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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에 강해지는 게임의 법칙
아이자와 아키라 지음, 김지룡 옮김 / 이다미디어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 등장하는 '용의자의 딜레마'의 풀이다. 3명의 청년이 바에 놀고 있는데, 한 무리의 아가씨들이 들어온다. 그중 청년들의 눈길이 모인 아가씨는 단 한 명. 과연 청년들은 어떤 전략으로 작업에 들어가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존 내쉬의 학문적인 업적보다는 기구한 인생역정이 강조된 영화였지만, 이 문제는 그가 발견했던 새로운 균형개념인 '내쉬 균형'이 기존 경제학의 개념과 어떻게 다른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또한, 폰 노이만이 창안한 게임이론이 내쉬를 거쳐 하나의 견고한 기반을 얻은 순간이기도 했다.
경제학 이외에도 생물학, 인류학, 정치학 등 최근에 와서는 게임이론을 응용하는 분야가 많아졌지만, 국내에는 경제학 교과서류를 제외하고는 게임이론의 감칠 맛을 소개하는 대중서가 드물다. 단지, 책의 난이도 문제만은 아니다. 같은 측면을 해설해도 이론적인 이슈를 앞세우는 것과 직관을 설파하는 것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아이자와 아키라가 쓰고 김지룡씨가 옮긴 <승부에 강해지는 게임의 법칙>은 흔해빠진 처세술 지침과 같은 제목과는 달리 게임이론의 직관적 통찰을 듬뿍 머금고 있는 반가운 책이다.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게임이론의 기초를 다루고 있는데 후방귀납법, 미니맥스 원칙, 용의자의 딜레마, 내쉬 균형, 믿을만한 언질과 같은 게임이론의 기본 개념들이 재미있는 방식으로 서술되고 있다. 특히, 용의자의 딜레마에서 급하게 이론적인 결론을 들이밀지 않고 이 게임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가장 좋은 전략으로 알려진 '팃포탯Tit-for-Tat'을 상세히 설명한 점은 저자의 의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2부는 '상황별 게임이론 실천'인데, 게임이론이라는 이름 하에 많은 경제학, 정치학의 분석을 묶고 있다. 다수결의 패러독스, 비교우위의 원칙, 버블 경제의 확산 등이 다뤄지고 있지만, 굳이 게임이론으로 묶어야 하나 싶은 경우가 많다. 다만, 위치 점거 게임, 짝짓기 게임과 같은 부분은 중요하고 흥미롭게 읽힌다. 내용이 다소 어려워지더라도, 1부에서 서술한 개념들을 보다 심화시키는 방향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경영학을 전공한 역자여서 그런지 책의 번역은 무난한 수준이다. 다만, {게임이론 트레이닝}이라는 원저를 '승부에 강해지는 게임의 법칙'으로 바꾼 상업적 의도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꽤 잘 된 게임이론의 대중서이지만, 시장에서는 흔한 또 하나의 처세지침으로 받아들여지고 말 것이다. 또 하나, 존 내쉬가 가타카나의 발음대로 존 내시로 표기된 점은 '일본서'의 번역임을 감안해도 다소 불만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