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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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저자소개 파스칼 브뤼크네르

 

소설가이자 철학자로서,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1948년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비터문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했던 동명소설 비터문의 원작자로서, 특유의 재치와 통찰력으로 주목받았다. 1995년에 순진함의 유혹으로 프랑스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메디치상을, 1997년에 아름다움을 훔치는 사람들로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으며, 2002년에는 경제학 에세이 번영의 비참으로 최우수 경제학도서상(Prix du livre d'economie)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영원한 황홀-행복의 의무에 관한 에세이』 『남편이 작아졌다』 『길모퉁이에서의 모험등이 있다. 소르본대학과 디드로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인문학도로서 파리 정치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학과 뉴욕대학의 초청 교수를 지냈다. 현재 그라쎄 출판사의 편집인으로, 프랑스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르 몽드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프롤로그 나이가 들었다고 꼭 그 나이인 건 아니다.

p14 나이가 들었다고 꼭 그 나이인 건 아니다. 서류상의 내 나이와 스스로 느끼는 내 나이 사이의 간극을 두고 하는 말이다.

 

포기 포기를 포기하라

 

p20 인생이 무거운 권태와 쫓기는 듯한 속도 사이에서 왔다 갔다하니 너무 짧아진 동시에 너무 길어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인생은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이다. 빈둥대거나 방황하거나 실패하더라도 다시 걸어가면 되는 머나먼 여정이다.

 

p30 노년은 신체와 정신이 그럭저럭 괜찮다는 조건에서만 참을 만하다.

 

p38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늦게까지 하라. 어떠한 향락이나 호기심도 포기하지 말고 불가능에 도전하라.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하고 일하고 여행하고 세상과 타인들에게 마음을 열어두어라. 요컨대 흔들림 없이 자기 힘을 시험하라.

 

p39 말년은 평온해야 하겠지만 체념하고 살 필요는 없다.

 

p40 우리에게 생년월일을 지정해주는 것은 행정 서류다. 나이는 생물학적 현실에 기댄 사회적 관습이다. 관습은 언제라도 변할 수 있다.

자리 아직은 퇴장할 때가 아니다

p56 나이든 장난꾸러기 역할 혹은 신탁을 전하는 현자 역할이다. 유치함과 엄숙함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루틴 시시한 일상이 우리를 구한다

p74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연속성이 새로움을 이긴다. 삶의 변화를 꿈꾸기보다는 이미 있는 좋은 것들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

 

p76 우리는 여전히 왁자지껄한 법석에도 마음이 끌리지만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 여전히 바라도 되는 것, 욕심내서는 안 될 것을 예전보다 훨씬 더 잘 안다.

 

p78 잠에서 깨어나는 것은 일상의 죽음에서 벗어나는 작은 부활이다.

 

우리는 1년에 365번이나 그런 날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잠은 이런 면에서 망각과 소생의 놀라운 상징이다.

 

p84 생은 판에 박힌 되풀이와 놀라움이라는 이중 구조를 취한다.

 

p85 강조와 반복은 끔찍이도 지루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언가를 배우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도 잘 알지 않는가.

 

예술가, 지도자, 연구자에게 반복은 부족함이 아니라 뚝심의 표시다.

 

p88 오늘의 우리는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일단은 버텨야 한다. 느려지지 않도록 지워지지 않도록 무너지지 않도록 앞으로 수십 년은 끄떡없을 것처럼 계속 예측하고 미래에 자신을 투사해야 한다.

 

p89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기회라도 잡은 사람이 옳다. 부활은 이승에서 일어난다.

 

시간 당장 죽을 듯이, 영원히 죽지 않을 듯이

 

p103 자기 삶 외의 다른 삶을 두루 살아보지 못한 사람은 결국 자기 삶도 살 수 없을 것이다. -폴 발레리-

 

아무리 벅찬 삶이어도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추가되면 한결 가볍게 느껴질 것이다. 헨리 제임스

 

p105 시간을 조금이라도 낙관하지 않으면 아직은 시간이 있고 상황은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없다면 기쁨을 느낄 수 없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그날 밤 관에 들어가 눕듯 침대에 누울 수 없을 것이다.

 

p106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새로워져야 한다. 그리고 생을 언제라도 빼앗길 수 있는 재화처럼 여기고 지금 당장 누려야 한다.

카르페 디엠 2. 장기적인 계획

 

p108 우리가 그 환상에 몰두할 수 있는 동안은 소망이 있다. 100세 노인도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내일을 말한다.

 

p109 뭔가를 외워서 달달 읊다 보면 깨달음이 번득 일어날 때가 있다. 자기 창조와 재창조는 언제나 모방한 형식과 새로운 형식 사이의 투쟁에서 나온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뒤로 갈 줄 알아야 한다.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전진을 위해 자기가 걸어온 길을 복기하는 과정이다.

 

어느 정도의 뒷걸음질은 나이에 상관없이 늘 유익한 데가 있다.

 

p110 내 안에는 충독되지 못한 위대한 출발들이 있다.

 

그런 어렴풋한 꿈은 깨어날 때만을 기다리는 가능성이다.

 

p111 과거가 우리의 의식 속에서 뭐라고 더듬더듬 떠든다면 미라처럼 삭막해진 삶을 뒤엎고 싶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 만큼 든 사람 안에도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나타나고 싶어 하는 개구쟁이 어린아이가 있다. 버림받은 존재에 대한 위안, 이루지 못한 소명은 다시 기회를 얻고자 한다. 한 사람이지만 다수요, 그 다수는 만족을 얻지 못했기에 아직 할 말이 많다.

 

우리는 죽은 듯한 기억도 소생되기만을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는 일에는 치료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소설적인 효과가 있다.

 

혼탁한 회고의 거울을 들여다보되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

 

p113 삶은 가재걸음으로 나아간다. 앞걸음이 뒷걸음질이고 뒷걸음이 앞걸음질 이다.

 

p114 총합 자체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체는 움직이는 모자이크화처럼 늘 헤쳤다 모이기를 반복하며 재구성된다.

 

우리의 예술적 취향은 그동안 접한 작품들 덕에 더욱 풍부해진다.

 

p117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순결한 눈, 놀라워하는 능력을 되찾아야 하는 늙은 어린애들이다.

 

p118 나이가 들어도 탐구와 관찰의 정신을 유지함으로써 의식을 풍요롭게 채울 수는 있다.

 

p119 우리는 마지막 날까지도 연습 중일 테고 서툴게 한 음 한 음 연주해낼 것이다.

 

 

욕망 아직도 이러고 삽니다

 

p152 현재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생의 어떤 단계에서든 결코 쉽지 않다.

 

사랑 죽는 날까지 사랑할 수 있다면

p165 욕망만이 영혼과 마음을 도로 젊게 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욕망은 끊임없이 우리를 다시 태어나게 한다.

 

p170 사랑은 어느 나이에나 우리를 각성시키고 우리의 존재를 정당화한다. 나는 상대를 소중히 여김으로써 그의 창조자가 되고 상대는 상대대로 나의 창조자가 된다.

 

사랑은 타자의 존재를 기뻐하고 나 또한 살아 있음으로써 상대에게 매일 그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어느 때라도 우리가 읊조리는 불행과 비참을 따뜻하게 들어주는 이는 필요하다. 어느 때라도 우리는 타자를 경청하고 위로와 조언을 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소소하게 마음을 써주는 자세가 벼락같은 고백보다 더 단단히 커플을 묶어준다.

 

p175 죽음의 불안에서 도망치는 게 아니다. 소중한 사람이 없는 고독, 살아도 산 것이 아닌 그 상태를 피하려는 것이다.

 

기회 죄송해요, 늦으셨습니다

p179 하지 않은 행동, 하지 않은 말, 내밀지 않은 손, 우리는 어떤 사람을, 큰 타격이 되었을지도 모를 어떤 이야기를 놓쳤다. 우리는 기회를 잡지 않았다. 그때 그 자리에서 뭐라도 해야 했다.

 

p180 기억 속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그렇게 아프다. 마치 이미 잘려나간 팔이나 다리에서 계속 통증을 느끼는 것과 같다.

 

p181 자기를 안다는 것은 우주 안에서 자기의 한계를 깨닫는다는 것이었다.

 

한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p226 성공한 삶보다는 자기를 실험한 삶이 중요하다. 예측하지 못한 곤란 앞에 마음을 열고 손익 계산에 얽매이지 않으며 비록 거의 끝에 다다랐어도 미래의 힘을 믿는 삶 말이다.

 

p228 실패하고 시도하고 또 실패하고 또 시도하고 더 잘 실패하는 수 밖에 없다.

 

p229 지상의 삶은 매 순간 완벽하거나 매 순간 완성된다.

 

p229 헛된 희망에 흔들리지 말자. 어느 나이를 넘어서면 인생을 주사위 던지듯 새로 시작할 수가 없다.

 

p230 자기 역량과의 화해

원하는 것을 원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해내라. 현실 앞에 납작하니 엎드려 할 수 있는 것만 원해서는 안된다. 원하는 것을 전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전능 환상이다. 그보다는 자기 역할을 하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자기 방식대로 세상에 반응해야 한다. 사랑하고 일하면서.

 

 

p232 성공한 삶은 언제나 다시 태어남의 상태에 있다. 그런 삶은 기존에 습득한 능력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역량이 더 크고 끊임없이 차오르는 기운을 갖고 있다.

 

다채로운 삶을 추구하려면 서로 모순되는 두 명령을 따라야 한다. 팔자에 만족하라. 그러나 세상의 소음에 기이한 것들의 작은 음악에 언제나 깨어있으라. 지금의 경이에 푹빠져 살되 바깥의 감탄할 만한 것들에 대해서도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지속의 행복과 유예의 행복 집중으 행복과 확장의 행복 평온과 도취, 익숙함과 도피같은 명암의 대비만이 황홀한 노년을 불러올 수 있다.

 

p234 노인은 이제 더 가르칠게 없고 배워야 할 것만 많다. 그들은 새로운 도구에 소외당한 새로운 문맹이다.

 

지식과 노하우를 혼동하지 말자. 젊은이들의 능숙함은 기술적 쾌거일 뿐 상징적 우위성이 아니다.

 

죽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p261 모든 사람은 두 번 죽는다. 영혼이 육신을 떠날 때 처음으로 죽고 그를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죽을 때 다시 죽는다.

 

p262 나이에 상관없이 인생에 늘 중대한 도전과제가 있으므로 정신의 사막에 파묻히지 않고 일어나야 한다. 죽기도 전에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죽는 것보다 진정한 사랑과 애착을 경험해보지 못하는 게 더 나쁘다.

 

영원 불멸의 필멸자들

 

p281 어느 연령대에서나 사람은 그가 뿜어내는 에너지, 그를 떠받치는 에너지로 차별화 된다.

 

p285 매일 잠들기 전에 기쁘고 유쾌하게 말해보자. ‘나는 잘 살았고 행운의 여신께서 내게 맡기신 일을 다 행하였다. 신께서 다음날을 허락하신다면 기쁘게 새날을 맞이하자.

 

너에게 닥치는 일이 네 뜻대로 닥치기를 바라지 말라. 만사가 일어나야하는 대로 일어나기를 바라는 자는 행복할 것이다.”

 

 

에필로그 사랑하고, 찬양하고, 섬기라

 

p303 우리는 존재를 긍정하고 무조건 찬동하는 사람으로 끝까지 남아야 한다. 세상의 광휘, 그 눈부심을 찬양하라. 지상에 살아있음이 기적이다. 비록 위태로운 기적일지라도 기적은 기적이다. 성숙은 끝없는 찬탄의 연습에 드는 것이다. 동물 풍경 예술작품 음악의 아름다움을 마주하고 경탄할 기회를 찾도록 하자. 세상이 추해지지 않도록 숭고한 것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매혹을 발견해야 한다.

 

흐르는 시간을 저주하기보다는 열정적으로 이 시간에 동조하는 편이 낫다.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처럼 70, 80세에도 황금기를 추가로 더 받아낸 사람처럼, 자기 신체와 정신과 애정에 허용된 능력 이상으로 살아야 한다.

 

우리가 어릴 때 배운거라곤 딱 하나밖에 없다. 생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값지다는 것. 우리는 어두컴컴한 오솔길에서 길을 잃은 채 이성과 아름다움의 빛에 비추어 더듬더듬 나아가는 존재다. 우리는 형제, 친구, 동지, 가족이라는 타자들 속에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체념도 하지 않은 채 살아갈 때만 자유롭다. 결국 우리는 육신의 껍데기를 벗고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사라져 티끌로 돌아갈 것이다. 원래부터 우리는 잠시 스치는 존재, 우리를 초월하는 전체의 한 파편이었다. 그동안 잘 버텨왔고 아직도 세상의 호의를 느낄 수 있음을 기뻐하자.

 

우리는 상처받았지만 충만함을 얻었다. 이루어지지 않은 기도가 참 많다. 그렇지만 우리가 올리지 않았던 기도가 100배로 성취되기도 했다.

 

매일 아침 받은 바에 감사하면서 입 밖으로 소리내어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자.

당연히 받았어야 했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터무니없는 은총에 감사하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늙어도 욕망 줄지 않아... 살아있으려면 사랑하라최고 지성의 조언

 

오십이 넘었다면 당신은 이미 사랑, 가족, 직업 등에서 많은 의무를 치뤘고 시니어로 불릴 겁니다. 그때 이런 의문이 고개를 들어요. 앞으로 내가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여전히 또 다른 변화를 꿈꿀 수 있을까.다행히 오십 이후에도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30여 년이 더 있습니다. 남은 시간을 얼마나 잘 사용할까? 그것은 각자에게 위대한 과제고, 그래서 우리는 단지 늙어가는 것만으로 자기 인생의 철학자가 되죠. 적어도 50년은 지나야 되어야 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생이 자기 앞에 펼쳐집니다.”

 

 

-이미 절반이 지났는데, 도전은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 아닌가요?

에너지를 쓰는 게 곧 삶입니다. 여러분은 10년을 주기로 스스로를 거침없이 재구축해야 합니다. 50, 60, 70, 80숫자가 바뀔 때마다 안주하지 말고, 위험을 무릅써도 됩니다. 자기로 사는 편안함과 자기일 수밖에 없는 불편함을 인지해야, ‘로 살 수 있어요. 만약 도전할 에너지가 없다면, 당신은 스스로의 생존을 증명하는 반짝거림을 잃어가는 중입니다. 죽기도 전에 사라질 이유가 있나요?”

 

세월의 파괴력은 역동성을 제한하기는 하지만 중지시키지는 못해요. 나이 먹는다고 철이 드는 것도 아니고, 나이 때문에 무너지지도 않기 때문에 자기 나이로 보이고 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시간 속에서 나의 주체성을 찾는 최고의 방법은 사랑을 하는 겁니다. 살아있으려면 사랑을 나누세요.

 

나이 들수록 반복하는 날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매일 비슷한 하루를 살고, 어김없이 다가오는 사계절을 맞는다. 줄거리를 알면서도 같은 기대, 같은 전율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그 반복 속에 있음을 감사하게 여기며, 제 각자의 미세한 파동을 만들어간다.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시시한 일상 루틴이 우리를 구원한다고 한다. 반복은 불모성과 생산성의 양가적 힘을 지녔다고. 반복의 영성을 지닌 성실한 사람들, ‘바른 생활 루틴이라는 별명을 지닌 요즘 세대에게 눈이 번쩍 뜨이는 통찰이다.

 

반복에는 두 가지 면이 있어요. 하나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끔찍한 루틴 또 하나는 정반대로 인생을 계속해서 다시 시작하려는 시도입니다. 좋은 의미의 반복은 숨은 재능을 찾게 해줍니다. 자신을 흉내 내는 과정에서 혁신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요. 프루스트도 고유한 목소리를 찾을 때까지 자기를 베끼고 또 베끼면서 천재성을 갈고 닦았습니다. 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걸 발견했고요.”

 

자기 쇄신의 시간을 만들어가기 위한 당신만의 하루 루틴이 있습니까?

 

가장 중요한 루틴은 피아노를 치고 운동을 하는 거예요. 그 루틴으로 나를 충전하고, 다른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리듬을 만듭니다.”

 

-’, 참여, 공부3가지가 우리를 맥없는 시간에서 구원한다고 했습니다. 무슨 뜻인가요?

 

나이 들수록 우리는 일을 통해 공동체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함께 어울리는 소속감도 매우 중요하지요. 공부는 스스로가 얼마나 무지했던가를 깨닫게 만드는 자기 구제의 핵심입니다. , 참여, 공부3가지를 통해 삶은 단 시간 내에 충만해질 수 있어요.”

 

모든 것에서 찬란함을 재발견하는 것이 진정한 성장

- 다시 젊어지지 못해도, 탐구와 관찰의 정신을 유지하면 굳어버린 삶에 맞서서 경탄의 태도를 가질 수 있죠.”

 

젊은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늙은이에게 꼭 필요한 것은 또 무엇인가요?

 

사랑, 건강, 그리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욕망.”

 

-’우리는 상처받았지만 충만했고, 악몽을 관통했고 보물을 받았다. 당연히 받았어야 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터무니없는 은총이 감사하다' 엔딩 문장에 감동받았습니다. 이 소박하고 강렬한 결론은 어떻게 나왔습니까?

 

완벽한 구조는 절대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아요. 무수히 많은 반복과 노력, 유사한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선생의 바램대로, 우리 세대는 평화롭고 행복한 노년을 가질 수 있을까요?

 

행복한 노화는 절대 평화로울 수 없습니다. 대신 놀라움과 발견의 연장 선상에서 역동적이고 요란스럽고 또 풍족해야 합니다. 평화란 RIP(rest in peace)란 유명한 어구처럼 제일 마지막에 찾아올 거니까요.”

 

-마지막으로 언젠가 당신의 묘비에 새길 문장을 말씀해주시죠.

 

“I loved life, it rewarded me a hundredfold(나는 인생을 사랑했고, 인생은 나에게 백배로 갚아줬다).

 

  

 

소감문

 

40이 되던 해를 기억한다. 시간은 절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숫자를 불쑥 나에게 안겼다. 갑자기 내 자신이 퇴물처럼 느껴졌다. 내 나이가 부끄럽고 창피했다, 누가 나이를 물으면 어물쩡거렸다. ‘제가 나이가 많아가지고요......’ 나이를 말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40이란 알고 싶지도 헤아리고 싶지도 않은 그런 나이였다.

 

내 나이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 대상은 군인이었다. 초등학교 적(당시 국민학교) 고사리 같은 손으로 국군 장병 아저씨께 위문 편지를 썼던 기억. 국군장병 아저씨께. 추운 겨울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신지요로 시작하던 편지. 내게 군인 아저씨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커다란 어른이었다. 세월이 흘러 대학교 선배가 군대를 가고, 친구가 군대를 가고, 동생이 군대를 가고, 시댁 조카가 군대를 가고, 지금은 내 아들이 군대를 갔다. 허허. 군대 부모 모임 네이버 밴드로 날아오는 사진들을 바라보면 웃음이 난다. 내 눈 속에 건장한 국군 장병 아저씨는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되어있다.

 

그렇게 또 10년이 흘러 올해 내 나이 반 백년,

50이다. 50이란 나이는 뭔가 원숙한 마음으로 기꺼이 수용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40대의 날들처럼 나이를 끔찍해 하기엔 나이 값을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 나이를 먹었다고 안달을 내거나 아쉬워하기엔 여전히 철없는 아줌마 같아 싫다. 그렇다고 이를 악물고 수용하겠다는 마음도 아니다. 반은 수용, 반은 어떨떨 그게 지금의 심정이다.

 

올 신년회에 어떤 이가 물었다. 10년 뒤에는 뭐가 되어있을 것 같아요? 10년 후 계획 같은 걸 갖고 있나요? 그 질문은 참 가혹하기도 했다. 10년 뒤면 60이다. 60이란 나이가 되어도 어떤 열정이나 계획 같은 걸 갖고 살게 될까? 막연히 그런 계획이나 열정 같은 건 접어둔 채 그럭저럭 체념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상상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우리의 삶이 50이나 60이나 70이나 80이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여전히 욕망하고 사랑하고 계획하고 나를 실현하려 노력하며 살아가라고 말한다.

 

p38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늦게까지 하라. 어떠한 향락이나 호기심도 포기하지 말고 불가능에 도전하라.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하고 일하고 여행하고 세상과 타인들에게 마음을 열어두어라. 요컨대 흔들림 없이 자기 힘을 시험하라.

 

p39 말년은 평온해야 하겠지만 체념하고 살 필요는 없다.

 

p88 오늘의 우리는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일단은 버텨야 한다. 느려지지 않도록 지워지지 않도록 무너지지 않도록 앞으로 수십 년은 끄떡없을 것처럼 계속 예측하고 미래에 자신을 투사해야 한다.

 

그는 생의 마지막 날까지 흔들림 없이 사랑하고 일하고 욕망하라고 말한다. 어린아이처럼 탐구와 관찰의 정신을 유지하며 삶을 놀라움으로 풍요롭게 채우고 수 십년은 끄떡없을 것처럼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라는 것이다.

 

사랑도 여전히 중요하고 말한다. 시간 속에서 나의 주체성을 찾는 최고의 방법은 사랑을 하는 것이다. 사랑은 어느 나이에나 우리를 각성시키고 우리의 존재를 정당화한다. 사랑은 타자의 존재를 기뻐하고 나 또한 살아 있음으로 써 서로에게 창조자가 된다.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수용하지만 여전히 할 수 있는 것들은 해내고 기억 속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은 계속 통증을 느끼는 것처럼 아프지 않기 위해 내 안에 숨어있는 잠재성을 여전히 발휘하기 위해 애쓰라고.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처럼 70, 80세에도 황금기를 추가로 더 받아낸 사람처럼, 자기 신체와 정신과 애정에 허용된 능력 이상으로 살아야 한다.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말들은 나의 앞날에 더 없는 희망과 행복을 안긴다. 그리고 더 훗날의 나는 지금의 나와 아주 많이 닮아있을 거란 예상을 해본다. 나는 물론 할머니가 되어 기력이 쇠약해지고 주름도 늘어갈테지만 여전히 세상의 아름다움들을 놀라움과 감탄의 눈으로 바라보고 매일 눈을 뜨면 새로 받은 하루를 선물로 감사하게 여기며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오늘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책들에 또 감사와 영광을 보내며 나의 못다한 이야기들을 어딘가에 풀어내고 있을 것이다. 그의 책을 통해 나의 미래를 다시 가늠해 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눈은 어두워질테지만 타인과 세상의 신비로움에 더 눈뜰 수 있도록 감동하고 노력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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