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 (10주년 리커버 에디션)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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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인정해야 한다.

 

1장 마태복음의 효과

 

p33 언제 어디에서 성장했느냐의 문제는 큰 차이를 만든다. 우리가 속한 문화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성취의 방향을 결정한다.

 

이 책은 그 나무가 자라난 숲에 관한 책이다.

 

21만 시간의 법칙

p55 엘리트 학생은 모두 1만 시간을 연습, 그냥 잘하는 학생은 모두 8000시간, 미래의 음악교사는 4000시간을 연습한다.

 

p55 타고난 천재, 즉 다른 사람이 시간을 쪼개 연습하고 있을 때 노력하지 않고 정상에 올라간 연주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그들은 미완의 대기, 다시 말해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지만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엔 뭔가가 부족한 사람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어느 연주자가 최고 수준의 음악학교에 들어갈 만큼 재능이 있다면 실력 차이는 그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게 전부다. 덧붙이자면 최고 중의 최고는 그냥 열심히 하는게 아니라 훨씬 훨씬 더 열심히 한다.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탁월성을 얻으려면 최소한의 연습량을 확보하는 것이 결정적이라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거듭 확인되고 있다.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매직넘버에 수긍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1만 시간이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에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p57 모차르트의 위대한 작품들이 작곡을 시작한 지 20년이 지나서야 나오기 시작한 것을 볼 때 모차르트의 재능은 늦게 개발되었다고 평가한다.

 

p67 우리 연주 실력은 점점 좋아졌고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밤새도록 연주를 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죠. 우리는 그곳에서 더욱 열심히 노력했고 노래에 마음과 영혼을 담으려 애썼습니다.

 

함부르크에서는 8시간씩 연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곡들과 새로운 연주 방법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주일에 7일이라고? 하루도 쉬지 않았다는 얘기가 아닌가.

 

p71 평균적으로 하루에 여덟시간, 일주일에 7일을 그곳에서 살았던 것이다.

 

우린 남들이 자는 시간에 집을 빠져나왔어요. 집에서 워싱턴 대학까지 걸어가야 했으니까요. 제가 그 많은 시간 동안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줬기 때문에 저는 지금도 워싱턴 대학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p73 모든 기회를 통해 빌 게이츠가 추가적인 연습 시간을 얻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리기 위해 7년간 쉼 없이 프로그래밍을 해온 셈이다.

 

p84 우리가 발견한 것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꽉 움켜쥔 후, 그 특별한 노력이 사회 전체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는 시대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의 성공은 그들만의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자라난 세계의 산물이다.

 

느낀 점: 수없이 들어왔던 1만 시간이 법칙, 책을 읽으면서 초서를 쓰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에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나는 과연 얼마의 시간 동안 무엇을 쉼 없이 반복했을까?! 지금 나의 현실이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다. 허접한 강의, 허접한 글쓰기, 허접한 독서, 허접한 영어 실력 뭐 하나도 제대로 해낸 것이 없다. 허접한 줄도 모르고 내 자신에게 도취 되어 꽤나 재능있고 잘하는 줄 착각하며 살았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내 자신이 쥐구멍에 숨고 싶을 만큼 초라하다. 시간은 흘러 강의도 5년 차에 접어들었건만 1만 시간은커녕 100시간도 채우지 못한 것 같다. 나의 허접함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재능 없음의 문제가 아니다. 꾸준히 열심히 살아오지 못한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이제 다시 10, 무엇이든 꾸준히 열심히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다. 미래의 5년 후가 오싹해지지 않도록.

 

 

3장 위기에 빠진 천재들

 

내용정리;

랭건의 등장 퀴즈쇼에 나온 IQ 195 랭건에 대한 현장감 있는 생생한 묘사로 랭건의 건재함을 부각. 랭건의 개인 역사와 어렸을 때부터 그가 얼마나 탁월했는지 형제들의 증언을 통해 보여준다. 그는 퀴즈쇼에서 25만 달러의 상금에 만족하며 게임을 멈춘다.

 

p91 스텐퍼드 대학의 루이스 터번은 IQ를 측정하는 비네검사를 만들고 IQ 140이상의 학생들을 추려내 터마이트라고 불리는 천재집단을 연구했다. ‘개인의 성공에 지능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강한 믿음을 보이며 터마이트들이 엘리트가 될 운명임을 확신했다.

 

p93 터번의 발상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이 IQ가 높으면 남보다 앞서나가는 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터번은 진정한 아웃라이어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우리 역시 계속 잘못 이해하고 있다.

 

p96 일반적으로 지능지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이 크며 믿거나 말거나 수명도 더 길다. 하지만 IQ와 성공 사이의 상관관계는 일정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IQ120이상이면 그 이상의 IQ지수는 실제 생활에서의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성공을 판단할 때 상위레벨의 IQ지수 차이는 성격이나 인격같은 요소보다 덜 중요한 역할만 수행한다는 의미이다.

 

p98 IQ130인 숙련된 과학자가 노벨상을 탈 가능성은 IQ180인 사람과 비슷하다. 작가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학력을 보여주며 증명한다.

 

p108 터먼의 실수는 확연히 드러났다. 사회학자 소로킨은 아무리 애를 써서 어떠한 기준을 적용해도 어린 천재집단은 결국 다른 집단과 차이가 없고 뛰어나지도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터먼 스스로도 실제로 천재들은 천재로 남아있지 않았다. 우리가 본 것처럼 지능과 성취도 사이에는 그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었다.”고 자인한다.

 

p110 결국 처음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천재 랭건의 특별한 지능은 현실 세계에서 성공에 필요한 기회를 설명하는데 그다지 도음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진정한 아웃라이어로의 가능성이 있는지 충분히 알고 싶다면 우리는 그에 대해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느낀 점: 참 영리해‘, ’참 똑똑해이런 말을 듣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내 머리는 앞뒤가 꽉 막혀있고 잘 돌아가지 않는 것만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더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5년 전에 교육대학원에서 비네- IQ 검사를 받았는데 120이 나왔다. 나의 예상 IQ100 정도일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높게 나와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1시간 가량의 일대일 검사였는데 그땐 자신만만한 마음이 가득해서 부담없이 테스트를 잘 치룬 것도 같다) 하지만 지금도 머리가 우둔하단 느낌은 여전하다.

이 글을 읽기 전에는 막연하게 IQ가 높으면 성공에 가까워지기가 더 쉬울거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글은 농구선수의 키가 180이나 190정도의 특정 지점을 지나면 키는 더 이상 관건이 되지 않듯이 지능도 마찬가지란 것이다.

p96 IQ120이상이면 그 이상의 IQ 지수는 실제 생활에서의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동안 IQ는 인생의 어떤 성취를 이루는데 꽤나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과 머리가 둔한 내가 대단한 성취를 이루기는 어려울거라는 고정관념이 스스로 나를 제한하고 있었다. 내 아이큐가 120이든 아니면 그보다 나쁘든 중요한 건 내가 가진 재능보다는 꾸준한 노력이 진정한 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더 이상 지능에 주눅들지 않고 스스로 답답하단 생각도 버리고 좀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공부해 나아가는 습관을 가지려 한다. 삶을 좀 더 진지하고 농밀하게 살아가는 태도 그것이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하다.

 

4장 랭건과 오펜하이머의 결정적 차이

 

내용 정리:

p112 랭건의 어린 시절은 비참했다. 너무 가난해서 한 벌뿐인 옷을 빨면 벌거벗은 채 있어야 했고 아버지는 아이들을 때리고 황소 채찍으로 때리고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탕콩버터와 옥수수빵으로 연명했다. 랭건은 생계를 위해 짐꾼 일을 하다가 리드대학의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되지만 재정 지원서류 미제출로 장학금을 박탈당해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1년 반 뒤에 그는 다시 몬테나 주립대학에 다니게 되었다.하지만 자동차 고장으로 통학이 불가능해지자 수업을 오후로 옮겨보려고 하지만 또 다시 거절당하고 결국 학교를 중퇴한다. IQ 200의 재능은 그렇게 아무도 알아주지 못한 채 끝나 버리고 만다. 학교를 떠난 랭건은 건설현장, 조개잡이 배, 공장, 공공근무 등을 하며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p119 여기서 또 다른 천재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등장시킨다. 그는 정서적 우울증으로 지도교수를 암살하려다 적발 되었지만 생각보다 가벼운 정학과 심리치료 상담 처분이 내려진다. 그는 랭건과 같이 자신의 경력을 위태롭게 하는 문제에 빠졌지만 자신의 총명함과 매력을 십분 발휘하여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물리학자가 되었다. 그는 랭건과는 달랐다. 세상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데 필요한 방법을 알고 있었다.

 

p124 실용 지능: 상황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필요한 지식이다.

뭔가를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언제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등을 아는 것.

 

IQ는 선천적인 능력의 척도라면 실용 지능은 후천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지식이다. 우리는 그 지식을 대부분 가족에게서 배운다.

 

p127 1. 중산층 부모의 스타일을 집중양육

:다양한 체험, 팀워크를 배우고 성인들과 편안하게 대화하는 방법을 익힘, 필요한 게 있을 때 말하는 법도 배움, 권한에 대한 감각을 익힘

 

중산층 자녀는 개인적 선호 충족, 기관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행동

정보를 공유하고 관심을 요구하는 일에 편안함을 느낌

 

2. 가난한 부모는 자연적인 성장을 통한 성취를 선택하는 경향

가난한 계층을 아이들은 거리를 두고 행동하며 신뢰하지 않고 저항하는 특징을 보인다.

어떤 환경에 놓이든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최적화하는 방법을 모른다.

 

둘 다 천재였지만 오펜하이머는 집중양육방식의 수혜자였고 반대로 랭건은 권한을 배우는 대신 불신, 거리를 두는 법, 의심하는 법을 배웠다.

 

p134 터마이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터먼은 그들을 3그룹으로 나누었다. A그룹(상위20%), B그룹(중위60%), C그룹(하위20%)

 

C그룹 중 3분의 1은 대학교 중퇴자였다. 4분의 1은 고등학교만 졸업했다.

 

p136 A그룹과 C그룹의 차이는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바로 가정환경이었다. 터먼은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 출신의 어린 천재는 단 한 명도 이름을 떨치지 못했다는 단순한 결과를 내놓았다.

C그룹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세상에 적합하도록 그들을 준비시켜줄 공동체가 부족했을 뿐이다. 이는 아무리 뛰어난 천재도 혼자서는 자기 길을 만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느낀 점: 랭건의 이야기는 연 선생님의 이야기와도 겹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가난한 환경의 아이들은 어떤 환경에 놓이든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권한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일을 잘 배우지 못했다.

나는 늘 내가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얻어내고야 말았다. 적당한 환경과 이기적인 성격까지 결합되어 더 파워를 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내가 가진 재능이나 능력에 비해 더 많은 것을 가졌다. 자연스럽게 욕심이 커지기도 했다. 욕심을 내면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떼를 쓰거나 무리하게 우겨서 얻어낸 것들이 많았다. 부모님께 형제들에게 또 남편과 자식들에게 많은 부담과 피해를 안겼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좋은 부모님을 만나지 못했다고 불평하며 살았다. 경제적으로는 원하는 것을 모두 다 받고도 받지 못한 정서에 대한 결핍만 얘기하고 있었다. 이런 내용들을 통해 나를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동안 얼마나 자기 연민에만 빠져 있었는지, 누린 것에 대한 고마움이 없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글쓰기의 특징

생생한 묘사

재미있는 비유

면밀한 조사 (정확성)

기존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자세한 설명 뒤에 흥미진진 대반전 (기존의 생각을 붕괴시킴)

설명에 더한 생생한 사례

글의 배치 ( 흐름 )

 

느낀 점: 말콤 글래드 웰! 명료하면서도 비범한 필력, 차별화된 이슈를 고르는 탁월한 감각.

그를 지칭하는 말이다. 먼저 그의 글은 흡입력이 있다. 이어지는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한 챕터를 멈출 수가 없다. 흥미로운 개인들이 등장하고 심리학적 분석이나 연구 통계 등을 통해 그들을 비교하거나 그들을 함께 묶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 나간다. 개인의 이야기도 그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여러 연구들도 꽤나 정밀하다. 사례를 통해 친절히 재미있게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내용 또한 기존의 관념들을 무너뜨리고 대반전을 일으킨다. 그 반전에 저항할 수 없을 만큼 이미 자연스럽게 설득당하고 만다. 왜 그를 글쓰기의 최고봉이라 말하는지 알 것만 같다. 한치의 궁금증도 자아낼 수 없게 만드는 (가려운 곳을 딱딱 짚어 긁어주는 듯한) 그의 광범위하고도 면밀한 조사생생한 사례들과 더불어 위트 있는 비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글의 자연스러운 논리에 매료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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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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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저자소개 파스칼 브뤼크네르

 

소설가이자 철학자로서,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1948년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비터문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했던 동명소설 비터문의 원작자로서, 특유의 재치와 통찰력으로 주목받았다. 1995년에 순진함의 유혹으로 프랑스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메디치상을, 1997년에 아름다움을 훔치는 사람들로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으며, 2002년에는 경제학 에세이 번영의 비참으로 최우수 경제학도서상(Prix du livre d'economie)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영원한 황홀-행복의 의무에 관한 에세이』 『남편이 작아졌다』 『길모퉁이에서의 모험등이 있다. 소르본대학과 디드로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인문학도로서 파리 정치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학과 뉴욕대학의 초청 교수를 지냈다. 현재 그라쎄 출판사의 편집인으로, 프랑스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르 몽드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프롤로그 나이가 들었다고 꼭 그 나이인 건 아니다.

p14 나이가 들었다고 꼭 그 나이인 건 아니다. 서류상의 내 나이와 스스로 느끼는 내 나이 사이의 간극을 두고 하는 말이다.

 

포기 포기를 포기하라

 

p20 인생이 무거운 권태와 쫓기는 듯한 속도 사이에서 왔다 갔다하니 너무 짧아진 동시에 너무 길어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인생은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이다. 빈둥대거나 방황하거나 실패하더라도 다시 걸어가면 되는 머나먼 여정이다.

 

p30 노년은 신체와 정신이 그럭저럭 괜찮다는 조건에서만 참을 만하다.

 

p38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늦게까지 하라. 어떠한 향락이나 호기심도 포기하지 말고 불가능에 도전하라.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하고 일하고 여행하고 세상과 타인들에게 마음을 열어두어라. 요컨대 흔들림 없이 자기 힘을 시험하라.

 

p39 말년은 평온해야 하겠지만 체념하고 살 필요는 없다.

 

p40 우리에게 생년월일을 지정해주는 것은 행정 서류다. 나이는 생물학적 현실에 기댄 사회적 관습이다. 관습은 언제라도 변할 수 있다.

자리 아직은 퇴장할 때가 아니다

p56 나이든 장난꾸러기 역할 혹은 신탁을 전하는 현자 역할이다. 유치함과 엄숙함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루틴 시시한 일상이 우리를 구한다

p74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연속성이 새로움을 이긴다. 삶의 변화를 꿈꾸기보다는 이미 있는 좋은 것들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

 

p76 우리는 여전히 왁자지껄한 법석에도 마음이 끌리지만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 여전히 바라도 되는 것, 욕심내서는 안 될 것을 예전보다 훨씬 더 잘 안다.

 

p78 잠에서 깨어나는 것은 일상의 죽음에서 벗어나는 작은 부활이다.

 

우리는 1년에 365번이나 그런 날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잠은 이런 면에서 망각과 소생의 놀라운 상징이다.

 

p84 생은 판에 박힌 되풀이와 놀라움이라는 이중 구조를 취한다.

 

p85 강조와 반복은 끔찍이도 지루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언가를 배우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도 잘 알지 않는가.

 

예술가, 지도자, 연구자에게 반복은 부족함이 아니라 뚝심의 표시다.

 

p88 오늘의 우리는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일단은 버텨야 한다. 느려지지 않도록 지워지지 않도록 무너지지 않도록 앞으로 수십 년은 끄떡없을 것처럼 계속 예측하고 미래에 자신을 투사해야 한다.

 

p89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기회라도 잡은 사람이 옳다. 부활은 이승에서 일어난다.

 

시간 당장 죽을 듯이, 영원히 죽지 않을 듯이

 

p103 자기 삶 외의 다른 삶을 두루 살아보지 못한 사람은 결국 자기 삶도 살 수 없을 것이다. -폴 발레리-

 

아무리 벅찬 삶이어도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추가되면 한결 가볍게 느껴질 것이다. 헨리 제임스

 

p105 시간을 조금이라도 낙관하지 않으면 아직은 시간이 있고 상황은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없다면 기쁨을 느낄 수 없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그날 밤 관에 들어가 눕듯 침대에 누울 수 없을 것이다.

 

p106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새로워져야 한다. 그리고 생을 언제라도 빼앗길 수 있는 재화처럼 여기고 지금 당장 누려야 한다.

카르페 디엠 2. 장기적인 계획

 

p108 우리가 그 환상에 몰두할 수 있는 동안은 소망이 있다. 100세 노인도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내일을 말한다.

 

p109 뭔가를 외워서 달달 읊다 보면 깨달음이 번득 일어날 때가 있다. 자기 창조와 재창조는 언제나 모방한 형식과 새로운 형식 사이의 투쟁에서 나온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뒤로 갈 줄 알아야 한다.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전진을 위해 자기가 걸어온 길을 복기하는 과정이다.

 

어느 정도의 뒷걸음질은 나이에 상관없이 늘 유익한 데가 있다.

 

p110 내 안에는 충독되지 못한 위대한 출발들이 있다.

 

그런 어렴풋한 꿈은 깨어날 때만을 기다리는 가능성이다.

 

p111 과거가 우리의 의식 속에서 뭐라고 더듬더듬 떠든다면 미라처럼 삭막해진 삶을 뒤엎고 싶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 만큼 든 사람 안에도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나타나고 싶어 하는 개구쟁이 어린아이가 있다. 버림받은 존재에 대한 위안, 이루지 못한 소명은 다시 기회를 얻고자 한다. 한 사람이지만 다수요, 그 다수는 만족을 얻지 못했기에 아직 할 말이 많다.

 

우리는 죽은 듯한 기억도 소생되기만을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는 일에는 치료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소설적인 효과가 있다.

 

혼탁한 회고의 거울을 들여다보되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

 

p113 삶은 가재걸음으로 나아간다. 앞걸음이 뒷걸음질이고 뒷걸음이 앞걸음질 이다.

 

p114 총합 자체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체는 움직이는 모자이크화처럼 늘 헤쳤다 모이기를 반복하며 재구성된다.

 

우리의 예술적 취향은 그동안 접한 작품들 덕에 더욱 풍부해진다.

 

p117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순결한 눈, 놀라워하는 능력을 되찾아야 하는 늙은 어린애들이다.

 

p118 나이가 들어도 탐구와 관찰의 정신을 유지함으로써 의식을 풍요롭게 채울 수는 있다.

 

p119 우리는 마지막 날까지도 연습 중일 테고 서툴게 한 음 한 음 연주해낼 것이다.

 

 

욕망 아직도 이러고 삽니다

 

p152 현재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생의 어떤 단계에서든 결코 쉽지 않다.

 

사랑 죽는 날까지 사랑할 수 있다면

p165 욕망만이 영혼과 마음을 도로 젊게 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욕망은 끊임없이 우리를 다시 태어나게 한다.

 

p170 사랑은 어느 나이에나 우리를 각성시키고 우리의 존재를 정당화한다. 나는 상대를 소중히 여김으로써 그의 창조자가 되고 상대는 상대대로 나의 창조자가 된다.

 

사랑은 타자의 존재를 기뻐하고 나 또한 살아 있음으로써 상대에게 매일 그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어느 때라도 우리가 읊조리는 불행과 비참을 따뜻하게 들어주는 이는 필요하다. 어느 때라도 우리는 타자를 경청하고 위로와 조언을 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소소하게 마음을 써주는 자세가 벼락같은 고백보다 더 단단히 커플을 묶어준다.

 

p175 죽음의 불안에서 도망치는 게 아니다. 소중한 사람이 없는 고독, 살아도 산 것이 아닌 그 상태를 피하려는 것이다.

 

기회 죄송해요, 늦으셨습니다

p179 하지 않은 행동, 하지 않은 말, 내밀지 않은 손, 우리는 어떤 사람을, 큰 타격이 되었을지도 모를 어떤 이야기를 놓쳤다. 우리는 기회를 잡지 않았다. 그때 그 자리에서 뭐라도 해야 했다.

 

p180 기억 속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그렇게 아프다. 마치 이미 잘려나간 팔이나 다리에서 계속 통증을 느끼는 것과 같다.

 

p181 자기를 안다는 것은 우주 안에서 자기의 한계를 깨닫는다는 것이었다.

 

한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p226 성공한 삶보다는 자기를 실험한 삶이 중요하다. 예측하지 못한 곤란 앞에 마음을 열고 손익 계산에 얽매이지 않으며 비록 거의 끝에 다다랐어도 미래의 힘을 믿는 삶 말이다.

 

p228 실패하고 시도하고 또 실패하고 또 시도하고 더 잘 실패하는 수 밖에 없다.

 

p229 지상의 삶은 매 순간 완벽하거나 매 순간 완성된다.

 

p229 헛된 희망에 흔들리지 말자. 어느 나이를 넘어서면 인생을 주사위 던지듯 새로 시작할 수가 없다.

 

p230 자기 역량과의 화해

원하는 것을 원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해내라. 현실 앞에 납작하니 엎드려 할 수 있는 것만 원해서는 안된다. 원하는 것을 전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전능 환상이다. 그보다는 자기 역할을 하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자기 방식대로 세상에 반응해야 한다. 사랑하고 일하면서.

 

 

p232 성공한 삶은 언제나 다시 태어남의 상태에 있다. 그런 삶은 기존에 습득한 능력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역량이 더 크고 끊임없이 차오르는 기운을 갖고 있다.

 

다채로운 삶을 추구하려면 서로 모순되는 두 명령을 따라야 한다. 팔자에 만족하라. 그러나 세상의 소음에 기이한 것들의 작은 음악에 언제나 깨어있으라. 지금의 경이에 푹빠져 살되 바깥의 감탄할 만한 것들에 대해서도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지속의 행복과 유예의 행복 집중으 행복과 확장의 행복 평온과 도취, 익숙함과 도피같은 명암의 대비만이 황홀한 노년을 불러올 수 있다.

 

p234 노인은 이제 더 가르칠게 없고 배워야 할 것만 많다. 그들은 새로운 도구에 소외당한 새로운 문맹이다.

 

지식과 노하우를 혼동하지 말자. 젊은이들의 능숙함은 기술적 쾌거일 뿐 상징적 우위성이 아니다.

 

죽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p261 모든 사람은 두 번 죽는다. 영혼이 육신을 떠날 때 처음으로 죽고 그를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죽을 때 다시 죽는다.

 

p262 나이에 상관없이 인생에 늘 중대한 도전과제가 있으므로 정신의 사막에 파묻히지 않고 일어나야 한다. 죽기도 전에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죽는 것보다 진정한 사랑과 애착을 경험해보지 못하는 게 더 나쁘다.

 

영원 불멸의 필멸자들

 

p281 어느 연령대에서나 사람은 그가 뿜어내는 에너지, 그를 떠받치는 에너지로 차별화 된다.

 

p285 매일 잠들기 전에 기쁘고 유쾌하게 말해보자. ‘나는 잘 살았고 행운의 여신께서 내게 맡기신 일을 다 행하였다. 신께서 다음날을 허락하신다면 기쁘게 새날을 맞이하자.

 

너에게 닥치는 일이 네 뜻대로 닥치기를 바라지 말라. 만사가 일어나야하는 대로 일어나기를 바라는 자는 행복할 것이다.”

 

 

에필로그 사랑하고, 찬양하고, 섬기라

 

p303 우리는 존재를 긍정하고 무조건 찬동하는 사람으로 끝까지 남아야 한다. 세상의 광휘, 그 눈부심을 찬양하라. 지상에 살아있음이 기적이다. 비록 위태로운 기적일지라도 기적은 기적이다. 성숙은 끝없는 찬탄의 연습에 드는 것이다. 동물 풍경 예술작품 음악의 아름다움을 마주하고 경탄할 기회를 찾도록 하자. 세상이 추해지지 않도록 숭고한 것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매혹을 발견해야 한다.

 

흐르는 시간을 저주하기보다는 열정적으로 이 시간에 동조하는 편이 낫다.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처럼 70, 80세에도 황금기를 추가로 더 받아낸 사람처럼, 자기 신체와 정신과 애정에 허용된 능력 이상으로 살아야 한다.

 

우리가 어릴 때 배운거라곤 딱 하나밖에 없다. 생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값지다는 것. 우리는 어두컴컴한 오솔길에서 길을 잃은 채 이성과 아름다움의 빛에 비추어 더듬더듬 나아가는 존재다. 우리는 형제, 친구, 동지, 가족이라는 타자들 속에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체념도 하지 않은 채 살아갈 때만 자유롭다. 결국 우리는 육신의 껍데기를 벗고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사라져 티끌로 돌아갈 것이다. 원래부터 우리는 잠시 스치는 존재, 우리를 초월하는 전체의 한 파편이었다. 그동안 잘 버텨왔고 아직도 세상의 호의를 느낄 수 있음을 기뻐하자.

 

우리는 상처받았지만 충만함을 얻었다. 이루어지지 않은 기도가 참 많다. 그렇지만 우리가 올리지 않았던 기도가 100배로 성취되기도 했다.

 

매일 아침 받은 바에 감사하면서 입 밖으로 소리내어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자.

당연히 받았어야 했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터무니없는 은총에 감사하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늙어도 욕망 줄지 않아... 살아있으려면 사랑하라최고 지성의 조언

 

오십이 넘었다면 당신은 이미 사랑, 가족, 직업 등에서 많은 의무를 치뤘고 시니어로 불릴 겁니다. 그때 이런 의문이 고개를 들어요. 앞으로 내가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여전히 또 다른 변화를 꿈꿀 수 있을까.다행히 오십 이후에도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30여 년이 더 있습니다. 남은 시간을 얼마나 잘 사용할까? 그것은 각자에게 위대한 과제고, 그래서 우리는 단지 늙어가는 것만으로 자기 인생의 철학자가 되죠. 적어도 50년은 지나야 되어야 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생이 자기 앞에 펼쳐집니다.”

 

 

-이미 절반이 지났는데, 도전은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 아닌가요?

에너지를 쓰는 게 곧 삶입니다. 여러분은 10년을 주기로 스스로를 거침없이 재구축해야 합니다. 50, 60, 70, 80숫자가 바뀔 때마다 안주하지 말고, 위험을 무릅써도 됩니다. 자기로 사는 편안함과 자기일 수밖에 없는 불편함을 인지해야, ‘로 살 수 있어요. 만약 도전할 에너지가 없다면, 당신은 스스로의 생존을 증명하는 반짝거림을 잃어가는 중입니다. 죽기도 전에 사라질 이유가 있나요?”

 

세월의 파괴력은 역동성을 제한하기는 하지만 중지시키지는 못해요. 나이 먹는다고 철이 드는 것도 아니고, 나이 때문에 무너지지도 않기 때문에 자기 나이로 보이고 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시간 속에서 나의 주체성을 찾는 최고의 방법은 사랑을 하는 겁니다. 살아있으려면 사랑을 나누세요.

 

나이 들수록 반복하는 날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매일 비슷한 하루를 살고, 어김없이 다가오는 사계절을 맞는다. 줄거리를 알면서도 같은 기대, 같은 전율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그 반복 속에 있음을 감사하게 여기며, 제 각자의 미세한 파동을 만들어간다.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시시한 일상 루틴이 우리를 구원한다고 한다. 반복은 불모성과 생산성의 양가적 힘을 지녔다고. 반복의 영성을 지닌 성실한 사람들, ‘바른 생활 루틴이라는 별명을 지닌 요즘 세대에게 눈이 번쩍 뜨이는 통찰이다.

 

반복에는 두 가지 면이 있어요. 하나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끔찍한 루틴 또 하나는 정반대로 인생을 계속해서 다시 시작하려는 시도입니다. 좋은 의미의 반복은 숨은 재능을 찾게 해줍니다. 자신을 흉내 내는 과정에서 혁신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요. 프루스트도 고유한 목소리를 찾을 때까지 자기를 베끼고 또 베끼면서 천재성을 갈고 닦았습니다. 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걸 발견했고요.”

 

자기 쇄신의 시간을 만들어가기 위한 당신만의 하루 루틴이 있습니까?

 

가장 중요한 루틴은 피아노를 치고 운동을 하는 거예요. 그 루틴으로 나를 충전하고, 다른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리듬을 만듭니다.”

 

-’, 참여, 공부3가지가 우리를 맥없는 시간에서 구원한다고 했습니다. 무슨 뜻인가요?

 

나이 들수록 우리는 일을 통해 공동체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함께 어울리는 소속감도 매우 중요하지요. 공부는 스스로가 얼마나 무지했던가를 깨닫게 만드는 자기 구제의 핵심입니다. , 참여, 공부3가지를 통해 삶은 단 시간 내에 충만해질 수 있어요.”

 

모든 것에서 찬란함을 재발견하는 것이 진정한 성장

- 다시 젊어지지 못해도, 탐구와 관찰의 정신을 유지하면 굳어버린 삶에 맞서서 경탄의 태도를 가질 수 있죠.”

 

젊은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늙은이에게 꼭 필요한 것은 또 무엇인가요?

 

사랑, 건강, 그리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욕망.”

 

-’우리는 상처받았지만 충만했고, 악몽을 관통했고 보물을 받았다. 당연히 받았어야 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터무니없는 은총이 감사하다' 엔딩 문장에 감동받았습니다. 이 소박하고 강렬한 결론은 어떻게 나왔습니까?

 

완벽한 구조는 절대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아요. 무수히 많은 반복과 노력, 유사한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선생의 바램대로, 우리 세대는 평화롭고 행복한 노년을 가질 수 있을까요?

 

행복한 노화는 절대 평화로울 수 없습니다. 대신 놀라움과 발견의 연장 선상에서 역동적이고 요란스럽고 또 풍족해야 합니다. 평화란 RIP(rest in peace)란 유명한 어구처럼 제일 마지막에 찾아올 거니까요.”

 

-마지막으로 언젠가 당신의 묘비에 새길 문장을 말씀해주시죠.

 

“I loved life, it rewarded me a hundredfold(나는 인생을 사랑했고, 인생은 나에게 백배로 갚아줬다).

 

  

 

소감문

 

40이 되던 해를 기억한다. 시간은 절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숫자를 불쑥 나에게 안겼다. 갑자기 내 자신이 퇴물처럼 느껴졌다. 내 나이가 부끄럽고 창피했다, 누가 나이를 물으면 어물쩡거렸다. ‘제가 나이가 많아가지고요......’ 나이를 말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40이란 알고 싶지도 헤아리고 싶지도 않은 그런 나이였다.

 

내 나이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 대상은 군인이었다. 초등학교 적(당시 국민학교) 고사리 같은 손으로 국군 장병 아저씨께 위문 편지를 썼던 기억. 국군장병 아저씨께. 추운 겨울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신지요로 시작하던 편지. 내게 군인 아저씨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커다란 어른이었다. 세월이 흘러 대학교 선배가 군대를 가고, 친구가 군대를 가고, 동생이 군대를 가고, 시댁 조카가 군대를 가고, 지금은 내 아들이 군대를 갔다. 허허. 군대 부모 모임 네이버 밴드로 날아오는 사진들을 바라보면 웃음이 난다. 내 눈 속에 건장한 국군 장병 아저씨는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되어있다.

 

그렇게 또 10년이 흘러 올해 내 나이 반 백년,

50이다. 50이란 나이는 뭔가 원숙한 마음으로 기꺼이 수용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40대의 날들처럼 나이를 끔찍해 하기엔 나이 값을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 나이를 먹었다고 안달을 내거나 아쉬워하기엔 여전히 철없는 아줌마 같아 싫다. 그렇다고 이를 악물고 수용하겠다는 마음도 아니다. 반은 수용, 반은 어떨떨 그게 지금의 심정이다.

 

올 신년회에 어떤 이가 물었다. 10년 뒤에는 뭐가 되어있을 것 같아요? 10년 후 계획 같은 걸 갖고 있나요? 그 질문은 참 가혹하기도 했다. 10년 뒤면 60이다. 60이란 나이가 되어도 어떤 열정이나 계획 같은 걸 갖고 살게 될까? 막연히 그런 계획이나 열정 같은 건 접어둔 채 그럭저럭 체념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상상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우리의 삶이 50이나 60이나 70이나 80이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여전히 욕망하고 사랑하고 계획하고 나를 실현하려 노력하며 살아가라고 말한다.

 

p38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늦게까지 하라. 어떠한 향락이나 호기심도 포기하지 말고 불가능에 도전하라.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하고 일하고 여행하고 세상과 타인들에게 마음을 열어두어라. 요컨대 흔들림 없이 자기 힘을 시험하라.

 

p39 말년은 평온해야 하겠지만 체념하고 살 필요는 없다.

 

p88 오늘의 우리는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일단은 버텨야 한다. 느려지지 않도록 지워지지 않도록 무너지지 않도록 앞으로 수십 년은 끄떡없을 것처럼 계속 예측하고 미래에 자신을 투사해야 한다.

 

그는 생의 마지막 날까지 흔들림 없이 사랑하고 일하고 욕망하라고 말한다. 어린아이처럼 탐구와 관찰의 정신을 유지하며 삶을 놀라움으로 풍요롭게 채우고 수 십년은 끄떡없을 것처럼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라는 것이다.

 

사랑도 여전히 중요하고 말한다. 시간 속에서 나의 주체성을 찾는 최고의 방법은 사랑을 하는 것이다. 사랑은 어느 나이에나 우리를 각성시키고 우리의 존재를 정당화한다. 사랑은 타자의 존재를 기뻐하고 나 또한 살아 있음으로 써 서로에게 창조자가 된다.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수용하지만 여전히 할 수 있는 것들은 해내고 기억 속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은 계속 통증을 느끼는 것처럼 아프지 않기 위해 내 안에 숨어있는 잠재성을 여전히 발휘하기 위해 애쓰라고.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처럼 70, 80세에도 황금기를 추가로 더 받아낸 사람처럼, 자기 신체와 정신과 애정에 허용된 능력 이상으로 살아야 한다.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말들은 나의 앞날에 더 없는 희망과 행복을 안긴다. 그리고 더 훗날의 나는 지금의 나와 아주 많이 닮아있을 거란 예상을 해본다. 나는 물론 할머니가 되어 기력이 쇠약해지고 주름도 늘어갈테지만 여전히 세상의 아름다움들을 놀라움과 감탄의 눈으로 바라보고 매일 눈을 뜨면 새로 받은 하루를 선물로 감사하게 여기며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오늘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책들에 또 감사와 영광을 보내며 나의 못다한 이야기들을 어딘가에 풀어내고 있을 것이다. 그의 책을 통해 나의 미래를 다시 가늠해 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눈은 어두워질테지만 타인과 세상의 신비로움에 더 눈뜰 수 있도록 감동하고 노력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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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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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p10 자네는 이렇게 설교하지 않았는가 <자신을 구하는 유일한 길은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다>라고......그럼 구해야지. 자네는 설교에만 소질이 있는 건가. 왜 나랑 같이 가지 않는 건가?

 

나는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고통은 꿈이며, 인생은 재미있는 연극이어서 촌놈이나 바보만이 무대로 뛰어올라 연기에 가담한다는 듯이

 

그가 내게 손을 내밀면서 헛소리로 제 감정을 가렸다. [안녕, 이 책벌레야!]

 

p14 내 친구는 내가 나 자신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게 해준 셈이었다. 속이 후련했다. 병통을 알았으니 이제는 쉬 정복할 수 있게 된 셈이기 때문이었다. 모호한 것도 비물질적인 대상도 아니게 된 셈이었다. 이름과 형태를 알게 되었으니 싸우기가 수월해진 셈이었다.

 

p15 나는 자신에게 타일렀다. 이제껏 너는 그림자만 보고서도 만족하고 있었지? , 이제 내 너를 본질 앞으로 데려갈 테다.

 

p19 [물레방앗간 집 마누라 궁둥짝, 인간의 이성이란 그런거지 뭐.]

인간의 이성에 관한 정의라면 나도 꽤 읽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 헌털뱅이 영감의 정의 같은 것은 읽은 적이 없었다. 놀라웠다. 그 정의가 내 마음에 들었다.

 

p22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언어, 예술, 사랑, 순수성, 정열의 의미는 그 노동자가 지껄인 가장 단순한 인간의 말로 내게 분명히 전해져 왔다.

 

두 손은 못이 박이고 터지고 일그러진 데다 힘줄이 솟아 나와 있었다. 그는 여자의 옷이라도 벗기는 것처럼 섬세하고 주의 깊은 손놀림으로 보따리를 열고 세월에 닦여 반짝거리는 산투르를 꺼냈다.

 

사랑하는 여자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다시 옷을 입히는 것처럼 다시 보따리에 싸기 시작했다.

 

p26 태양은 구름을 가르고 그 따사로운 얼굴을 내밀어 그 빛살로 사랑하는 바다와 대지를 씻고 닦고 어루만졌다. 나는 뱃머리에 서서 시야에 드러난 기적을 만끽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버려 두었다.

 

배 위에는 탐욕스럽게 굴리는 교활한 악마의 눈망울, 행상이 파는 허섭스레기 물건 같은 대가리를 한 그리스인들이 가득 탄 채 밀고 당기고 있었다. 그들이 다투는 소리는 흡사 조율이 안된 피아노, 정직하지만 심술궂은 여자들이 긁는 바가지 같았다. 성질대로 한다면 두 손으로 배를 붙잡고 바닷물에 꽂아 넣어 술렁술렁 흔들어, 살아서 복작거리는 것들 (인간, , 벌레)을 깡그리 씻어 내고는 깨끗이 씻긴 모습으로 다시 건져 올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따금 나는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곤 했다. 형이상학적인 삼단 논법의 결론만큼이나 차가운 불교도의 자비심 같은 것이었다. 인간만을 위한 자비심이 아니라 싸우고, 울고, 소리치고, 바라면서도 만사 무상의 허깨비임을 알지 못하는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자비심이었다. 무엇보다도 찰나에 순수한 대기를 더럽힐 빛과 형상의 덧없는 상에 대한 자비였다.

 

p28 돌고래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내가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p29 얼마나 사랑하면 손도끼를 들어 내려치고 아픔을 참을 수 있는 것일까......

 

p32 그곳을 디딜 수 있어서 기쁘다는 듯이 샅샅이 더듬어 보는 것이었다.

 

커피 냄새를 정성스럽게 맡았다.

 

p49 내 마음에 크레타의 시골 풍경은 잘 다듬은 산문, 단정한 어순, 절도 있는 표현, 군더더기 수식을 피한 강력하고도 절제된 산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산문은 필요한 모든 것을 극히 절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법이다. 여기엔 경박한데도, 작위적인 구석도 없다. 표현해야 할 것은 위엄있게 표현하지만 엄격한 행간에서는 의외의 감성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p50 과거의 필요가 여전히 그들의 행동 리듬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었다.

 

p51 나는 그만 단테의 하늘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p64 젊든 늙든, 아름답든 추하든 ( 이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장식에 불과했다) 용모는 그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모든 여자 뒤에는 위엄이 있고 신성하고 신비스러운 아프로디테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이다. 조르바가 보고 말하고 바라는 것은 바로 그 얼굴이었다. 오르탕스 부인은 덧없는 순간의 투명한 가면에 지나지 않았고 조르바는 이 가면을 찢고 영원한 입술에 키스하는 것이었다.

 

p68 [내가 내 평생에 사내다운 행동을 한다면 그건 저 그림 덕분일 거야.]

 

p78 나는 그이 모습, 고개를 세우거나 떨어뜨리는 것, 팔을 움직이는 모양으로 그날 일의 성과를 알아낼 수 있었다.

 

p80 나는 이 양자를 결합하는 희망, 양극이 화합할 길을 모색하여 지상의 생활과 하늘의 왕국을 동시에 얻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손에 가슴을 얹고 선서를 했을 때는 눈물까지 흘렸던 것이다.

p98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조르바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그런 순간은 관자놀이가 뻐근하도록 행복했다.

 

p99 마침내 나는 먹는다는 것은 숭고한 의식이며 고기 빵 포도주는 정신을 만드는 원료임을 깨달았다.

 

p113 내 감정은 안도 긍지 혐오감으로 착잡했다. 그러나 나는 원고를 끝내면 묶고 봉해버리면 된다는 생각에서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나는 조르바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그의 모든 것을, 거침이 없는 웃음, 친절한 말, 맛있는 요리를 기다렸다.

 

p118 우리는 꽤 오랫동안 마시면서 큼직한 토끼 두 마리처럼 오독오독 밤을 씹어 먹었다. 바다가 포효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p119 우리 앞에는 유쾌한 일과 음식이 있었고, 가슴엔 평온과 애정과 평화가 있었다. 우리는 그것에 깨어 있었다.

 

p133 부드럽게 비가 내리는 시각에 그 비가 내부의 슬픔을 일깨운다는 것은 얼마나 관능적으로 즐거운 일인가! 그럴때면 의식의 심연에 숨어 있던 쓰디쓴 추억, 친구와의 이별, 사라져버린 여자의 미소, 날개를 잃고 구더기가 되어버린 나방의 (구더기는 내 심장으로 기어오르며 심장을 갉아먹고 있었다) 덧없는 희망같은 쓰디쓴 추억이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른다.

 

카프카로 떠난 친구의 모습이 비와 젖은 흙 속에서 천천히 떠올랐다. 나의 철필을 쥐고 종이 위에 엎드려 빗줄기로 짜인 그물을 찢고 다시 숨을 쉴 수 있도록 그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p134 모든 사람에겐 그 키에 알맞은 행복이 있다는 뜻이겠네.

 

인간의 영혼이란 기후, 침묵, 고독, 함께있는 사람에 따라 눈부시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네!

 

이제 내가 맡은 역에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충실할 수 있을 것이네. 즉 용기를 잃지 않고 틀림없이 해내겠다는 것이네. 깨달음으로 나는 신을 연기하는 무대의 공연자가 된 것이네.

 

자네 역시 자네 키에 맞는 행복을 선택했고 지금의 자네 키는 내 키보다 훨씬 크다네. 위대한 스승이라면 자기를 능가하는 제자를 만드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없을 것이네.

 

p138 감히 자네를 아주 깊이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네.

 

p139 산은 슬픔으로 일그러진 여자의 얼굴 같았다. 슬픔을 이기지 못해 실신한 채로 비를 맞는 여자 같았다.

당신 책을 한 무더기 쌓아놓고 불이나 확 싸질러 버리쇼. 그러고 나면 누가 압니까. 당신이 바보를 면할지.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니까.......

 

p140 노인들 특유의 앞뒤가 꽉 막힌 흑백논리를 전개해 나가고 있었다.

 

p149 말썽이 생기는 건 질색이에요!

 

p150 나는 타락해 있었다. 여자와의 사랑과 책에 대한 사랑을 선택하라면 책을 선택할 정도로 타락해 있었다.

 

p178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둘지 말고, 안달을 부리지도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p206 친구여 행동하기 싫어하는 내 스승이여 행동, 행동...... 구제의 길은 그것뿐이네

 

p209 내가 이 땅을 <떠나>더라도 자네는 어디에 있건 두려워하지 말게.

 

p214 당신 속에도 악마 한 마리가 있지만 아직 이름은 모르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걸 모르니까 제대로 숨을 쉬고 있는 거예요. 두목, 그 놈에게 세례를 베풀고 이름을 지어 주세요. 그럼 아마 좀 나아질 겁니다.

 

p215 사람에겐 바보 같은 구석이 있게 마련입니다. 가장 바보 같은 놈은 내 생각에는 바보 같은 구석이 없는 놈일 것입니다.

 

p246 생명이란 모든 사람에게 오직 일회적인 것, 즐기려면 바로 이 세상에서 즐길 수 밖에 없다는 경고였다.

 

p326 나이를 더 먹으면 이것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나는 그것들이 불쌍해요. 모두가 한가집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이자 속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뻗어 땅 밑에 널빤지처럼 꼿꼿하게 눕고 구더기 밥이 된다.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간이지, 모두가 구더기 밥이니까.

 

p330 당신 눈에는 안 보이는 가요? 두목 봐요. 저 모든 기적 뒤에 도사리고 있는 마술을 말이오. 그는 밖으로 달려나와 봄철 망아지처럼 풀밭을 구르고 춤을 추었다.

 

p343 처음으로 영혼이 곧 육체, 다소 변화무쌍하고 투명하고 더 자유롭긴 하지만 역시 육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소 과장되어 있고 긴 여행으로 지치고 물려받은 짐에 짓눌려있기는 하나 육체 또한 영혼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p344 나는 내 마음이 이 육체의 환희를 독점하여 그 나름의 형상을 찍고 생각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나는 내 몸이 머리 꼭대기에서 발끝까지 짐승처럼 환희를 즐기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러면서 나는 이따금 무아지경에서 내 외부와 내부를 기웃거리며 이 생명의 기적에 경탄했다.

 

p357 나는 불을 끄고 누운 채, 나 나름의 유치하고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현실을 재구성해 보았다. 말하자면 현실을 변조하고 우주의 법칙에 따른 추상적인 것으로 재구성해 보았다. 그 때 일어난 사건은 필연적인 사건이라는 끔찍한 결론이 나왔다. 필연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우주의 조화에 대한 기여이기까지 했다. 그날 내가 내린 구역질나는 결론은 일어난 사건은 마땅히 일어나야 하는 사건이라는 것이었다.

 

p359 내 딴에는 자기 위안의 한 경지에 도달했답시고 한번 과부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닥쳐요...... 나는 닥쳤다. 부끄러웠다.

 

슬플 때는 진짜 눈물이 뺨을 흐르게 했다. 기쁠 때면 형이상학의 채로 거르느라고 그 기쁨을 잡치는 법이 없었다.

 

p386 나는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은 지식도, 미덕도, 선도, 승려도 아닌, 보다 위대하고 보다 영웅적이며, 보다 절망적인 것, 즉 신성한 경외감이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다.

 

조르바, 우리는 구더기랍니다.

 

p389 나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소위, 살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돈 벌고 명성을 얻는 걸 자기 생의 목표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또 한 부류는 자기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인류의 삶이라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그걸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지요. 이 사람들은 인간은 결국 하나라고 생각하고 인간을 가르치려 하고 사랑과 선행을 독려하지요. 마지막 부류는 전 우주의 삶을 목표로 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나무나 별이나 모두 한목숨인데, 단지 아주 지독한 싸움에 휘말려 들었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요.

 

p400 말에 어떤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그 말이 품고 있는 핏방울로 가늠될 수 있으리.

 

p416 사람을 당신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쌓이고 쌓였지만 내 혀로는 안 돼요. 춤으로 보여 드리지. 자 갑시다!

 

p417 내 심장은 가슴속에서 뛰고 있었다. 내 생애 그 같은 기쁨은 누려 본 적이 없었다. 예사 기쁨이 아닌, 숭고하면서도 이상야릇한,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 같은 것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과 극을 이루는 그런 것이었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조르바. 나는 그를 다시 만났다. 5년 만이다. 그땐 나를 화자의 입장으로 보고 조르바를 주시했다. 조르바의 말, 조르바의 생각, 조르바의 행동 조르바의 모든 것이 흥미롭고 알고 싶었다. 다시 만난 조르바는 여전히 건재해 있었다. 그는 세상 만물에 연민과 존중이 있고 매 순간 몰입하며 현재를 살고 있었다. 그의 모든 경험들은 곧 단순한 진리가 되었다. 화자가 책을 통해 알게 된 많은 해석들보다 조르바의 경험을 통한 통찰은 분명하고 명료하고 또 정확했다. 책벌레 화자는 조르바로부터 삶의 진리를 깨닫는다. 그는 점점 생각하고 해석하기보다는 느끼려고 한다. 조르바는 매 순간을 신비와 경외감으로 맞이했다. 세상이 주는 아름다움을 오감으로 느끼고 기꺼이 향유하며 또 자신의 본분을 알고 그것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그게 이 세상에 온 전부라는 것을 안다.

 

당신 눈에는 안 보이는가요? 두목 봐요. 저 모든 기적 뒤에 도사리고 있는 마술을 말이오. 그는 밖으로 달려 나와 봄철 망아지처럼 풀밭을 구르고 춤을 추었다.

 

이제 내가 맡은 역에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충실할 수 있을 것이네. 즉 용기를 잃지 않고 틀림없이 해내겠다는 것이네. 깨달음으로 나는 신을 연기하는 무대의 공연자가 된 것이네.

 

조르바는 화자에게 이 세상은 대체 어떤 것인지 책에 뭐라고 써있는가를 묻지만 화자는 그저 관념적인 설명을 하려다 실패하고 만다. 화자의 순진한 이상주의나 사건의 원인에 대한 해석들이 실제의 삶과는 맞닿아 있지 않거나 그저 자신이 삶을 제대로 느끼는데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조르바를 통해 더 분명히 알게 되고 스스로 부끄러워한다. 화자는 조르바의 모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며 자신도 그렇게 조금씩 달라짐을 느낀다.

 

나는 내 마음이 이 육체의 환희를 독점하여 그 나름의 형상을 찍고 생각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나는 내 몸이 머리 꼭대기에서 발끝까지 짐승처럼 환희를 즐기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러면서 나는 이따금 무아지경에서 내 외부와 내부를 기웃거리며 이 생명의 기적에 경탄했다.

 

조르바와 함께하며 화자는 먹고 마시는 일이 숭고한 의식이며 정신을 만드는 원료임을 깨달았다. 또 언어의 표현 너머에 춤의 언어를 배운다. 그들은 함께 먹고 마시며 춤추고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고 사랑했다.

 

사람을 당신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쌓이고 쌓였지만 내 혀로는 안 돼요. 춤으로 보여 드리지. 자 갑시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내게 안겨준 선물은 무엇일까? 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경외감 같은 것이었다. 책을 통해 가까이서 카잔차키스와 조르바를 만날 수 있다는 영광스러움! 그 둘의 만남 안에 나도 함께 있는 듯했다. 아주 가까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들의 마음 안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황홀했다. 화자의 사랑하는 친구와의 이별, 친구에게 보낸 편지, 또 친구의 죽음 이 모든 과정들이 너무 슬프고 아련하고 아팠다. 나에게도 사랑하는 친구가 있다. 우리는 함께 했던 그 모든 순간을 사랑하고 아꼈다. 언젠가 그녀와 작별하게 되는 날을 생각하니 자꾸만 눈물이 났다. 울다울다 조르바가 등장했다. 그의 거침없는 말투와 외모 그 속에 감추어진 아주 깃털처럼 부드러운 사람과 대상에 대한 사랑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두 손은 못이 박이고 터지고 일그러진 데다 힘줄이 솟아 나와 있었다. 그는 여자의 옷이라도 벗기는 것처럼 섬세하고 주의 깊은 손놀림으로 보따리를 열고 세월에 닦여 반짝거리는 산투르를 꺼냈다.

 

사랑하는 여자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다시 옷을 입히는 것처럼 다시 보따리에 싸기 시작했다.

 

늙고 퇴물이 되어버린 오르탕스 부인을 대하는 조르바의 태도는 놀랍기도 했다. 그는 그녀를 정말로 존중하고 아껴주었다. 그녀가 예전의 화려했던 모습을 되살려주려 노력했다.

 

젊든 늙든, 아름답든 추하든 ( 이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장식에 불과했다) 용모는 그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모든 여자 뒤에는 위엄이 있고 신성하고 신비스러운 아프로디테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이다. 조르바가 보고 말하고 바라는 것은 바로 그 얼굴이었다. 오르탕스 부인은 덧없는 순간의 투명한 가면에 지나지 않았고 조르바는 이 가면을 찢고 영원한 입술에 키스하는 것이었다.

 

그런 마음가짐과 태도를 지닌 조르바는 아이 같기도 했다. 매 순간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또 자신의 일에는 최선을 다했다. 일하는 시간에는 오스탕스 부인도 처다보지 않고 또 먹지도 않고 오로지 일에만 집중했다. 또 그는 정의로웠다. 과부를 살리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또 다른 위대한 화자 카잔자키스에 대해 느낀 바는 그의 화려한 문체가 좋았다. 그의 모든 비유가 황홀했다.

 

내 마음에 크레타의 시골 풍경은 잘 다듬은 산문, 단정한 어순, 절도 있는 표현, 군더더기 수식을 피한 강력하고도 절제된 산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산문은 필요한 모든 것을 극히 절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법이다. 여기엔 경박한데도, 작위적인 구석도 없다. 표현해야 할 것은 위엄있게 표현하지만 엄격한 행간에서는 의외의 감성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산은 슬픔으로 일그러진 여자의 얼굴 같았다. 슬픔을 이기지 못해 실신한 채로 비를 맞는 여자 같았다.

 

우리는 꽤 오랫동안 마시면서 큼직한 토끼 두 마리처럼 오독오독 밤을 씹어 먹었다. 바다가 포효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정신 또한 훌륭하다.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해 대강 짐작만하고 넘어가야 곳이 있었지만 그는 수많은 책들을 섭렵하고 어떤 경지에 이른 사람 같았다. (스스로는 부끄러워하기도 했지만)

 

나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소위, 살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돈 벌고 명성을 얻는 걸 자기 생의 목표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또 한 부류는 자기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인류의 삶이라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그걸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지요. 이 사람들은 인간은 결국 하나라고 생각하고 인간을 가르치려 하고 사랑과 선행을 독려하지요. 마지막 부류는 전 우주의 삶을 목표로 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나무나 별이나 모두 한목숨인데, 단지 아주 지독한 싸움에 휘말려 들었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요.

 

또한 그는 그와 전혀 다른 조르바를 통해 그의 언어와 춤 그의 삶의 태도를 받아들이고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시켜갔다. 조르바를 진정으로 존중하고 신뢰하고 사랑했다. 그래서 그도 변화해갔다.

 

인간의 영혼이란 기후, 침묵, 고독,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눈부시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네!

 

그들 옆에서 조금씩 닮아가고 싶다. 조르바와 화자를 통해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 조금씩 변해가고 싶다. 화자의 세심한 관찰력과 듣기 능력, 조르바의 몰입과 집중을 삶에 실천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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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기의 기술 -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김하나 지음 / 시공사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힘 빼기 기술 김 하나

 

p28 창문을 단단히 잠가버렸다. 통곡을 무시했다. 나는 내 고통을 감내할 자신이 없어서 티거의 행복을 봉쇄한 것이다. 그게 나란 인간의 진짜 크기였다.

 

나가서 뭐가 제일 즐거웠냐고, 보고 싶은 고양이가 있냐고, 지금 행복하냐고, 그러나 나는, 솔직한 답을 들을 자신이 없다.

 

p36 몇몇 사람으로부터 푼돈을 받아들며 돈을 갈퀴로 긁는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여유로운 걸까?

 

p39 하나, 나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에게 너무도 많은 도움을 받아왔어. 이제 내가 너에게 그 친절을 돌려주는 거야. 그러니 하나, 너도 여행을 하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만나면 네가 받은 친절을 그 사람에게 돌려줘

 

p39 나는 마음의 빚 따위는 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답은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라는 거니까.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가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보답하면 되니까. 그렇게 해야 따뜻함의 순환이 생겨나는 것이다.

 

p40 내가 누군가에게 베푸는 친절은 너에게 보답하는 것이기도 하다.

 

p44 장수 풍뎅이 연구회 등장 이후 집회란 누구나 아무 깃발이나 들고 슥 한번 나가보는 무언가가 되었다. ‘나도 한번 가볼까......’하고 나가 볼 수 있게 하는 힘. 그것이 장수풍뎅이 연구회의 싱거운 저력이었다.

 

p45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

잘 그릴 수가 없어서가 아니다. 잘 그리지 않아서다. 힘을 줄 수 있는데 힘을 빼버렸기 때문에 생겨나는 매력이다.

 

p46 잘하려고 한다는 게 뭔가? 기존에 정해진 잘함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맞추어 높은 성취를 이끌어내기 위해 힘쓰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 힘을 빼버릴 때 잘함의 기준을 전복하는 전혀 새로운 매력이 생겨나기도 한다.

 

p49 내가 멀찍이 굴어와 자라가는 걸 엄마는 그냥 지켜 봐준다. 설거지할 때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지금이 인생에서 최로고 좋은 때라고 말하면서. 나는 내가 어엿한 상수리 나무로 자랐는지는 모르겠으나 멀찍이 엄마 상수리나무가 기분 좋게 이파리를 떨면서 서 있는 것을 보면 참 기분이 좋다.

 

p51 나는 사실 인간이라는 유기체가 세상에 나타난 데는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p52 사랑은 인간에게 닥치는 가장 근사한 이벤트이자 동시에 가장 크게 배울수 있는 기회다.

 

p55 여러분도 나도 올봄엔 잘 좀 해봅시다.

 

p62 사랑은 개체에서 전체를 발견하는 것 주둥이가 까맣고 점잖은 강아지 한 마리가 한 사람 으로 하여금 세상 모든 고양이의 삶까지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p64 우리는 어느 정도만 가까워졌어야 했는데 이미 깜냥보다 너무 친해져 버린 탓에 간헐적 절교가 불가피한 것이다.

 

우리는 술통에 빠진 대가족처럼 인생의 한 기간을 얼큰하게 지냈다.

 

p70 한 마리의 고양이가 한 사람의 세계를 얼마나 변화시키는지

 

내 집은 갈아 움직이는 아름다운 액자를 갖게 되었고 그 액자는 바쁜 세상 속에서도 아랑곳 않는 속도를 유지했다.

 

누군가 내게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사건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반년간 남미를 여행한 일과 한 마리의 고양이를 만난 일이라고 답하겠다.

 

p72 그 모든 동작 사이에는 한 치의 머뭇거림도 분주함도 소홀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비슷한 작업을 오랫도록 반복한 사람의 특유의 낭비없는 동작을 지켜보기를 좋아한다.

 

어떤 몸짓에 깃든 기품

 

가장 기품이 없을 곳에서 스스로 길러낸 것이어서 더욱 눈부셨다.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처지에서든 나도 나의 일에 눈이 아닌 정신을 다하여 기품을 기르는 생활을 하고 싶다.

 

p80 20, 30대에 철없는 짓, 멍청한 짓, 미친 짓 골고루 다 해봐야 비로소 40대에 반복할 때도 익숙해서 좋다.

 

어렸을 때 너무나 중후하다고 생각했던 40대라는 나이에 스스로 도달하고 보니 생각처럼 그다지 어른이지가 않아서 나도 좀 당황스럽다.

 

비슷한 실수와 시행착오를 저지르면서도 내 안에는 분명 무언가가 쌓여왔다. 처음 겪는 일들을 파도처럼 맞닥뜨리면서 정신없이 그것을 헤치며 살아오는 동안 내 안에는 그 파도에 실려 온 모래 같은 것들이 알게 모르게 쌓여왔다. 이제 그 모래 알갱이들은 제법 두툼한 켜를 이루어 웬만한 파도에는 쉽게 휩쓸려 버리지 않는다. 익숙함이란 그런 켜 같은 것이고 그 켜들이 이루는 무늬를 좀 떨어져서 바라보게 될 때 통찰이 생겨나는 듯하다.

 

그래도 내가 보내온 시간들이 그려내는 무늬를 어렴풋이 보게되는 나이가 바로 이 40대가 아닌가 한다. , 아닐 수도 있고, 어쨌거나 그렇게 믿고 있는 나는 지금이 참 좋다.

 

그 무늬는 드러나 빛을 발하든 그렇지 않든 나름대로 아름다울 것이다.

 

p84 나사가 빠른 속도로 빙빙 돌아가다 끝까지 딱 조여지면 그 단단한 결합의 느낌이 손으로 전해오는데 그걸 여러 번 반복해 어떤 작업을 끝냈을 때 온몸으로 느껴지는 뿌듯함이란!

 

p85 십자 홈이 튼튼하고 용도에 맞는 나사를 써서 정확하고 견고하게 나사 하나를 조이는 건 결국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요령과도 같다. 단단한 하루가 모여 뿌듯하고 견실한 삶을 이루어내리라.

 

p86 그 작은 나사 하나하나만큼 중요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일과 모든 삶에서.

 

p88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하는 바람에 차 안의 온도는 순식간에 영하 40도로 내려 앉았다. 준이 얼음을 털어내며 조심스레 말했다.

 

, 고마워 하면 너라도 그랬을 거야 라는 말을 잘한다.

 

이 사람이 세계에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따뜻하고 도우려하고 선의로 가득할 것이다.

 

p97 아우라의 한국어 표기는 오라가 맞지만 오라에는 아우라가 없다.

 

p105 진실로 배우려는 사람은 후배 뿐 아니라 말 못하는 아기나 반려동물의 행동에서도 깨달음을 얻는다. 배움은 온갖 방향으로 흐른다.

 

p120 자기분수를 알아서 오빠와 놀이를 할 때는 항상 오빠의 부하가 되어 대장님, 나쁜놈이 나타났습니다.” 또는 박사님, 공룡이 나타났습니다.”등의 역할을 즐겁게 한다.

 

p122 사람들로부터 참 안정되고 인생에 불만이 없는 사람같다는 얘기를 곧 잘 듣는다. 그건 내가 태어났음을 기뻐하고 오랫동안 나를 지켜보고 보듬어주었던 사람이 있었음을 머리맡에 꽂아둔 <<빅토리 노트>>를 볼때마다 기억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시한번 하나야 잘 자라서 무엇인가를 이루고 깨닫고 그리고 스스로 만족하며 또한 만족감을 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p129 나는 조심해야 한다. 나 같은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p140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노래가 아니라 그냥 그것이 그의 인생인 것 같고 당신은 그 순간을 깨고 싶지 않으며 어쩌면 깰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숨죽여 그냥 훔쳐보고 있습니다. 숨막히게 아름답다고 여기며

 

p172 너의 밥그릇에 부어주는 그 일상적인 행위조차도 얼마나 큰 호사였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p173네가 나의 시간에 스며든 이후로 나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

그건 아마도 너로 인해 시간을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거야.

바람을 볼 수는 없지만

흩날리는 깃발로 그것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단지 고개를 돌려 너를 보기만 하면

나는 시간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받은 인간이 되는 거야.

가만히 창밖을 내다보거나 주의 깊게 털을 다듬는

너의 모습이 떠오른다.

 

장그르니에의 (고양이 물루>를 들취보고 싶구나.

 

언니는 좋을 대로 기억해버리는 습성 때문에 원성을 사고 있단다.

 

네가 아무리 멀리 있어도

설사 네가 날 잊어다 하더라도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단다.

 

p179 한 방울 한 방울씩 더해져 결국엔 또르르 넘쳐 흘렀던 하루였으니까.

 

p196 기록이나 타이틀은 객관적 사실이지만 그게 항상 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 건 아니다.

 

p211 내 친구들은 세계 최고다. 나는 그들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 나의 조그만 집이 세상과 격리되어 있지 않고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1. 연대감을 통한 사랑

일반대중/ 동물/ 여행자/ 동네 이웃/ 친구의 가족/ 가족/ 친구들/ 다른 작가들

2. 센스있는 필체와 마무리 p91, 95

3. 성찰과 교훈 그리고 감동 p29, 34

4. 단어의 정확성 p55

5. 일상의 소중함 p172

6. 관찰력 p70 p71

7. 어설픈 인간미 p46

8. 자기이해 p125

9.진정성

 

김하나 글의 소재는 정말 다양하다. 그녀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글에서 빛난다.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삶에 대한 관찰력과 통찰이 놀랍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사람에 대한, 대상에 대한 사랑이 충만하다. 가족에 대한 사랑, 동물에 대한 사랑, 친구들에 대한 사랑 또 넓게는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사랑으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따뜻했고 그래서 뭉클했다. 카피라이터라는 직함 때문인지 그녀의 문체에 대한 세련된 감각과 센스가 돋보였다. 글을 읽다 푸하하고 웃음이 터질 때가 많았다. 국어 선생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언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적확한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또 맘대로 쓰고 싶을 땐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자유롭게 스스로의 신선한 언어를 만들어 낸다. 그녀는 언어의 명확한 틀과 자유로움을 넘나든다. 글을 쓰다 이건 좀 이상하다, 이건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하며 스스로 자신의 글을 평가하기도 한다. 이상하고 말이 안 되면 보통은 빼 버릴텐데 또 그냥 그런 상황을 표현하면서 기술한다. 그녀는 정말 엉뚱 발랄하다. 완벽해 보이지 않는 어눌함에서 통통 튀는 매력이 느껴진다. 그녀의 글에서 가장 닮고 싶었던 건 그녀가 이끌어내는 무겁지 않은 교훈과 감동이다. 매번 그녀는 삶에서 상황에서 무언가를 깨닫고 배운다. 하지만 그 메시지들이 글에 자연스럽게 묻어있어 나도 덩달아 책을 덮고 그 이야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다. 사람들과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그녀는 외롭지 않고 또 늘 안전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고 자란 그녀가 부럽기도 했다. (엄마의 육아 일기는 정말이지 감동이었다) 그런 그녀와 그녀의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있어 세상이 더 밝고 따뜻해질 것만 같다. 참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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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 - 자유에 이르는 삶의 기술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 1
S. N. Goenka 지음, 윌리엄 하트 엮음, 담마코리아 옮김 / 김영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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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엔카의 윗빠사나 명상

 

내면세계를 연구하지 않고서는 절대 현실을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현실에 대한 우리의 믿음 혹은 지적인 개념만 알 것입니다.

그러나 스스로를 관찰하면서 우리는 현실을 직접적으로 알게되고 그것을 긍정적이고 창의적으로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위빠사나 명상은 우리 몸과 마음의 현실을 탐구하고 심신에 숨겨져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며 미처 몰랐던 잠재력을 계발하여 자신과 다른 이들의 유익함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정신을 의식적으로 특정한 방식으로 제어하려면 계속 전심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는 현실이 아니라 보고 싶은 이미지를 봅니다. 그러나 위빠사나 명상은 현실을 모든 각도에서 관찰하는 기술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마주합니다.

 

진리를 경험하는 유일한 방법은 내면을 바라보는 것, 자신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관찰하면서 우리의 시야를 가려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하고 고통을 만들어 내는 조건화된 반응과 편견들을 처음으로 알아차리게 됩니다. 우리 내면에 쌓여온 긴장감에 의해 동요되고 비참해진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길은 계속해서 전심전력으로 수행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비약적 발전의 순간은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입니다.

 

마음의 4가지 과정

1.의식-분별하지 않는 알아차림/ 인식행위를 하는 부분(가치판단X,경험을 있는 그대로 기록)

2.지각-인지행위; 원시정보를 구분하고 분류하여 좋다 나쁘다로 평가.

3.감각-평가X: 감각은 중립/ 가치부여: 유쾌 or 불쾌

4.반응- 감각 유쾌=>>갈망/ 감각 불쾌=>>혐오 반응

 

붓다는 사람이라는 것은 완전하고 불변하는 존재가 아니라 순간에서 순간으로 흐르는 하나의 과정임을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존재라는 것은 없으며 오직 계속되는 흐름, 지속적인 생성의 과정만이 있을 뿐입니다.

 

고통의 진짜 원인은 마음의 반응입니다. 갈망과 불만이 클수록 더 많은 고통을 낳습니다.

우리의 고통은 무지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본성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반응하는 것입니다. 마음은 상상 속에서 유쾌하거나 불쾌한 것을 체험하거나 미래에 대한 열망이나 불안함을 경험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환상과 망상에 빠져 보냅니다.

 

담마는 지금 여기의 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계발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자신의 실제에 주의를 집중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호흡을 알아차리면서 현재를 알아차리게 됩니다.

 

호흡은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합니다. 호흡은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모두 기능을 하기 때문입니다.

 

호흡의 알아차림을 계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갈망 혐오 무지를 알아차림으로써 그 상황에 대처 할 수 있게 해줍니다. 호흡은 그 사람의 정신적 상태를 반영하는 행위입니다. 마음이 평화롭고 고요하면 호흡은 규칙적이고 조용합니다. 그러나 마음속에 분노, 혐오, 공포등 부정성이 일어나면 호흡은 거칠어지고 강해지며 빨라집니다. 우리의 집중을 호흡에 고정함으로 현재 순간에 대한 알아차림이 계발됩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유일한 일은 주의를 호흡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주의를 호흡으로 되돌리는 수행을 반복하면서 점차 망각의 시간은 짧아지고 지속적인 알아차림의 순간은 길어집니다. 집중력이 강해짐에 따라 우리는 편안하고 행복하며 에너지가 충만함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호흡은 조금씩 변화해 더 고요하게 규칙적으로 미약하게 됩니다. 때로는 호흡이 완전히 멈춘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오직 호흡에만 주의를 계속해서 집중합니다.

 

자아가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깔보고 경시하며 자신은 훨씬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그러나 명상은 자연스럽게 자아를 사라지게 합니다. 명상하면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지 알아차리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수행을 하다보면 남에 대한 사랑조차 사실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일단 이 사실을 깨달으면 자신의 이기심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반응하지 않고 감각을 바라봅니다. 감각은 그저 일어나고 사라집니다. 반응하지 않는 능력은 아주 소중한 것입니다. 고통의 실제를 넘어 매 순간 일어나고 사라지는 진동만이 있는 미세한 실제를 꽤뚫게 됩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의식하고 동시에 그것이 변하는 것임을 알고 반응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자기 본성의 이해, 자기 내면 깊숙한 곳의 진리를 직접 경험함으로서 얻은 이해, 이것이 진정한 지혜입니다. 일어나는 모든 감각은 오직 무상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줍니다.

 

몸의 감각을 관찰함으로써 자신의 무상한 성질을 이해하는 것, 우리 몸에서 관찰하는 것은 무엇이든 모두가 똑같은 진동의 덩어리임을 인식합니다.

 

명상의 유익?

자기관찰을 통한 객관화.

생존 프로그래밍에서 분리.

에고를 직시: 수다쟁이, 신경증 환자, 막장드라마, 학대받은 겁쟁이, 자기 중심적, 망나니, 버릇없음

관찰자(참나)의 비중을 점점 늘려간다.

에고를 관찰하는 참나의 성질: 사랑/신성

 

호흡 관찰/ 차크라 깨우기/ 에고 몰아내기 (~~ ~~~ ~~~)

 

명상 수행은 에고가 작아지는가? 더 강해지는가?

수행을 늘려가며 매 순간 알아차림 상태로 유지해가면 에고는 작아진다.

명상 수행시간은 에고를 계속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참나의 자리를 조금씩 넓혀가는 일이다.

참나의 자리를 넓혀간다는 의미는 매순간 더 많이 알아차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명상을 하면 에고가 더 강해진다는 말은 당장 내 앞에 소중한 사람에게 시간을 쓰는 대신 자신의 수행에만 전념한다면 이는 명상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일인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대상에 합일 하는 것이 명상을 통한 실제의 목적인데 말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소중한 사람이 있을 땐 그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 지금 내가 필요하다면 모든 걸 접고 그 일에 매진해야 한다. 당연히 사람이 먼저고 의무가 먼저다. 그 다음 수행이 필요하다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면 따로 수행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이미 그런 사람이 되었으니 말이다. 수행한답시고 다른 모든 것을 무시하고 있다면 문제가 된다. 자신을 잘 살펴야 한다. 지금 내가 얼마나 상대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 내가 얼마나 나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명상은 수단에 불과하다. 명상이 목적이 되면 안 된다. 수행을 통해 더 민감하게 잘 살펴야 한다.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지. 명상은 수단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틈틈이 명상을 하면서 실제 삶에 얼마나 잘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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