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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이징 ㅣ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 지음, 이원열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평점 :
파리대왕, 헝거게임, 왕좌의 게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소설들로 캐치프레이즈하고 있는 소설이라니, 처음 이 책에 대한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읽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했더랬다. 파리대왕같은 경우에는 이름만 들어봤지만 앞에 언급한 헝거게임, 왕좌의 게임 외에도 메이즈 러너 시리즈, 다이버전트 시리즈 등과 같은 디스토피아 소설을 매우 즐겨읽었기 때문에 이 소설을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한 2년 전쯤에도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소설이 유행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15년의 말미에도 그 계보를 잇는 소설이 나온 것을 보면 이 유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모양인가보다. 나로선 환영할만한 일이고.
소설 속 주인공인 대로우는 로우레드출신 헬다이버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노동자인 레드계급 중에서 가장 위험한 일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헬다이버가 앞장서서 땅을 뚫고 채굴한 양에 따라 배급을 받는다. 레드는 삭막하고 척박한 화성에서 인류가 이전할 기반을 닦기 위해 일하고 있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믿고 산다. 언젠가 멀지 않은 미래에 화성이 풍요로워지고 사람들이 살게 되면 그 영광이 레드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미디어는 말하고 있다. 주인공이 그런 말을 믿고 계속 그 상태 그대로 남아있는다면 이야기는 이대로 끝이겠지만, 역시나 곧 시련=각성의 계기가 찾아온다. 레드구역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처벌받고 그 과정에서 대로우의 아내가 죽는다. 처벌 과정에서 금지된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대로우는 아내를 처형대에 남겨둘 수 없어서 불법임에도 아내의 시신을 매장한다. 그리고 그도 처형당한다. 하지만 아레스의 아들들이라는 저항조직의 공작으로 죽지않고 가사상태에 빠진 대로우는 깨어나 곧 진실을 알게된다. 화성은 척박하지 않았고, 자신의 동족을 제외한 다른 모든 계급들이 자신들의 등을 짓밞고 살아가는 현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아레스의 아들들의 권유에 따라 조각(일종의 성형)을 받아 골드가 되기로 한다. 소설의 제목은 레드라이징이다. 레드 출신의 주인공이 어떤 이유로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떠오를 수 있는지가 이 소설의 이야기이다.
레드라이징에서는 컬러로 사람들의 계급을 나눈다. 계급의 이동은 꿈꿀 수 없는 폐쇄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비교적 헝거게임이나 다이버전트의 세계관이 조금 더 세련된 구조라고 생각하지만 레드라이징의 구조도 읽다보면 꽤 매력적이다. 아직 1권인 이책에서 모든 컬러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대충 파악한 바로는, 골드=지배계급, 옵시디언=군인계급, 그레이=경찰계급, 화이트=고문관, 옐로우=의사, 코퍼=판사, 그린=미디어,여행사, 핑크=화류계, 레드=노동자계급이다. 그 외에 실버, 블루, 브론즈, 카키(?)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나와있지 않았다. 이 소설에서 집중해야 할 계급은 골드와 레드다. 레드는 하이레드와 로우레드로 나뉜다. 로우레드는 500년 전 화성에 도착하여 땅을 파기 시작했다. 다른 컬러들은 300년 전에야 도착했고, 하이레드도 그즈음에 화성에 와서 시설관리, 환경미화 등의 일을 했다. 로우레드와 하이레드의 다른 점은 로우레드는 겨우 생을 이어갈 만큼의 배급을 받으며 산다는 것이고 하이레드는 급여를 받으며 산다는 것이다. 골드는 테스트를 통해 흉터를 입은 비할 데 없는자, 졸업생, 치욕을 당한 자로 나뉜다. 이 결과에 따라 지배계급인 골드도 그 지위가 달라진다. 대로우는 레드인 몸을 골드로 바꿔서 골드 중의 골드, 흉터를 입은 비할 데 없는 자가 되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소설의 강점은 치밀하고 세련된 세계관이나 다채로운 캐릭터성은 아니다. 소설의 중후반부 부터 시작되는 골드의 테스트에서 이 소설의 강점이 면밀히 드러난다. 소설의 초반에 나왔던 골드의 흉터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는 것도 볼만한 요소다. 헝거게임이나 다른 여타 소설에서와 달리 이 테스트 이야기를 읽다보면 단순한 게임이라기 보다 ‘전쟁’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를테면 은하영웅전설...까지는 아니려나.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곤 할 수 없지만 소설 자체의 흡인력이나 스토리가 좋아서 만족도가 높다. 마지막에 주인공의 선택이 어떤 방향으로 다음 내용을 이끌어낼지, 다음 권은 또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될지 매우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죽음은 네 말처럼 공허한 게 아니야. 공허함이란 자유가 없는 삶이야, 대로우. 공허함이란 공포, 상실의 공포, 죽음의 공포에 묶여 사는 삶이지. 공포의 사슬을 끊으면 우리를 골드들이나 소사이어티에 묶어 놓는 사슬도 끊을 수 있어. 상상할 수 있어? 화성이 우리 것이 될 수 있어. 여기서 노예가 되고, 여기서 죽었던 식민지 개척자들의 것이 될 수 있다고.
내가 화성의 개척자라고 알았던 것이 바로 어제 일인것 같다. 죽어 가는 지구를 떠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류가 화성으로 올 수 있도록 고생을 했던 게 바로 어제 같다. 아, 나의 지배자들은 거짓말을 정말 잘했다.
나는 내 동족의 희망이다. 나는 속박당한 모든 사람들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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