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무 꼭두 우리아이들 우리 얼 그림책 3
김하루 지음, 김동성 그림 / 우리아이들(북뱅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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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외국 생활을 하고 한국에 오니 한국적인 문양과 전통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것은 비단 우리가 곱고 예쁘게만 생각하는 부분의 것들이 아니라 죽음까지도 포용하는 아량에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은 다양한 방식으로 '저승사자'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세탁 되었지만, 어린 시절 '전설의 고향'이나 TV에서 보던 죽음의 이미지는 검고, 어둡고, 차가웠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많은 부분 부정적이다.

특히 사랑하는 이와의 '절대적 이별'이 그러하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의미를 재고하여, 삶의 한 부분으로 '죽임'이 아니라 '죽음'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김옥랑(전 꼭두박물관관장)님의 말이 와 닿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은 죽음들이 슬픔으로 묘사되고, 슬픈 일이지만 그 슬픔을 맞이 하는 방식이 어떠하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운 섬, 발리에서는 장례식이 마치 마을 축제와도 같은 분위기로 진행된다.

이 신들의 섬에는 1년 365일 이름을 다 알 수도 없는 다양한 신을 위한 행사가 열리고 신과 함께 하루를 열고 닫는 그들이기에 신 곁으로 한발짝 다가서는 죽음은 축하받아야 마땅할 일로 슬픔 보다는 환희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남편의 조카는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뜻밖의 가족의 부고에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에서 테이블을 함께 했던 건강하고 다정한 한사람의 죽음에 어안이 벙벙했다는 말이 어울렸다. 내가 미국에서 만난 장례식은 고인을 떠나보내고 슬퍼하기 보다는 가족을 서로 보듬고 기념하며, 기록하는 자리로 마무리 되었다. 장례식에서 따뜻함을 얻었다.

길동무 꼭두는 이런 느낌을 간직한 책이다.



꼭두들은 한국판 '토이 스토리' 처럼 진열장에서 깨어나 밤새 생일 잔치를 열어주고, 소심한 숨이에겐 하나밖에 없는 애착 인형이 되었다가 마지막 순간에는 하늘 길을 열어 영가의 저승길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평생 엔터네이너의 역할 을 자처한다.

책을 읽고 나니 색색깔의 곱고 다양한 꼭두들의 호위를 받으며 가는 저승길은 무섭지도 슬프지도 심심하지도 않겠구나 위안이 된다. 더불어 설엔 아버지의 빈소에도 꼭두 인형 하나쯤 놓아 드려야 겠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이미, 하늘에서 평안을 얻으셨겠지만 그 곳에서도 외롭거나 지루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덧붙이는 말) 꼭두와 장례 행렬을 화려하게 묘사한 페이지가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김하루 글작가의 말대로 김동성 그림작가의 표현력의 힘을 느끼는 페이지가 아닌가 한다.



이태원 참사와 맞물려 그림책이 마무리 되었다고, 김하루 작가의 마지막 글이 아릿하다.

안타까운 죽음에 꼭두들이 위로가 되기를...



"너는 꼭두라고 한단다.
사람들이 하늘나라 갈 때 길을 열어주고 같이 가는 길동무지.
하늘나라는 아주아주 멀어서 여럿이 시끌벅적 놀면서 재미나게 가야해.
그래야 가는 사람도 너희들도 지루하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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