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9
김승옥 지음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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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무진으로 가는 버스

무진에 대한 지역 설명 ( 버스에 탄 농사 관계 시찰원인 듯한 두 분의 대화를 통해)

지역에 대한 설명을 통해 무진이라는 곳이 항구로도 농촌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낮아 오륙만의 인구들이 그럭저럭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린다.

 

P11 바람은 무수히 작은 입자로 되어있고 그 입자들은 할 수 있는 한 욕심껏 수면제를 품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생각되었다. 그 바람 속에는 신선한 햇볕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 그리고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는 길을 에워싸며 버스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산줄기의 저편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소금기, 그런 것들이 이상스레 한데 어울리면서 녹아 있었다. 햇볕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열장 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고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제약회사의 전무님이 될 것이다.

---> 바람 때문에 잠이 온다는 이야기를 수면제로 풀어감 (바람= 햇볕+ 공기의 저온+ 소금기 => 수면제)

 

P13 내가 깨어 있을 때는 수없이 많은 시간의 대열이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비웃으며 흘러가고 있었고 내가 잠들어 있을 때는 긴긴 악몽들이 거꾸러져 있는 나에게 혹독한 채찍질을 하였다.

--> 시간의 의인화

 

P14 하여튼 나는 무진에 대한 그 어두운 기억들이 그다지 실감 나게 되살아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 이른 아침, 광주에서 기차를 내려서 역 구내를 빠져나올 때 내가 본 한 미친 여자가 그 어두운 기억들을 홱 잡아 끌어당겨서 내 앞에 던져 주었다.

---> 어두운 기억들의 소환 이유

 

P19“옛날에 손금이 나쁘다고 판단 받은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자기의 손톱으로 손바닥에 좋은 손금을 파가며 열심히 일했다. 드디어 그 소년은 성공해서 잘 살았다.” 조는 이런 얘기에 감격하는 친구였다.

-->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가는 사람? / 어떻게든 성공에 집착하는 사람?

 

P36 내가 쓴 모든 편지들 속에서 사람들은 쓸쓸하다라는 단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단어는 다소 천박하고 이제는 사람의 가슴에 호소해 오는 능력도 거의 상실해 버린 사어같은 것이지만 그러나 그 무렵의 내게는 그 말밖에 써야 할 말이 없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아침의 백사장을 거니는 산보에서 느끼는 시간의 지루함과 낮잠에서 깨어나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닦으며 느끼는 허전함과 깊은 밤에 악몽으로부터 깨어나서 쿵쿵 소리를 내며 급하게 뛰고 있는 심장을 한 손으로 누르며 밤바다의 그 애처로운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의 그 안타까움, 그런 것들이 굴 껍데기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는 나의 생활을 나는 쓸쓸하다라는 지금 생각하면 허깨비 같은 단어 하나로 대신시켰던 것이다.

--->> 사어: 과거에는 사용되었으나 현재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는 언어.

과거의 편지를 다시 읽어 볼 때 쓸쓸하다라는 단순한 감정표현의 유치함을 스스로 대변하고 있음

 

p38 나는 그 방에서 여자의 조바심을 마치 칼을 들고 달려드는 사람으로부터 누군지가 자기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주지 않으면 상대편을 찌르고 말 듯한 절망을 느끼는 사람으로부터 칼을 빼앗듯이 그 여자의 조바심을 빼앗아 주었다. --> 여자의 적극적인 들이댐? 묘사

 

P39 나는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랑한다라는 그 국어의 어색함이 그렇게 말하고 싶은 나의 충동을 쫓아 버렸다. ---> 사랑한다란 말의 어색함 (공감)

 

P40 아내의 전보가 무진에 와서 내가 한 모든 행동과 사고를 내게 점점 명료하게 드러내 보여 주었다. 모든 것이 선입관 때문이었다. 결국 아내의 전보는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다. 나는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모든 것이 세월에 의하여 내 마음속에서 잊혀질 수 있다고 전보는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처가 남는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 전보와의 주고받는 대화

 

P41 “갑자기 떠나게 되었습니다. 찾아가서 말로써 오늘 제가 먼저 가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만 대화란 항상 의외의 방향으로 나가 버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써 알리는 바입니다. 간단히 쓰겠습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제 자신이기 때문에 적어도 제가 어려풋이나마 사랑하고 있는 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옛날의 저를 오늘의 저로 끌어다 놓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하였듯이 당신을 햇볕 속으로 끌어 놓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할 작정입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그리고 서울에서 준비가 되는 대로 소식 드리면 당신은 무진을 떠나서 제게 와 주십시오. 우리는 아마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쓰고 나서 나는 그 편지를 읽어 봤다. 또 한 번 읽어 봤다. 그리고 찢어 버렸다.

--> 주인공의 이중적인 마음을 잘 표현

 

p41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 속에 앉아서 나는 어디 쯤에선가, 길가에 세워진 하얀 팻말을 보았다. 거기에는 선명한 검은 글씨로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씌어 있었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가는 주인공을 묘사. 스스로의 무책임한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낌.

 

 차나 한 잔.

161 한 면 한 면을 천천히, 그러나 실상은 아무 기사도 보지 않은 채 넘겼다.

 

162 “화장지 좀 넣고 가세요.”

그가 방을 나설 때 아내는 둘둘 말린 휴지 뭉치에서 얼마간 찢어 내어 차곡차곡 접어서 그의 호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세심한 주의력을 가진 아내에게 감사와 귀여움이 섞인 느낌이 울컥 솟아나서 그는 손을 들어 아내의 볼을 쓰다듬었다. 아내의 볼 위에 눈물 자국이 남아있었다. 아침 식사 때 밥상 위에 기어 올라오는 작은 벌레를 그는 무심코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러 버렸는데 그것이 아내를 울게 만든 이유였다. 아내가 더듬거리며 말하는 내용을 종합하면, 그가 요즘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뚜렷이 이상해진 증거를 댈 순 없지만 느낌으로써랄까, 말하자면 조금 전 벌레를 잔인하게 눌러 버릴 때의 그는 확실히 좀 변해버린 사람 같다는 것이었다. 그전 같았으면 에잇, 더러운 게 있군”,하고 중얼거리면서 종이를 달라고 하여 거기에 벌레를 싸서 밖으로 던졌을 거라는 것이었다. 묵과하려고 했지만, 요즘 좀 당황해하고 있는 당신을 보니까 자기마저 이상스레 불안하고 허둥겨려진다고 하고 나서 울어서 미안해요하며 웃으면서 눈물을 닦았던 것이다. ==> 아내의 세심한 성격과 사랑스러움

 

164 영감은 술 때문에 항상 핏발이 서 있는 눈으로 그를 노려보면서 기어코 자기의 예상을 만족시키고 말겠다는 듯이 물어 대었다.

무슨 까닭이 있겠지. , 있구 말구. 틀림없이 있어.“ 영감은 자기 좋을대로 한마디 해 댔다.

=> 영감의 실감나게 우기는 표현

 

165 그것이 극히 잠깐 동안이었지만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던 그에게 모든 걸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계집애가 자기를 올려다보던 맑은 눈 속을 살짝 스치고 가던 게 어쩌면 연민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자 분노보다도 오히려 전신에서 맥이 빠져나가는 것을 그는 느끼면서 굳어진 얼굴로 문화부를 향하여 갔다.

===> 타인의 행동을 포착하여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인지하는 묘사

166 자기들의 데스크 앞에 앉아 있던 몇 명의 기자들이 여느 때와 달리 유별나게 반갑게 인사할 때는 그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자기도 덩달아서 지금 작별하듯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잠시 동안 그는 자기가 어떻게 처신을 해야 될지 알 수 없었다. 흐르던 시간이 갑자기 끊어지면서 공백이 생기는구나 하는 생각이 알 수 없는 부끄러움과 함께 그를 엄습했다. 그러고 있는 그를 문화부장이 구해줬다. ===>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묘사 그리고 다시 상황 속으로 연결

 

166 ”그려오지 않았는데요.“

말하고 나서 그는 금방 후회했다. 어쩌면 자기의 짐작이란 게 얼토당토않은 게 아닐까...... 자기의 신경과민으로 자기는 지금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러나 문화부장의 다음 말은 그의 그러한 희망에 찬 기대를 산산이 부숴버렸다. ====> 자신의 생각과 감정 속으로 빠져들다가 다시 상황 속으로 연결

 

168 ”, 듭시다.“ 문화부장이 말했다. 그들은 뜨거운 차를 홀짝거리면서 마셨다. 예의상 찻잔을 탁자 위에 잠시 놓았다가 다시 들어서 마시곤 했다 ===>형식적인 행위를 묘사

 

168 문화부장은 아마 그를 위로하느라 그런 얘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노엽게 들리었다. 아마 저 재미없는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 연재 중단을 통고하러 가서는 이 만화가의 예를 들겠지. 그리고 역시 말하겠지. 우리 신문에 수난이 닥친 모양입니다. ====> 주인공의 예상들이 너무 공감됨

 

169 문화부장은 마치 아주 무식한 사람처럼 얘기하고 있었다. 그는 문화부장이 지금 무식을 가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꾸어 말하자면 이쪽을 무식한 자로 취급하고 나서 자기가 이 무식한 자의 수준만큼 내려가 주겠다는 의도임이 틀림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문화부장이 괘씸해지기 시작했다.==> 문화부장의 피상적인 질문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 (공감)

 

169 문화부장은 그를 괘씸하게 여긴다는 말투로 얘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좀 전의 분노가 쑥 들어가 버리고 기가 죽어 버렸다. ”......사실 그렇죠.“ 그는 의미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는 이상스럽게도 이제야 자기가 그 신문사로부터 해고당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조금 전까지도 그는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 생긴 혼미 속에 갇혀서 지나치게 당황했다가, 지나치게 부끄러워했다가, 기가 죽었다가 노여워했다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 일련의 세밀한 자신의 감정들을 파악하고 있음

 

174 좀 걷다가 그는 신문사의 건물을 돌아보았다. 자기가 여기에 관계를 갖고 있던 그동안 타인들로 하여금 자기를 볼 때에 몇 점 더 놓고 보게 해 주던 그 회색빛 괴물을. 이 회색빛 괴물의 덕분으로 그는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긴 설명이 필요없이 자기를 신용해 버리게 할 수 있었다. 만일 이 괴물이 없었다면 평생을 두고 설명해도, 신용을 해 줄지 말지 모를 사람들로 하여금 말이다.==> 신문사를 괴물로 표현하지만 신문사에 대한 고마움과 아쉬움이 묻어있다.

 

175 그가 만일 친한 친구와 같이 들어왔더라면 그 친구에게 저 여자 굉장히 색이 강하겠는데.“라고 했을 얼굴을 가진 여자였다. ===> 타인을 빌린 표현 (보다 객관적으로 느껴짐)

 

181 그는 돌아서서 나와 버릴까 하고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창피하다는 느낌보다도 더 큰 것이 그를 끌고 가서 그를 문화부장 앞에 세워 놓았다. ===> 더 큰 것 ( 체면보다 시급한 먹고 살아야 하는 일 )

 

182 다방에 들어가서도 그는 오랫동안 화제를 공전시키고 있었다. ===> 반복을 공전으로 표현

 

184 문화부장의 손에서 돈이 벌써 마담의 손으로 넘어가 버렸다. ===> 생생한 표현력

 

191 그는 두 팔로 아내의 상반신을 껴안았다. 그러면서, 앞으로 자기도 아내를 때리게 될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자 앞으로 다가올, 아직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날들이 무서워져서 그는 울음이 터질 뻔했다. 그는 아내를 껴안고 자기의 팔에 힘을 주었다.===> 그의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과 앞으로 겪게 될지도 모를 불행에 대한 염려가 너무도 이해되고 공감되어 나도 함께 마음이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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