며 동생들이냐 하시고 34.둘러 앉은 자들을 보시며 이르시되 내 어머니와 내 동생들을 보라 35.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예수님은 때마침 찾아온 가족을 통해 육적인 가족보다 더욱 소중하고 영원한 영적인 가족관계를 비유적으로 적절하게 교훈

 

혈연적인 관계에 연연하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기위해 인간의 정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형에게서 사명자의 길을 보았고 그에 따른 외로움도 보았다.

나에서 가족, 가족에서 친구 이런 형태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평범한 인간에게는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찾아온 가족을 외면하는 예수님의 마음과 그 가족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가족은 순간 서운함을 느꼈을 수 있지만 인류의 행복을 지고 가는 위대한 성인으로서의 예수님을 기꺼이 이해했을 것이다. 단순한 혈연관계를 넘어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메시지. 나 중심, 가족 중심에서 벗어나 인류애를 보여주신 예수님의 행동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4장 천국 비유와 이적

씨뿌리는 자의 비유

들으라 씨를 뿌리는 자가 뿌리러 나가서

4.뿌릴새 더러는 길 가에 떨어지매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고

5.더러는 흙이 얕은 돌밭에 떨어지매 흙이 깊지 아니하므로 곧 싹이 나오나

6.해가 돋은 후에 타서 뿌리가 없으므로 말랐고

7.더러는 가시떨기에 떨어지매 가시가 자라 기운을 막으므로 결실하지 못하였고

8.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 자라 무성하여 결실하였으니 삼십 배나 육십 배나 백 배가 되었느니라 하시고

9.또 이르시되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하시니라

길가 (사탄, 망각), 돌짝 밭 (시험, 고난), 가시덤불 (욕망, 유혹)

씨뿌리는 농부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 길가에 떨어진 씨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긴 하지만 곧바로 사탄에게 그 말씀을 빼앗겨 버리는 자들이다. 돌밭에 떨어진 씨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기쁘게 듣지만 그 말씀이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여 말씀 때문에 환란이나 박해를 받으면 곧장 넘어지는 자들.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들, 그들은 말씀을 듣긴하지만 세상살이의 염려와 재물의 유혹 그 밖의 다른 욕심들이 그 마음속에서 말씀을 막아서 아무런 열매도 맺지 못하는 자들을 가리킨다.

좋은 땅에 뿌려진 씨들, 하나님 말씀을 잘 듣고 그 말씀을 마음속에 단단히 뿌리내려 그 말씀대로 살아가는 자들.

듣고 흘려버리는 사람, 듣지만 시험이나 고난에 들면 넘어지는 사람, 또한 말씀을 듣지만 세상살이의 욕망과 유혹에 빠져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사람. 또 말씀을 마음속에 단단히 뿌리내려 그 말씀대로 살아가는 사람 우리 현실이 이야기다. 지식을 통해서든 관계를 통해서든 우리는 듣고 알지만 그것을 삶에 적용하는 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그냥 길가나 돌짝밭 가시덤불에 뿌려져 죽어버리는 것이 더 많은 것이다. 나는 어떠한가? 나는 그동안 무심히 흘리거나 작심 3일로 금세 포기해버리거나 또 나의 욕심과 욕망에 사로잡혀 다른 환상을 쫒기도 했다. 마음은 아주 무심하거나 약하거나 허황된 욕심을 부린다. 옳게 뿌리내린 말씀 그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내게 너무도 간절히 필요한 일이다.

매 순간 깨어 나를 관찰해야 한다. 또 무심하게 흘려보내고 있는지, 또 힘들다고 내팽게치고 있는지, 다른 곳에 마음을 두고 있는지 말이다. 항상 정신을 깨우고 매사에 전일하며 살고 싶다.

 

 

5 병자를 고치시는 예수님의 권능

6 예수님의 사역과 이적

오병이어 예수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게 하시고 또 물고기 두 마리도 모든 사람에게 나누시매 42.다 배불리 먹고 43.남은 떡 조각과 물고기를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 44.떡을 먹은 남자는 오천 명이었더라

 

오병이어의 기적에는 어떤 비유가 포함되어 있는 걸까?

 

7 율법 정신과 치유 이적

 

음식을 먹기 전에 손과 몸을 씻는 유대 장로들의 전통이 신성불가침의 십계명이라도 되는 양 노발대발하며 시비를 거는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 교사들

 

이 백성이 입으로는 나를 섬긴다 하면서도 마음은 내게서 아주 멀리 떠나 있구나. 그들이 거짓된 마음으로 내게 예배를 드리고 사람이 제멋대로 만든 규칙만을 가르치고 있구나.

 

그렇소 마찬가지로 오늘날 당신들도 하나님의 계명은 버려둔 채 사람들이 만든 전통만을 고집하고 있소. 하나님의 계명이 아니라 사람의 계명에 따라 하나님을 경배한다면 그것은 거짓되고 헛된 것이다.

 

그것 무엇이든 밖에서 몸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이 여러분을 더럽힙니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을지어다.

 

생각해보아라 너희가 먹는 음식물은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단지 뱃속으로 들어가므로 그것들은 배설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므로 모든 음식물은 사실상 다 깨끗하다고 볼 수 있느라

 

그러나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들은 참으로 그 사람을 더럽힌다. 악한 생각들은 모두 사람의 마음속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들이 아니냐? 음행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비방 교만 어리석음 등 이 모든 악한 것들이 사람의 마음속에서 나와서 그 사람을 더럽히느니라.

 

음식물의 정함과 부정함에 관한 구약시대 레위기 율법은 단지 영적인 정결함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위한 표면적인 방편이었다.

사람의 안에서 나오는 것들, 그건 행동 이전의 어떤 마음가짐일 것이다. 마음 안에 시기, 교만, 어리석음들로 인해 우리는 고통받는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사실 외부의 환경보다는 마음속의 생각이나 관념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외부의 사건이나 사람들로 인해 고통받는다고 믿지만 사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이다. 어떻게 마음 먹는가에 따라 우리의 삶은 달라진다. 마음 안에 탐욕, 악의, 시기, 비방, 교만, 어리석음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것들로부터 깨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 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매 순간의 욕망들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하겠다.

 

수로보니게 여인의 큰 믿음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지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여자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예수의 행동 ; 일차적인 사역 대상은 이스라엘 백성, 있는 그대로를 말함, 개 경멸과 악함의 뜻이 아니라 애완용 강아지를 말함. 우선순위의 문제? 그렇다면 자신의 가족도 외면한 예수님께 우선 순위란게 과연 존재하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왜 자녀와 개로 구분하였을까?

수로보니게 여인의 행동 : 너 낮은 자세로 임함,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

 

예수께서 귀먹고 말 더듬는 사람을 고치심

사람들이 귀 먹고 말 더듬는 자를 데리고 예수께 나아와 안수하여 주시기를 간구하거늘

예수께서 그 사람을 따로 데리고 무리를 떠나사 손가락을 그의 양 귀에 넣고 침을 뱉어 그의 혀에 손을 대시며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시며 그에게 이르시되 에바다 하시니 이는 열리라는 뜻이라

그의 귀가 열리고 혀가 맺힌 것이 곧 풀려 말이 분명하여졌더라

 

예수님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자신이 행하려는 바를 보여주셨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최선을 다해 정성을 기울이는 자상한 의사.

말보다는 행동으로 자신이 행하는 바를 보여주시는 예수님이시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만드시고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이든 기꺼이 치료해주시고 돌봐주신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행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본받고 싶다.

 

8장 바리새인의 누룩과 베드로의 신앙고백

적은 음식물로 4천 명을 먹이신 이적

오병이어에 이어 칠병이어의 기적

 

예수께서 벳새다의 시각장애인을 고치심

예수께서 맹인의 손을 붙잡으시고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사 눈에 침을 뱉으시며 그에게 안수하시고 무엇이 보이느냐 물으시니 24.쳐다보며 이르되 사람들이 보이나이다 나무 같은 것들이 걸어 가는 것을 보나이다 하거늘 25.이에 그 눈에 다시 안수하시매 그가 주목하여 보더니 나아서 모든 것을 밝히 보는지라

 

십자가 고난에 대한 첫 번째 예고

예수께서 돌이키사 제자들을 보시며 베드로를 꾸짖어 이르시되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하시고

34.무리와 제자들을 불러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35.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

자기 중심적인 생각과 자신만의 안위만을 생각한다면 결국은 세상으로부터 도태되고 분리되고 만다. 한단계 더 나아가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결국 단단하게 굳은 에고로부터 벗어나야 영혼의 자유, 곧 구원을 얻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예수님의 변모와 제자 훈련

권능으로 임할 하나님 나라

가장 높은 자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뭇 사람의 끝이 되며 뭇 사람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 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요 누구든지 나를 영접하면 나를 영접함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를 영접함이니라

 

예수님은 당시에 세상에서 하찮은 존재로 가볍게 취급받던 어린아이를 따뜻한 가슴으로 영접하는 것이 진정으로 크고 높게 되는 비결이라고 가르치셨던 것이다.

아이는 섬김의 모델- 시대의 가장 낮은 자였기 때문

가장 낮은 자로 임하시다. 이 땅에 낮고 낮은 종으로 오시네.

가장 어려운 일일지 모르겠다. 세상에 소외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진정한 위안과 사랑을 베푼다는 것이 진정으로 그 모든 것을 품는다는 것이 예수님이시기에 가능할 것이다. 나의 보잘것없음 나의 아무것도 아님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듯하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들을 가르고 분류하고 그들을 은근히 피하거나 무시한다. 낮은 곳으로 임한다는 말씀은 아직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지만 여전히 발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예수님의 이런 행동이나 말씀을 그림자라도 따르고 싶다.

 

죄의 유혹을 떨쳐내라

또 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작은 자들 중 하나라도 실족하게 하면 차라리 연자맷돌이 그 목에 매여 바다에 던져지는 것이 나으리라 43.만일 네 손이 너를 범죄하게 하거든 찍어버리라 장애인으로 영생에 들어가는 것이 두 손을 가지고 지옥 곧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나으니라 45.만일 네 발이 너를 범죄하게 하거든 찍어버리라 다리 저는 자로 영생에 들어가는 것이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나으니라 47.만일 네 눈이 너를 범죄하게 하거든 빼버리라 한 눈으로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나으니라 48.거기에서는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아니하느니라

무언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방해하고 우리의 영성에 해를 끼치는 무엇이 있다면 곧 우리로 죄짓게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아주 과감하게 가차없이 제거해야 한다는 것,

분명 올바른 길을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수많은 어려움과 장애가 따를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손을 자르고 목을 메어 바다에 던지고 다리를 찍고 눈을 멀게 할 만큼의 각오가 필요하다. 잠깐의 안일한 태도로도 우리는 쉽게 미혹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원칙과 각오가 절실히 필요하다. 절대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사람마다 불로써 소금 치듯 함을 받으리라

소금은 좋은 것이로되 만일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이를 짜게 하리요 너희 속에 소금을 두고 서로 화목하라 하시니라

죄짓지 말고 소금 같은 삶을 살아갈 것을 교훈, 소금은 음식물의 상함과 부패를 막는 방부제 역할 즉 예수님 말씀에 바탕을 둔 신실하고 거룩하고 선한 삶으로 세상의 타락과 부패를 방지

공동체를 화목하게 만들고 밖으로는 세상의 타락과 부패를 적극적으로 방지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10장 올바른 혼인관과 재물관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라 15.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누구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 아이와 같이 받들지 않는 자는 결단코 그 곳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하시고 그 어린 아이들을 안고 그들 위에 안수하시고 축복하시니라

하나님의 나라는 어린아이 같은 자들의 것이다. 어린아이 같은 마음은 때 묻지 않고 순수하고 순전한 마음, 시키는 대로 행하는 순종과 믿음과 겸손의 마음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와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는 30.현세에 있어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식과 전토를 백 배나 받되 박해를 겸하여 받고 내세에 영생을 받지 못할 자가 없느니라 그러나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

 

자기 부인의 삶 곧 예수 그리스도와 천국복음을 위해 현세에서는 온갖 핍박을 각오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구원과 영생을 누릴 시민 자격이 있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자만하지 말고 부단히 앞으로 전진해 나아가야 한다.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을지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44.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45.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누구든지 크고 높은 자가 되려는 사람 그 사람은 지극히 작고 낮은 종이 되어 자신을 희생하면서 다른 이들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 그 완벽한 본보기가 바로 섬기는 종으로 오신 메시아 예수다.

 

11장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저주받은 무화과 나무

멀리서 잎사귀 있는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 그 나무에 무엇이 있을까 하여 가셨더니 가서 보신즉 잎사귀 외에 아무것도 없더라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님이라 14.예수께서 나무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제부터 영원토록 사람이 네게서 열매를 따 먹지 못하리라

 

무성한 잎사귀는 사람을 현혹하는 위선적인 겉치레 같은 것, 삶이 열매가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열매가 없는 자들, 당시의 위선적인 바리새인들과 율법 교사들에게 경고.

 

위선적인 겉치례에만 집중하는 자들을 경고하셨다. 겉만 화려하게 꾸미고 실제는 그와 다른 기만적인 것들을 스스로 분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거룩한 의분

그들이 예루살렘에 들어가니라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사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자들을 내쫓으시며 돈 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 엎으시며 16.아무나 물건을 가지고 성전 안으로 지나다님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거룩한 의분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다가왔다. 의분-불의에 대하여 일으키는 분노

분노는 이성을 잃어 충동적으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옳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하고 그것을 시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예수님에게도 분노는 필요했다. 삶의 희노애락을 모두 느끼시는 분이셨다.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안 좋거나 나쁜 것으로 생각했던 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때에 따라 우리에게 불의를 향한 분노의 감정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감정에 치우친 이성을 잃어버린 화가 아니라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의 원칙을 가지고 불의에 대해 분노할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용서 아무에게나 혐의가 있거든 용서하라 그리하여야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허물을 사하여 주시리라 하시니라

하나님께 죄를 용서 받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에게 죄 지은 자부터 용서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용서 받고자 한다면 먼저 용서하라. 내가 용서를 해야 할 자는 누구일까?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은 많은 것 같지만 내가 용서해야 할 대상은 잘 모르겠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렌데... 특별히 밉거나 싫은 대상이 없는 듯 하다. 그런 사람들은 이미 단절 시키고 관계를 모두 끊었다는 편이 더 맞다. 하지만 지금은 그 대상들도 내가 용서 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용서를 구해야하는 사람들이 된듯하다. 나의 무지와 무관심, 애정 없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피해를 입혔다. 정말 나는 죄인이다. 내 존재로 많은 해를 끼쳤다. 그러는지도 모르고 그랬다. 세상 모든 것에 용서를 구하고 싶다.

 

가장 크고 중요한 계명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신 것이요 31.둘째는 이것이니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라 이보다 더 큰 계명이 없느니라

1. 하나님 사랑(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생각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을 사랑하라 )2. 이웃사랑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사랑하며 살고 싶다.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주위 사람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내가 조금씩 성장해 가기를 원하는 것처럼 주위에 모든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어느 면에서든 조금씩 나아져서 삶의 고통으로부터 나아지기를 바란다. 내 몸처럼 사랑하면 그들의 성장이나 성공이 큰 기쁨이 될 것이다. 실제의 나는 그들보다는 내가 더 잘되기를 소망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들이 조금씩 희석되고 있는 것 같다. 나의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고 변해가고 있음을 안다. 그렇게 또 조금씩 나아질 것을 믿는다. 세상 모든 것들이 자기 자리에서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있음을 세상 모두가 아름답다. 그들을 내 몸과 같이 아끼고 사랑하는 일은 그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관심과 애정을 줄까 세심하게 고민하고 그 마음이 표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고민이다. 그에게 정말 필요한 한결같은 관심과 애정으로 다가가고 싶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가난한 과부는 헌금함에 넣는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 44. 그들은 다 그 풍족한 중에서 넣었거니와 이 과부는 그 가난한 중에서 자기의 모든 소유 곧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하시니라

예수님은 헌금의 액수보다 헌금 바치는 자의 마음 자세, 그의 생활 형편과 처지 그리고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나는 믿음 등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고 말씀하셨다.

 

13장 세상 끝날 징조와 재림

주의하라 깨어 있으라 그 때가 언제인지 알지 못함이라

깨어 있으라 집 주인이 언제 올는지 혹 저물 때일는지, 밤중일는지, 닭 울 때일는지, 새벽일는지 너희가 알지 못함이라 36.그가 홀연히 와서 너희가 자는 것을 보지 않도록 하라

37.깨어 있으라 내가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니라 하시니라

언제 닥쳐올지 모를 재림에 대비하여 정신을 차리고 항상 깨어있는 것이다.

 

14장 배반당하고 수난받는 예수님

예수님의 머리에 향유를 부은 여인

한 여자가 매우 값진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옥합을 가지고 와서 그 옥합을 깨뜨려 예수의 머리에 부으니 4.어떤 사람들이 화를 내어 서로 말하되 어찌하여 이 향유를 허비하는가 5.이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 이상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줄 수 있었겠도다 하며 그 여자를 책망하는지라 6.예수께서 이르시되 가만 두라 너희가 어찌하여 그를 괴롭게 하느냐 그가 내게 좋은 일을 하였느니라 7.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으니 아무 때라도 원하는 대로 도울 수 있거니와 나는 너희와 항상 함께 있지 아니하리라 8.그는 힘을 다하여 내 몸에 향유를 부어 내 장례를 미리 준비 하였느니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려는 목적으로 행해진 신실함과 관대함이 결코 비난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

주님을 영예롭게 하기위해 자신의 최선과 최고의 것을 바치는 행위는 결코 헛된 낭비가 아니라 귀한 헌신이라는 점이다.

평상시에는 근검 절약하면서도 필요한 곳에는 아끼지 않고 기꺼이 쓴다. 그것이 나의 안위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누군가를 돕기 위함이라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귀한 헌신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최선과 최고를 누군가에게 헌신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고귀한 정신일 것이다.

 

놀라운 표적 (예수님의 열한 제자뿐만 아니라 복음을 믿는 자들 모두에게 주어짐)

귀신을 쫓아냄

새 방언으로 말함 낯선 언어를 뜻함

손으로 뱀을 만지거나 입으로 독을 마시더라도 전혀 해를 입지 않음- 믿는 자들이 성령의 능력으로 충만한 권능을 받으면 해를 끼치는 뱀이나 독 같은 세상과 사탄의 공격으로부터 능히 보호를 받을 것이라는 의미

병자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임 예수님의 승천 이후 이 은사는 제자들에게 주어져서 많은 병 고침의 표적을 베풀었다.

 

4가지의 표적들을 보면서 어렸을 적 교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탄아 물러가라! 이런 말들과 뭐라고 중얼거리듯 하는 방언의 기도와 아픈 사람이 목사님 앞으로 기어 나왔다가 걸어가는 동영상 장면들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또 이상한 교회에서 신도들에게 귀신을 쫓는다며 마구 때려서 죽음에 이른 사건들도 떠올랐다. 그땐 왜 교회라는 곳에서 저런 해괴한 짓을 할까 이상하기도 무섭기도 했었는데 이 표적들을 보니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귀신을 쫓아내고 병자를 치유하는 일이 그들의 예수님의 권한을 받아 행하는 임무이고 사명이었던 것이다. 사실은 지금도 사탄, 귀신, 이런 절대 악이란 개념에 반감이 생긴다. 세상에 그런 절대 선이나 절대 악이 과연 존재할까?!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비유로 생각하니 조금씩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삶에서 내가 성장하기 위해 나를 가로막는 많은 장애와 어려움들이 나의 사탄이고 귀신일 수 있다. 그런 것들의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아주 분명한 원칙과 절대 타협하지 않을 삶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예수님의 말씀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 순종하고 겸허히 따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삶의 푯대를 세우는데 예수님의 모든 말씀과 행동을 자신의 기준으로 삼고 예수님의 그림자라도 따르는 삶은 분명 훌륭한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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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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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광장

최인훈

 

p12 사람은 초목이나 짐승과 달라서 이 짐작이라는 것을 나면서 몸에 지니고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는 동안에 저편에서 가르쳐주고 제가 깨달아간다는 것이 사람의 삶의 어려움이다. 그런데 그 짐작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혼자 힘으로 깨닫기는 혼자서 태어나기 어려운 만큼이나 어려운 시대라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19 풍문을 듣듯 산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풍문에 만족하지 않고 현장을 찾아갈 때 우리는 운명을 만납니다. 운명을 만나는 자리를 광장이라고 합시다.

 

35 허구한 나날 앉은 자리에서 뭉개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삶은 그저 살기 위하여 있다. 이 말이었다.

 

35 온누리가 덜그럭 소리를 내면서 움직임을 멈춘다. 조용하다. 있는 것마다 있을 데 놓여져서, 더 움직이는 것은 쓸데없는 일 같다.

 

36 쉴새없이 움직이고 쫓아가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비치는 단단함 속에 젖어가면서 살 수 있는 삶, 명준이 찾는 삶이다.

 

38 보람있는 일이라면 도깨비하고 흥정해도 좋다고 뽐내지만 도깨비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44 책장을 대하면 흐뭇하고 든든한 것 같았다. 알몸뚱이를 감싸는 갑옷이나 혹은 살갗 같기도 하다. 한 권씩 늘어갈 적마다 몸속에 깨끗한 세포가 한 방씩 늘어가는 듯한 자기와 책 사이에 걸친 살아 있는 어울림을 몸으로 느낀 무렵이 있다. 두툼한 책 마지막 장을 닫은 다음 창문을 열고 내다보는 눈에는 깊은 밤 괴괴한 풍경이 무언가 느긋한 이김의 빛깔로 색칠이 되곤 했다.

 

44 여자를 껴안고 뒹구는 건 사람의 여러 가지 몸부림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여자 말고 싸움을 택한다. 그래서 그는 알렉산더가 되고 징지스칸이 된다. 어떤 사람은 물질 사이에 걸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미줄을 택한다. 그래서 그는 갈릴레이가 되고 뉴턴이 된다.

 

48 지식을 다룬다면 어항 속 들여다보듯 뻔한 그녀들의 속이, 성이라는 자리에서 보면 보석처럼 단단한 벽으로 바꿔지고 말아, 관찰이라는 빛은 그 벽에 부딪혀 구부러져서는 그만 간데없이 되고 만다.

 

54 갈빗대가 버그러지도록 뿌듯한 보람을 품고 살고 싶다는 거예요.

 

55 정치? 오늘날 한국의 정치란 미군 부대 식당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받아서 그 중에서 깡통을 골라내어 양철을 만들구, 목재를 가려내서 소위 문화주택 마루를 깔구, 나머지 찌꺼기를 가지고 목축을 하자는 거나 뭐가 달라요?

 

57 그는 밀실에만은 한 떨기 백합을 마려하기를 원합니다. 그의 마지막 숨을 구멍이기 때문이지요. 저희들에겐 좋은 아버지였어요. 국고금을 덜컥한 정치인을 아버지로 가진 인텔리 따님의 말이 풍기는 수수께기는 여기 있는 겁니다. , 좋은 아버지 인민의 나쁜 심부름꾼, 개인만 있고 국민은 없습니다. 밀실만 푸짐하고 광장은 죽었습니다. 각기의 밀실은 신분에 맞추어 그런대로 푸짐합니다. 개미처럼 물어다 가꾸니깐요, 좋은 아버지 불란서로 유학 보내준 좋은 아버지 깨끗한 교사를 목자르는 나쁜 장학관 그게 같은 인물이라는 이런 역설, 아무도 광장에서 머물지 않아요. 필요한 약탈과 사기만 끝나면 광장은 텅 빕니다. 광장이 죽은 곳, 이게 남한이 아닙니까? 광장은 비어 있습니다.

67 속에서 탈대로 타고 난 무서움의 잿더미에 미움의 찬비가 소리 없이 내리면서 남은 재를 고스란히 적시며 명준의 온몸에 스며간다. 부드득 이 가는 미움보다 더 차분하지만 사무치는 미움이다.

69 아버지는 그에게 튼튼히 이어져 있었다. 아버지는 그의 옆방에 살고 있다. 옆방에 사는 아버지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명준의 방문을 부수고 들어와서 그에게 대신 행패를 부린 것이었다.

71 와 웃음이 터진다. 명준은 고개를 숙이고 발끝을 내려다본다. 아버지 이름이 놀림받는 자리에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태어나는 것을 알았다.

 

74 이명준, 자 보람있는 삶이 끝내 자네 것이 된것야. 갈빗대가 버그러지도록 벅찬 불안에 살 수 있게 되지 않았나. 하루의 시간이 어두운 무서움으로 짙게 칠해진 알차게 익은 시간이란 말일세. 자네가 그렇게 조르던 바람이 아닌가. 이제 심심하단 말은 말게.

75 적어도 나의 방 자물쇠는 장난감이었던 모양이다.

 

76 이런저런 생각에 엎치락뒤치락하였으나 어느덧 쉼 없이 밀려드는 잠의 물결 속에서 몇 번 꼴깍꼴깍 허덕이다가 끝내 깊은 밑바닥으로 푹, 가라앉아버린다.

 

77 자기 삶이 어떤 나무에서 익을 대로 익은 끝에 곱다랗게 자리잡고 있던 가지에서 뚝 떨어지기 앞선 얼마 동안, 새로운 움직임을 마련하는 숨결이 아무래도 본인에게 새어나게 마련이다. 두터운 벽을 가진 방안에서 주고받은 말소리가 듣는 사람에게 안다까움을 주는게 사실이라면, 문득 귀찮아져서 엿듣기를 그만두는 마음도 있을 수 있다. 명준은 자기 밖에서 또 안에서 아끼던 물건이 흠짓흠짓 허물어져가는 소리를 듣고 있다.

 

78 조건을 쑥 뽑은 다음에 그 어떤 알맹이가 남는다는 건, 곧 아름다운 미신이다.

 

83 먹이를 노리고 있는 모습이련만 떼어놓고 보기에는 날개를 기울이며 때로 내려꽂히고 때로 번듯 뒤채이며 스르르 미끄러지는 노곤한 그림 한 폭이다.

 

85 자기 품에서 숨을 할딱이던 바로 그 몸이라는 일은 그에게 자랑스러움을 준다.

 

109 윤애라는 사람 대신에 뜻이 통하지 않는 억센 한 마리 짐승을 보는 것이었다.

 

110 그의 말이 미치치 못하는 어두운 골짜기에 그녀는 뿌리를 가진 듯했다.

 

117 인민이란 그들에게 양떼들입니다. 그들은 인민의 그러한 부분만 써먹습니다. 인민을 타락시킨 것은 그들입니다. 그리고 북조선의 공산당원들은 치사하고 비굴하고 게으른 개들입니다.

양들과 개들을 데리고 위대한 김일성 동무는 인민공화국의 수상이라? 하하하......

 

137 대중은 오래 흥분하지 못한다. 그의 감격은 그때뿐이다. 광장에는 플래카드와 구호가 있을 뿐 피묻은 셔츠와 울부짖는 외침은 없다. 그건 혁명의 광장이 아니었다. 따분한 매스게임에 파묻힌 운동장 이런 조건에서 만들어내야 할 행동의 방식이란 어떤 것인가.

 

참으로 그것은 밀림이었다. 그럴듯한 오솔길을 발견했다 싶어 따라가면 어느새 그야말로 일찍이 다져진 밀림속의 광장에 이르는가 하면 지금 자기가 가진 연장과 차림을 가지고는 타고 내리기가 어림없는 낭떠러지가 나서는 것이었다.

 

138 목숨에 대한 사랑과 오랜 시간이 있어야 할 모양이었다.

 

줄거리

소설의 주인공 이명준은 철학과 학생이었으며 아버지는 북한으로 월북해 버리고 어머니는 돌아가셔서 지인인 은행장 집의 남매 영미와 태식과 함께 지내며 살아간다. 나름의 부유층과 한가롭게 어울리면서 살아가지만 마음 속은 밀실과 광장에 대한 꿈을 지닌다.

밀실은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공간, 광장은 세상으로 나아가 사람들과 함께 온몸으로 뛰어들어 운명을 만나는 공간을 말한다.

 

갈빗대가 버그러지도록 뿌듯한 보람을 품고 살고 싶다는 거예요. (p54)

 

쉴새없이 움직이고 쫓아가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비치는 단단함 속에 젖어가면서 살 수 있는 삶, 명준이 찾는 삶이다.(P36)

 

그의 막연한 이상과는 별개로 현실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친다. 월북한 아버지가 북한 방송에 얼굴을 비추면서 이명준은 갑자기 빨갱이로 몰리고 형사에게 이유없는 폭행을 당한다.

이명준의 밀실이 점점 무너짐을 느끼며 인천에 사는 윤애네 집에 머무른다. 윤애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윤애를 가지려하지만 윤애의 몸과 마음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명준은 광장의 꿈을 안고 월북한다.

 

하지만 북한의 실정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실감한다. 이념은 없고 복사과 무한 반복만 존재했다. 그들의 말에는 색깔의 바뀜도 없고 냄새도 없었다. 신명이 아니고 신명난 흉내였다. 혁명이 아니고 혁명의 흉내였다. 월북한 아버지의 힘으로 노동신문 기자가 되지만 그는 어떤 표현의 자유도 얻을 수 없었다. 자아 비판장에 서서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자신을 비판하고 있었다. 그것이 이 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길임을 알았다. 떤 그럴 수 없이 값진 요령을 깨달은 것을 알았다. 슬픈 깨달음이었다. 알고 싶지 않은 슬기였다. 그는 가슴에서 울리는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이명준이 유일하게 자신의 밀실에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은혜였다. 은혜만이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진리였다. 세상에 태어나서 지금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진리의 벽을 더듬은 듯이 느꼈다. 그는 손을 뻗쳐 다리를 만져보았다. 이것이야말로 확실한 진리다. 명준은 자신의 유일한 손에 잡히는 그녀에게 더욱더 매달린다. 하지만 그녀는 명준을 속이고 모스크바로 떠난다.

 

그러던 중 6.25 전쟁이 벌어지고 공산군 고위 장교로 참전한 명준은 자신이 남한에서 고초를 치뤘던 곳에서 자신이 형사의 입장이 되어 김태식을 만난다. 김태식은 자신이 은혜를 입었던 은행장의 아들, 친구처럼 지내던 사이이다. 김태식은 자신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았던 윤애의 남편이 되어있었다. 명준은 악인이 되어 감태식을 고문하고 윤애를 농락하려하지만 결국은 둘다 풀어준다.

 

낙동강 인근 전쟁터에서 윤혜와 명준은 다시 만난다. 은혜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명준을 찾으려 간호병으로 자원해서 이곳에 왔다. 명준과 은혜는 다시 깊은 사랑을 나눈다. 광활한 전쟁터에서 둘은 서로의 밀실이 되어 위로와 쉼을 준다. 은혜는 아이를 임신하지만 결국 전쟁터에서 죽고 만다. 이후 포로가 된 명준은 남한행과 북한행 모두를 포기하고 중립국을 선택한다.

 

중립국으로 행하는 타고르호에서 명준은 갈매기를 보며 은혜와 아이를 떠올린다. 그리고 자유로운 푸른 광장으로 떨어지며 바다 속으로 투신한다.

 

느낀점

명준은 우리와 닮아있다. 우리는 모두 밀실과 광장을 꿈꾸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단단한 정체성을 찾고 마음껏 두발을 뻗고 누울 수 있는 밀실과 광장으로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며 나의 소리를 내고 싶은 욕망이 함께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명준은 자신의 밀실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부 상황에 의해 무너지고 흔들렸다. 광장에 나가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을 때도 사회는 앵무새가 되길 강요했다. 밀실도 광장도 자신이 생각하는 짐작이나 예상과는 달랐다. 그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허무했고 괴로웠고 슬펐다. 유일한 연인만이 자신의 실체였고 진리였다. 하지만 그 여인마저 죽자 명준은 그 어디에도 존재할 곳이 없었다. 밀실은 허물어졌고 광장의 동상은 넘어졌다. 그는 자유를 향해 은혜와 아이를 떠올리며 깊은 바다로 향한다. 밀실만 풍성한 남한, 무늬만 화려한 북한의 광장. 지금 내가 살고있는 이곳에 나의 밀실과 광장을 들여다본다. 나에게 밀실과 광장이 존재하는가?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준비되는 시기, 자기다워지는 시기를 밀실에서 준비해 간다면 나의 밀실은 아직 허술하다. 또 광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를 만들고 용기내어 사람들과 함께 온몸으로 뛰어들어 운명을 맞이하고 싶다.

 

거상의 자결을 다만 덩칰 큰 구경거리로 밖에는 느끼지 못한 바보도 있을 것이며 봄 들판에 부유하는 민들레 씨앗 속에 영원을 본 사람도 있다. 어떤 경로로 광장에 이르렀건 그 경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그 길을 얼마나 열심히 보고 얼마나 열심히 사랑했느냐에 있다.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17)

 

최인훈 선생님은 명준이라는 주인공을 남한과 북한이라는 아주 다른 환경 속에 넣어서 각각의 장소의 낭만과 처절함을 보여준다. 각각의 곳에서 논리로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실체를 보여준다. 남한에서의 단단히 보장되리라 믿었던 명준의 밀실을 단숨에 어이없이 부숴버리는 형사의 모습과 북한의 아름다운 광장일거라 믿었던 환상은 색깔도 냄새도 없는 신명의 흉내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념으로 분열된 한나라에서 벌어지는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참상의 모습들이 적나라하다. 남한에 살고 있는 나도 북한에 살고 있는 너도 각각의 형태로, 모습으로 그렇게 존재하고 있었다. 어디에서나 아름다움과 슬픔이 함께 묻어있다. 명준은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못하고 결국 흩어진다. 최인훈 선생님의 다각적인 관점과 시선들이 존경스럽다. 최인훈 선생님은 주인공의 내면의 깊은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나가고 결국 우리는 이렇게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인간이라는 내면의 수백개의 마음들을 쪼개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무진 기행의) 김승옥 선생님이 감각적인 문체로 마음의 겉을 쓸어 내렸다면

최인훈 선생님은 깊은 마음의 울림으로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 아래로 떨어졌다.

 

김승옥 선생님의 감각적인 표현과 문체들이 가벼운 바람에 날려 자유롭게 춤을 춘다면

최인훈 선생님의 묵직함은 땅으로 깊이 깊이 꺼져 어두운 지하실에 앉아 깊이 나를 사색하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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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9
김승옥 지음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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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무진으로 가는 버스

무진에 대한 지역 설명 ( 버스에 탄 농사 관계 시찰원인 듯한 두 분의 대화를 통해)

지역에 대한 설명을 통해 무진이라는 곳이 항구로도 농촌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낮아 오륙만의 인구들이 그럭저럭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린다.

 

P11 바람은 무수히 작은 입자로 되어있고 그 입자들은 할 수 있는 한 욕심껏 수면제를 품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생각되었다. 그 바람 속에는 신선한 햇볕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 그리고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는 길을 에워싸며 버스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산줄기의 저편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소금기, 그런 것들이 이상스레 한데 어울리면서 녹아 있었다. 햇볕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열장 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고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제약회사의 전무님이 될 것이다.

---> 바람 때문에 잠이 온다는 이야기를 수면제로 풀어감 (바람= 햇볕+ 공기의 저온+ 소금기 => 수면제)

 

P13 내가 깨어 있을 때는 수없이 많은 시간의 대열이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비웃으며 흘러가고 있었고 내가 잠들어 있을 때는 긴긴 악몽들이 거꾸러져 있는 나에게 혹독한 채찍질을 하였다.

--> 시간의 의인화

 

P14 하여튼 나는 무진에 대한 그 어두운 기억들이 그다지 실감 나게 되살아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 이른 아침, 광주에서 기차를 내려서 역 구내를 빠져나올 때 내가 본 한 미친 여자가 그 어두운 기억들을 홱 잡아 끌어당겨서 내 앞에 던져 주었다.

---> 어두운 기억들의 소환 이유

 

P19“옛날에 손금이 나쁘다고 판단 받은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자기의 손톱으로 손바닥에 좋은 손금을 파가며 열심히 일했다. 드디어 그 소년은 성공해서 잘 살았다.” 조는 이런 얘기에 감격하는 친구였다.

-->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가는 사람? / 어떻게든 성공에 집착하는 사람?

 

P36 내가 쓴 모든 편지들 속에서 사람들은 쓸쓸하다라는 단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단어는 다소 천박하고 이제는 사람의 가슴에 호소해 오는 능력도 거의 상실해 버린 사어같은 것이지만 그러나 그 무렵의 내게는 그 말밖에 써야 할 말이 없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아침의 백사장을 거니는 산보에서 느끼는 시간의 지루함과 낮잠에서 깨어나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닦으며 느끼는 허전함과 깊은 밤에 악몽으로부터 깨어나서 쿵쿵 소리를 내며 급하게 뛰고 있는 심장을 한 손으로 누르며 밤바다의 그 애처로운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의 그 안타까움, 그런 것들이 굴 껍데기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는 나의 생활을 나는 쓸쓸하다라는 지금 생각하면 허깨비 같은 단어 하나로 대신시켰던 것이다.

--->> 사어: 과거에는 사용되었으나 현재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는 언어.

과거의 편지를 다시 읽어 볼 때 쓸쓸하다라는 단순한 감정표현의 유치함을 스스로 대변하고 있음

 

p38 나는 그 방에서 여자의 조바심을 마치 칼을 들고 달려드는 사람으로부터 누군지가 자기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주지 않으면 상대편을 찌르고 말 듯한 절망을 느끼는 사람으로부터 칼을 빼앗듯이 그 여자의 조바심을 빼앗아 주었다. --> 여자의 적극적인 들이댐? 묘사

 

P39 나는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랑한다라는 그 국어의 어색함이 그렇게 말하고 싶은 나의 충동을 쫓아 버렸다. ---> 사랑한다란 말의 어색함 (공감)

 

P40 아내의 전보가 무진에 와서 내가 한 모든 행동과 사고를 내게 점점 명료하게 드러내 보여 주었다. 모든 것이 선입관 때문이었다. 결국 아내의 전보는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다. 나는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모든 것이 세월에 의하여 내 마음속에서 잊혀질 수 있다고 전보는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처가 남는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 전보와의 주고받는 대화

 

P41 “갑자기 떠나게 되었습니다. 찾아가서 말로써 오늘 제가 먼저 가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만 대화란 항상 의외의 방향으로 나가 버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써 알리는 바입니다. 간단히 쓰겠습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제 자신이기 때문에 적어도 제가 어려풋이나마 사랑하고 있는 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옛날의 저를 오늘의 저로 끌어다 놓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하였듯이 당신을 햇볕 속으로 끌어 놓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할 작정입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그리고 서울에서 준비가 되는 대로 소식 드리면 당신은 무진을 떠나서 제게 와 주십시오. 우리는 아마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쓰고 나서 나는 그 편지를 읽어 봤다. 또 한 번 읽어 봤다. 그리고 찢어 버렸다.

--> 주인공의 이중적인 마음을 잘 표현

 

p41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 속에 앉아서 나는 어디 쯤에선가, 길가에 세워진 하얀 팻말을 보았다. 거기에는 선명한 검은 글씨로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씌어 있었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가는 주인공을 묘사. 스스로의 무책임한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낌.

 

 차나 한 잔.

161 한 면 한 면을 천천히, 그러나 실상은 아무 기사도 보지 않은 채 넘겼다.

 

162 “화장지 좀 넣고 가세요.”

그가 방을 나설 때 아내는 둘둘 말린 휴지 뭉치에서 얼마간 찢어 내어 차곡차곡 접어서 그의 호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세심한 주의력을 가진 아내에게 감사와 귀여움이 섞인 느낌이 울컥 솟아나서 그는 손을 들어 아내의 볼을 쓰다듬었다. 아내의 볼 위에 눈물 자국이 남아있었다. 아침 식사 때 밥상 위에 기어 올라오는 작은 벌레를 그는 무심코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러 버렸는데 그것이 아내를 울게 만든 이유였다. 아내가 더듬거리며 말하는 내용을 종합하면, 그가 요즘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뚜렷이 이상해진 증거를 댈 순 없지만 느낌으로써랄까, 말하자면 조금 전 벌레를 잔인하게 눌러 버릴 때의 그는 확실히 좀 변해버린 사람 같다는 것이었다. 그전 같았으면 에잇, 더러운 게 있군”,하고 중얼거리면서 종이를 달라고 하여 거기에 벌레를 싸서 밖으로 던졌을 거라는 것이었다. 묵과하려고 했지만, 요즘 좀 당황해하고 있는 당신을 보니까 자기마저 이상스레 불안하고 허둥겨려진다고 하고 나서 울어서 미안해요하며 웃으면서 눈물을 닦았던 것이다. ==> 아내의 세심한 성격과 사랑스러움

 

164 영감은 술 때문에 항상 핏발이 서 있는 눈으로 그를 노려보면서 기어코 자기의 예상을 만족시키고 말겠다는 듯이 물어 대었다.

무슨 까닭이 있겠지. , 있구 말구. 틀림없이 있어.“ 영감은 자기 좋을대로 한마디 해 댔다.

=> 영감의 실감나게 우기는 표현

 

165 그것이 극히 잠깐 동안이었지만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던 그에게 모든 걸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계집애가 자기를 올려다보던 맑은 눈 속을 살짝 스치고 가던 게 어쩌면 연민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자 분노보다도 오히려 전신에서 맥이 빠져나가는 것을 그는 느끼면서 굳어진 얼굴로 문화부를 향하여 갔다.

===> 타인의 행동을 포착하여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인지하는 묘사

166 자기들의 데스크 앞에 앉아 있던 몇 명의 기자들이 여느 때와 달리 유별나게 반갑게 인사할 때는 그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자기도 덩달아서 지금 작별하듯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잠시 동안 그는 자기가 어떻게 처신을 해야 될지 알 수 없었다. 흐르던 시간이 갑자기 끊어지면서 공백이 생기는구나 하는 생각이 알 수 없는 부끄러움과 함께 그를 엄습했다. 그러고 있는 그를 문화부장이 구해줬다. ===>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묘사 그리고 다시 상황 속으로 연결

 

166 ”그려오지 않았는데요.“

말하고 나서 그는 금방 후회했다. 어쩌면 자기의 짐작이란 게 얼토당토않은 게 아닐까...... 자기의 신경과민으로 자기는 지금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러나 문화부장의 다음 말은 그의 그러한 희망에 찬 기대를 산산이 부숴버렸다. ====> 자신의 생각과 감정 속으로 빠져들다가 다시 상황 속으로 연결

 

168 ”, 듭시다.“ 문화부장이 말했다. 그들은 뜨거운 차를 홀짝거리면서 마셨다. 예의상 찻잔을 탁자 위에 잠시 놓았다가 다시 들어서 마시곤 했다 ===>형식적인 행위를 묘사

 

168 문화부장은 아마 그를 위로하느라 그런 얘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노엽게 들리었다. 아마 저 재미없는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 연재 중단을 통고하러 가서는 이 만화가의 예를 들겠지. 그리고 역시 말하겠지. 우리 신문에 수난이 닥친 모양입니다. ====> 주인공의 예상들이 너무 공감됨

 

169 문화부장은 마치 아주 무식한 사람처럼 얘기하고 있었다. 그는 문화부장이 지금 무식을 가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꾸어 말하자면 이쪽을 무식한 자로 취급하고 나서 자기가 이 무식한 자의 수준만큼 내려가 주겠다는 의도임이 틀림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문화부장이 괘씸해지기 시작했다.==> 문화부장의 피상적인 질문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 (공감)

 

169 문화부장은 그를 괘씸하게 여긴다는 말투로 얘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좀 전의 분노가 쑥 들어가 버리고 기가 죽어 버렸다. ”......사실 그렇죠.“ 그는 의미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는 이상스럽게도 이제야 자기가 그 신문사로부터 해고당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조금 전까지도 그는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 생긴 혼미 속에 갇혀서 지나치게 당황했다가, 지나치게 부끄러워했다가, 기가 죽었다가 노여워했다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 일련의 세밀한 자신의 감정들을 파악하고 있음

 

174 좀 걷다가 그는 신문사의 건물을 돌아보았다. 자기가 여기에 관계를 갖고 있던 그동안 타인들로 하여금 자기를 볼 때에 몇 점 더 놓고 보게 해 주던 그 회색빛 괴물을. 이 회색빛 괴물의 덕분으로 그는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긴 설명이 필요없이 자기를 신용해 버리게 할 수 있었다. 만일 이 괴물이 없었다면 평생을 두고 설명해도, 신용을 해 줄지 말지 모를 사람들로 하여금 말이다.==> 신문사를 괴물로 표현하지만 신문사에 대한 고마움과 아쉬움이 묻어있다.

 

175 그가 만일 친한 친구와 같이 들어왔더라면 그 친구에게 저 여자 굉장히 색이 강하겠는데.“라고 했을 얼굴을 가진 여자였다. ===> 타인을 빌린 표현 (보다 객관적으로 느껴짐)

 

181 그는 돌아서서 나와 버릴까 하고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창피하다는 느낌보다도 더 큰 것이 그를 끌고 가서 그를 문화부장 앞에 세워 놓았다. ===> 더 큰 것 ( 체면보다 시급한 먹고 살아야 하는 일 )

 

182 다방에 들어가서도 그는 오랫동안 화제를 공전시키고 있었다. ===> 반복을 공전으로 표현

 

184 문화부장의 손에서 돈이 벌써 마담의 손으로 넘어가 버렸다. ===> 생생한 표현력

 

191 그는 두 팔로 아내의 상반신을 껴안았다. 그러면서, 앞으로 자기도 아내를 때리게 될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자 앞으로 다가올, 아직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날들이 무서워져서 그는 울음이 터질 뻔했다. 그는 아내를 껴안고 자기의 팔에 힘을 주었다.===> 그의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과 앞으로 겪게 될지도 모를 불행에 대한 염려가 너무도 이해되고 공감되어 나도 함께 마음이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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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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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건강을 위해 유기농 식단과 비타민을 챙기고 매해 좀 더 성장하고 나아지고 싶은 향상심에 생일마다 작은 계획을 세운다. 상대에게 행여 폐를 끼칠까 싶어 약속시간은 항상 5분전에 도착하고 바쁜 동생의 상황을 고려해 전화보다는 문자를 선택한다. 자신의 아이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건진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자신의 마음속에 혹시라도 오만함이 있었다면 반성했다. 그녀는 그렇게 겸손하고 사려 깊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이 만16세 여고생과 조건만남을 갖고 음주운전 사고로 그 여고생이 죽었지만 이 모든 사실을 눈감았다. '타인의 고통에는 무관심한 남편과 아들'은 그저 무용담 정도로 이 사건을 맞이했고 꽤나 품위 있고 사려 깊은 그녀도 결국 자신의 이기심을 드러낸다. 검은 정장을 입고 그 여자아이의 장례식장에 찾아가지만 그들의 슬픔을 그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결국 타인의 삶이다’라고 말한다. 인맥과 돈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집으로 돌아와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듯 과거의 무용담처럼 말하고 싶어하는 남편을 거들어 한우 꽃살과 와인을 꺼낸다.남편과 다정하게 잔을 부딪히며 남긴 그녀의 마지막 말, ‘아마도 나는, 나와 영원히 화해하지 못할 것이다.’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다는 자책과 고백의 말로 들리지 않았다. 가진 자의 자기합리화, 비겁한 윤리일 뿐이다. ‘나는 이런 인간이야, 어쩔 수 없지뭐.’ 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내가 그녀의 상황이면 어떨까? 크게 다르지 않다. 좀 더 큰? 죄책감을 가질 수는 있었겠지만 아들을 마땅히 벌받게 두진 못했을 것 같다. 결국 같다. 나도 똑같다. 그래서 더욱 그녀를 못마땅히 여기고 비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그녀처럼 품위를 갖고 싶었다. 좀 더 겸손하고 배려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건강을 챙기며 보다 관리된 삶을 살고 싶어했다. 그녀처럼 매일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원하고 정체되기싫어 열심히 배웠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비일상적인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면 나도 그녀처럼 되지 않을 자신이 없다. 내 마음은 분명 말하고 있다. 옆집아이보다 내 아이가 더 소중하다 라고.

책장을 덮으며 지금 내가 지키려고 애쓰는 많은 것들(배려,겸손,예의..)이 그저 평화로운 내 삶에서 비롯된 것이고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음에 당혹스럽다.

“지난주 손님들하고 갔었는데 양식도미를 내놓더라고 품위없이 말이야.”

품위를 따지는 현우 아빠를 보며 진짜 품위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품위 : 사람이 갖추어야할 위엄이나 기품(고상한 품격;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정의를 보니 그들은 품위있는 척만 했지 진짜 품위는 없었다. 사람 된 바탕으로 기본적인 됨됨이가 부족했다. 적어도 죽은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반성은 있어야했다. 이미 지나간 과거인 듯 잔을 부딪히며 스스로 면죄부를 내리는 그들은 누구보다 천하다.

우연적인 인연의 세계에서 누구에게나 비일상적인 날들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날, 내가 지키려고 했던 품위들이 '제대로' 발휘되길 바래본다. 그건 분명 외면적인 체면이나 격식이 아닌 내 안에서 뜨겁게 흐르는 것이어야 가능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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