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량 경제학 - 세상을 뒤엎고 일상을 흔드는 놀라운 경제 이야기
모이제스 나임 지음, 이진 옮김 / 청림출판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최근 각종 경제학 시리즈가 대유행이다. 아무래도 < 괴짜 경제학>의 여파일테지만, 개그맨이 집에서는 좀처럼 웃기려고 하지 않는 이유를 알량한 '비용-편익'으로 설명하는 것과 같은 쓸데 없는 책들이 더 많으니 유의하시라.(책의 필자가 오랜 경제부 기자였다는 이유로 거의 모든 언론에서 비중있게 다뤄주는 작태가 바로 경제학 가라사대 담합 혹은 "짬짜미"의 전형일진대!)
좌우간. 모이제스 나임의 이 책은 착상은 좋았다. 세계화 이후 국가가 약해졌다. 선악과 관계없이 이윤에 충실한 범죄 역시 약해진 국가를 뛰어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국가에 대한 그들만의 승리를 일궜다는 것이다. 불량국가가 아닌 모호한 네트워크에 의해 자행된 9.11은 이러한 변화가 임계치를 넘어섰음을 보여주는 방증일 따름이다.
좋다! 이거야 말로, 신자유주의 비판에 바빴던 사람들도 놓치고 있는 치명적인 약한 고리가 아니던가? 신자유주의가 그 자체로 강력한 인센티브를 동반한 세계적인 악을 키웠고 그 위협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오늘날의 세계 체제를 비판하기 위한 쓸모있는 논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이제스 나임의 책은 여기까지다. 여기서 진전이 없다. 단편 단편 읽기엔 흥미롭지만, 마지막에 결론을 제시하는 부분에서 그야말로 힘이 달린다. 대안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측정한 불량의 정도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인가? 어느 쪽에 대해서도 책에서는 제대로 된 답변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책은 결정적인 대목에서 현미경을 너무 뒤로 당긴 셈.
그래도 건질 것이라면, "도덕이나 규범 따윈 집어치워!"라고 말하는, 경제학에 과잉충성을 맹세한 하드코어-자유주의자 월터 블록의 < 디펜딩 디 언디펜더블>보다는 이 책이 덜 해롭다는 것이다. 규범과 실증의 구분을 사회과학하기에서도 고집하는 경제학자라고 하더라도 범죄적 현실을 색칠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실증의 냉혹한 분석(positive economics) 이후에라도 효율성의 이름으로 수많은 '언디펜더블'을 옹호하거나 관대히 보지 말고, 효과적으로 이들을 다스릴 방책(normative economics)을 향한 고민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점 말이다.
같은 글은 http://anarinsk.web-bi.net/blog/?p=498 에도 포스트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