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경제학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스티븐 레비트야 경제학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만, 책 제목이 참으로 요상하다. 아마존에서 사려고 벼르다가, 최근 눈에 띄게 빨리진 베스트셀러의 국내 번역 속도를 감안하여 조금 더 기다리는 전략을 취했다. 역시나! 책이 바로 번역되어 나왔다. 역자가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나름 무난한 번역을 하는 사람이라서 그럭 저럭 마음에 든다. 역시 기획출판에 있어서도 제국이 한수 위라는 생각이다. 최고의 경제학자와 최고의 글쟁이를 붙여 놓았으니 도랑 치고 가재 잡겠다는 노림수다. 대개, 논리는 칼 같아도 언어가 빈곤하고 건조한 것이 경제학자라는 족속이고 보면 저자 둘이 엮인 것은 썩 훌륭한 궁합이다.

이미 그 괴상한 제목과 흥미로운 내용으로 북미에서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책인데, "Freakonomics"라는 제목보다는 원저의 부제가 나의 마음을 더 끌었다. " A Rogue Economist Explores the Hidden Side of Everything" 얼마나 멋진 제목인가. 특히, "Rogue"라는 대목이 와 닿는다. 어떻게 국역본에서 이 단어를 "천재"로 번역했단 말인가!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속독과는 거리가 멀지만, 잡은지 하루만에 뚝딱 해치웠다. 책은 제목 그대로 삶의 이면을 집요하게 파고 든다. 그는 경제학이 소비자, 기업과 같은 전통적인 주제들을 분석하는 데 활용하는 방법으로 현실을 고문하면 흥미로운 질문과 생뚱맞지만 쓸만한 해답이 튀어나온다고 믿는다. 그 방법이 뭐냐고? 바로 사람들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는 단순하지만 명징한 사실이다.

이 인센티브라는 무기로 미국 사회의 역사와 동시대의 삶을 헤집어 놓는데, 그 질주는 어지러우리만치 종횡무진이다. 고부담 시험제도 하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점수를 조작할 가능성을 탐색하다가, 스모 선수들의 암묵적 담합을 밝혀내는가 하면, 다시 시선을 틀어 KKK단과 부동산 중계업자가 공유하고 있는 엉뚱한 정보의 문제를 밝혀낸다. 은밀한 갱단의 조직구성이 세상에 널린 자본주의 기업 맥도날드과 닮았다는 괴변에서 그들의 조직운영의 인센티브를 논하는가 하면, 낙태시술의 합법화가 미국의 범죄율을 줄였다는 논쟁적인 주장으로 거침없이 나아간다. 아이의 이름을 선택하는 데 있어 작용하고 있는 사회적 요인에 대해서 매우 황당해보이지만 세밀한 논설에 이르면, 어느새 아쉬움에 쩝쩝거린 채 책장의 끝을 잡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품격과 재치까지 곁들여진 산뜻한 지적 수다의 향연이라면 느낌을 적당히 표현한 것이 될까?

경제학자로서 레비트가 지닌 미덕은 크게 두가지라고 보고 싶다. 우선, 레비트는 경제학자들이 지니고 있는 "무게감"  혹은 "진지함"이 없다. 세속적인 수준에서 경제학이라고 하면 뭔가 거대한 것을 추구해야 할 듯(물가 안정을 추구하고, 효율성을 추구하고, 실업을 줄이는 등의 공공 선의 추구에서 주식 등 투자나 이재에 밝아 떼 돈을 번다는 사적인 성공의 쟁취까지)하거나, 전문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일단 "Econ(omics)"이라는 운을 떼기 전에 "Math(ematics)"라는 고된 수련장에서 강철처럼 단단하게 몸을 만들고 나와야 할 것 같은 직업적 강박관념 말이다. 오히려, 이러한 사슬에서 자유로운 사고를 펼치는 것이야말로 그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두번째로 그의 실증 지향적 사고방식이다. 공상이나 술자리에서의 안주거리 정도로 적합할 법한 추론을 헛되게 날리지 않고 해당되는 자료를 발견해내는 그의 감각은 거의 '동물적'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실증을 중시하는 태도야 이미 경제학 일반에서 보편화된 것이지만, 미시 자료를 뽑아내는 그의 솜씨는 훔쳐오고 싶을 만큼 부러운 재능이다.

대개, 이런 식의 책은 경제학적인 기본 논리를 어중간하게 끌어들여 그 개념을 간략히 소개하고는 "알기 쉬운"이나 "열린" 따위의 제목을 달아놓기 일쑤다. 아니면 비교적 세밀한 논설을 취하고 있어도 그 논리가 너무 역겨워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랜즈버그의 [Armchair Economist]가 딱 그렇다. 최근 [런치타임 경제학]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번역되어 나왔다), 이 책은 그 두 가지 함정을 모두 잘 빠져나온 책이다. 다만, 몇몇 대목에서는 뒷맛이 개운치 않은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더운 여름날을 잊게 해줄 만큼 짜릿한 지적 여행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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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의지망생 2005-07-10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은 열심히 보고 있지만 종횡무진 질주에 어지러워하고 있는 참이었는데.. 정말이지 롤러코스터 같은 책입니다. 서평 즐겁게 읽고 갑니다~

초콜렛 2005-07-14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서평 고맙습니다. 이 책 찜했습니다.

두비 2005-07-20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서평입니다. 이 책을 편집한 편집자인데요... 앞으로 책 만들 때 이 서평 떠오를 것 같습니다. 참! 'rouge'를 '천재'로 바꾸어 부제를 단 점은... 솔직히 상업적인 고려 때문이었습니다. '괴짜'에 '깡패''불량'까지 가기에는...

귀여운양~ 2005-07-21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서평이네요. 저도 한번 읽어 봐야 겠습니다.

오우아 2005-07-2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짜 경제학이라는 호기심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또한 좋은 서평을 대하고 보니 저의 부족함을 느낌니다. 다만 조금 아쉬움이 있다면 사과 속에 왜 레몬이 들어있는지, 생각해봤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이것은 저자 말대로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와 관련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해석이 없음이 아쉬움으로 남는 듯 합니다. 좋은 서평 잘 읽었습니다.

2005-07-26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슈마리 2005-07-2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왔더니, 이렇게 많은 덧글을. jozefow님 말이 맞네요. 제가 원래 이름을 잘 틀립니다. 고쳐두겠습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