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공구 - 공구와 함께 만든 자유롭고 단단한 일상
모호연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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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공구'라는 책 제목을 봤을때 마음에 확 와닿았던 건 아마도 경험치에 비례 한 것이 아니었을까?

남편을 만나기 전의 내가 이 책을 보았더라면, 공구의 신세계에 빠져 와~ 공구가 이런거구나! 나도 한번 도전해 볼까? 라며 감탄하고 있었겠지만 '반려'라는 말이 실감나는 미국의 가라지(garage) 생활을 8년 하고 나니 '반려공구'에 소개 된 소소한 공구들이 더 귀엽고 다정하게 느껴졌다.




'철물점'에 가서 적당한 공구와 도구를 찾아내는 것!

어쩌면 이 과정이 부담스러운건 비단 작가만의 애로사항은 아닐 것이다!

왠지 공구를 제대로 모르면 잔소리를 들어야 될 것 같고, 꼰대 아저씨가 아는 척을하며, 건네주는 공구에 대한 불신의 마음이 들것 같은 '철물점'의 존재의 불편함 그래서 '이걸, 고치느니 차라리 몇푼 더 주고 새 걸 사겠다'라는 마음이 컸을 수도 있겠다.




미국에서 만난 '철물점'은 그냥 철물점이 아니었다.

혼자 집을 한채 지어 낼 수 있는 모든 도구가 모여있는 백화점이었다.

경장비(대여가능), 중장비(대여가능), 목재, 철재, 전기, 조명, 바닥재, 문(창문, 대문, 반려동물 문), 벽재 등등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자재들이 한 곳에 모여, '나를 데려가 너의 집을 고치고 지으렴?'이라며 손을 흔들어 댔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자주 만나는 아메리칸 스탠다드 (American Standard)로 규격화 되어 있어, 번호와 크기에 따라 찾아가면 내가 원하는 도구와 장비를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물론, 공알못 (공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미국에도 존재하기에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 어마어마한 자재 백화점에서 코너 하나하나를 뒤져 보는 일도 꽤 즐거운 일이다. (철물점 처럼 괜한 주눅이 들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 공구를 만나게 되었든 공구와 감성을 나눈 작가의 시선이 좋았다.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공구들의 세계에서 말랑말랑 실리콘이나 글루건의 진득함 그리고 온기마저 느껴지게 하는 작가의 필력에 박수를 보낸다.

사물을 관찰하고 고찰하며 결국은 어떤 성찰마저 느껴지는 '반려공구'

나의 성취감은 대부분 완성보다 과정에서 온다.

완벽함을 이상으로 알던 시절에는 오히려 완벽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시도조차 못한 일이 많았다. 그러나 어설프게나마 시도한 일은 그저 하는 것만으로 나를 발전시켰다.

그 후로 나는 할 마음이 드는 것이라면 아무거나 해보기로 했다. 빨간 손잡이 드라이버는 그래서 나와 닮았다.
문제가 발생하면 아무 데에나 호출되어 나와 함께 고민을 나눈다.

아주 믿음직스럽지는 못해도 언제든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언제나 시작을 함께하는 공구이니만큼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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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 방법은 모르지만 돈을 많이 벌 예정 띵 시리즈 21
신지민 지음 / 세미콜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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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언가에 진심인 사람을 만나면 부럽기도하고 설레기도 한다.

와인에 열정적이다 못해 이렇게까지? 라고 웃어 넘기려 했었지만 그 이면에 녹아있는 작가의 끈기와 애정 그리고 노력과 전략 등을 보며 존경의 마음이 생겨났다.



사실, 나는 알콜류와 친한 편은 못 된다. 20대 후반 동남아에서 생활하면서 불태웠던 수많은 밤들이 내 인생에도 존재하고는 있지만, 그 때 내가 마셨던 다양한 주류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한 종류도 없다는건 아이러니다.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 억지로 위장으로 부어 넣으며 희희낙락 했던게 전부였다.
더더군다나 눈을 뜨니 '여긴 어디 나는 누구?'를 경험하게 한 와인은 더더욱 나의 리스트가 못 되었다.



미국에 살면서는 2시간 거리에 와이너리가 있었다. 나파만큼의 거대한 포도밭은 아니더라도 사막의 햇살 아래서 당도가 좋은 포도들이 열리고,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가져 온 포도들과 적당히 배합해 8종의 포도주를 생산하는 곳이었다.
친구들이 베가스에 방문하면 나는 종종 온천 후 와이너리에 들려 무료 시음을 하곤 했으나, 여전히 8잔을 한 모금씩 다 맛보기도 전에 머리가 터질것 같았다. 그래서, 와인은 내 돈 주고 사지 않는 술로 분류 되었다.

그럼에도 신지민 작가의 일관성있는 와인 예찬은 이번 설날 와인🍷코너를 방문해 볼까?하는 마음의 동요가 일게했다.
아무래도 '영업'을 당한 모양이다!

만약 어떤 와인을 마셔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은 스파클링 와인이면 실패하지 않는다.
다음은 화이트, 그 다음은 레드다.
스파클링, 화이트, 레드 순으로 음식과 매칭해보자.

그리고 인정하긴 싫지만 역시 치킨엔 맥주, 생선회엔 소주다. - P86

나의 와인 소비 속도는 와인 저장 속도보다 더 빨라서 ‘밑 빠진 독‘마냥 채우는 족족 빠져나가고 있다.

지금 사놓고 숙성해두었다가 몇 년 혹은 몇십 년 후에 마실 수 있는 와인도 많이 모아야 할 테고, 마시고 싶을 때 바로 꺼내 마실 수 있는 와인도 많이 사둬야겠지.

그러므로 89병을 모두 채우기 위해, 방법은 모르지만 돈을 많이 벌 예정이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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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일기 - 적당히 거리를 둔 만큼 자라는 식물과 아이 키우기
권영경 지음 / 지금이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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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글이 마음에 남아 계속해서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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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무 꼭두 우리아이들 우리 얼 그림책 3
김하루 지음, 김동성 그림 / 우리아이들(북뱅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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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외국 생활을 하고 한국에 오니 한국적인 문양과 전통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것은 비단 우리가 곱고 예쁘게만 생각하는 부분의 것들이 아니라 죽음까지도 포용하는 아량에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은 다양한 방식으로 '저승사자'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세탁 되었지만, 어린 시절 '전설의 고향'이나 TV에서 보던 죽음의 이미지는 검고, 어둡고, 차가웠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많은 부분 부정적이다.

특히 사랑하는 이와의 '절대적 이별'이 그러하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의미를 재고하여, 삶의 한 부분으로 '죽임'이 아니라 '죽음'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김옥랑(전 꼭두박물관관장)님의 말이 와 닿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은 죽음들이 슬픔으로 묘사되고, 슬픈 일이지만 그 슬픔을 맞이 하는 방식이 어떠하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운 섬, 발리에서는 장례식이 마치 마을 축제와도 같은 분위기로 진행된다.

이 신들의 섬에는 1년 365일 이름을 다 알 수도 없는 다양한 신을 위한 행사가 열리고 신과 함께 하루를 열고 닫는 그들이기에 신 곁으로 한발짝 다가서는 죽음은 축하받아야 마땅할 일로 슬픔 보다는 환희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남편의 조카는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뜻밖의 가족의 부고에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에서 테이블을 함께 했던 건강하고 다정한 한사람의 죽음에 어안이 벙벙했다는 말이 어울렸다. 내가 미국에서 만난 장례식은 고인을 떠나보내고 슬퍼하기 보다는 가족을 서로 보듬고 기념하며, 기록하는 자리로 마무리 되었다. 장례식에서 따뜻함을 얻었다.

길동무 꼭두는 이런 느낌을 간직한 책이다.



꼭두들은 한국판 '토이 스토리' 처럼 진열장에서 깨어나 밤새 생일 잔치를 열어주고, 소심한 숨이에겐 하나밖에 없는 애착 인형이 되었다가 마지막 순간에는 하늘 길을 열어 영가의 저승길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평생 엔터네이너의 역할 을 자처한다.

책을 읽고 나니 색색깔의 곱고 다양한 꼭두들의 호위를 받으며 가는 저승길은 무섭지도 슬프지도 심심하지도 않겠구나 위안이 된다. 더불어 설엔 아버지의 빈소에도 꼭두 인형 하나쯤 놓아 드려야 겠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이미, 하늘에서 평안을 얻으셨겠지만 그 곳에서도 외롭거나 지루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덧붙이는 말) 꼭두와 장례 행렬을 화려하게 묘사한 페이지가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김하루 글작가의 말대로 김동성 그림작가의 표현력의 힘을 느끼는 페이지가 아닌가 한다.



이태원 참사와 맞물려 그림책이 마무리 되었다고, 김하루 작가의 마지막 글이 아릿하다.

안타까운 죽음에 꼭두들이 위로가 되기를...



"너는 꼭두라고 한단다.
사람들이 하늘나라 갈 때 길을 열어주고 같이 가는 길동무지.
하늘나라는 아주아주 멀어서 여럿이 시끌벅적 놀면서 재미나게 가야해.
그래야 가는 사람도 너희들도 지루하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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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
최서영 지음 / 북로망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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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읽으며 틀키고 싶지 않은 마음들을 들켜 버린 느낌이 들었다.

내 자신을 여러겹 포장해 놓았던 껍데기를 예리한 칼로 찢기고 나니 숨어서 떨고있는 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썰미기 예리한 잘나가는 언니에게 마음 속 번뇌와 미련까지 관통당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책을 읽는 동안 부끄럽기도하고 도망쳐 버리고 싶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쉽게 읽힐만한 책이었지만 마음의 짐을 가진 이들에겐 결코 가벼운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토닥토닥, 소곤소곤 거리는 위로보다는 바닥을 쳤으니 이제 일어나야지! 하고 등을 툭 떠미는 느낌이 강하다.

바닥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안다. 이제 헤엄쳐서 수면으로 떠올라야 한다는 사실을...

그 떠오르는 과정이 또 힘들 것도 안다. 그렇지만 그녀는 '잘 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 라며

그 과정 또한 바닥보다는 낫지 아니한가를 알려준다.

책을 읽고 더 많은 숙제가 생겼다.

작가는 그녀의 책에만 국한하지 않고 더 많은 탐구과제를 남겨준다.

특정한 상처로 힘들거나 한 없이 무료 할 때 팁으로 남겨둔 영상이나 서적들을 찾아 보는 것도 한 걸음 전신 하는 삶에 도움이 될 듯 하다.






좋은 기회를 마주했을 때도, 인생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 할 때도, 도전할 용기가 필요할 때도 스스로 막아서는 건 나 자신이었다. - P022

인풋과 아웃풋의 균형을 맞추자

영화를 봤다면 감상평을 남기고, 음악을 들었다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는 식이다.

이런 과정은 일상을 생산적으로 만들어줄 뿐 아니라 나의 취향을 좀 더 분명하게 만들어준다.

보고 듣고 경험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재창조 함으로써 창작을 연습하게 되는 것이다.

이 노력이 루틴이 되는 순간, 내 모든 삶은 흘러가지 않고 어딘가에 기록되어 내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준다.

그 경험들이 필요한 적재적소의 순간이 인생에 몇 번은 온다 - P042

당신이 상처받지 않는다면 그들에겐 아무런 힘이 없는겁니다. 제가 당신을 모욕하는데 다른 언어로 욕을 한다면 당신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할거예요. 당신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런 말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에요. - P093

어떤 일을 할까 말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보면 결국 그 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진짜로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은 할까 말까가 아닌,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방법을 고민할 뿐이다. 말로써 바꿀 수 있는건 생각보다 많지 않다. - P108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로 나를 오래 방치하면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남의 생각이나 흐르는 시간에 모든 것을 맡기고 나는 그저 끌려간다. 이런 나쁜 습관은 나를 좀먹는다. 주권을 외부에 넘겨준 상태에 익숙해지다 보면 무력감이 나를 지배해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조차 잊게 만든다.

혹시라도 잘못된 선택으로 삶이 불행해질까 봐 피동적으로 자신을 방치한 채 살고 있다면, 그 어떤 서택을 하더라도 애매하게 자신을 방치한 지금의 삶보다 더 불행해질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인생안에서 나에게 결정권이 없는 상황은 그 어디에도 없다. 내 인생의 방향키는 내가 늘 쥐고 있어야 한다.

어떤 것에 대해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말아야 한다. 고민이 깊은 사람들은 본인이 신중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나친 신중함은 오히려 독이다. 뭐라도 해봐야 일이 일어난다. 상상만으로는 절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 P186

사는 게 금방이라. 하고 싶은 거 다 하매 살아. 다 해야 돼. 눈치 보매 살 필요 엄따. 금방 할매된다. 금방이라!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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