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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설법, 자연이 쓴 경전을 읽다
최성현 지음 / 판미동 / 2024년 4월
평점 :
너희가 사는 별 지구가 곧 천국이다.
미국 서부 트레킹 가이드를 하던 시절, 미서부의 대표 국립공원 중에 하나인 '요세미티(Yosemite)'를 방문하면
손님들의 반응이 호불호가 나뉘었다.
거대한 나무 숲과 북미에서 가장 낙폭이 큰 폭포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덩어리가 큰 화강암 절벽이 버티고 있는 곳.
가까이 다가가면 너무도 거대해서 입이 떡하고 벌어지지만,
멀리서 그 풍경을 감상하고 있자면 나무나 화강암석의 크기가 몇 배로 확장 되었을 뿐
한국의 것과 크게 다르지지 않아 김이 빠진다는 분도 계셨다.
미서부를 개척하던 시절,
사람들은 여러 날 혹은 여러 달동안 황량한 벌판과 사막을 지나 요세미티에 당도했을 것이다.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는 나무 그늘과 화강암석이 걸러낸 깨끗한 물 그리고 청량한 공기와 풍부한 자원은
그들로 하여금 요세미티를 "파라다이스"라고 기록하도록 했고,
수탈과 침략 그리고 '환경파괴'라는 비극을 불러 온 진원지 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손님들께 설명했다.
여러분이 떠나 온 그 곳이 "천국"이자 "낙원" 였노라고...
유럽 사람들은 깨끗한 물과 안식처를 찾아 그렇게 떠돌아 다니다
마침내 한국의 환경과 유사한 장소를 발견하고 그 곳을 쟁취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피를 흘렸노라고...
여행을 하지말라는 말은 아니었으나,
천국과도 같은 자연이 있는 '한국'의 환경에 감사해야 한다는 마음을 담은 설명이었다.
그리고, '무정설법, 자연이 쓴 경전을 읽다'의 이 문장이 더 깊이 와 닿았다.
더럽히지 마라. 돌고돌아 네 코와 입으로 돌아온다.
한국으로 돌아와 이곳저곳을 돌아 다녔다.
관광지나 유명 장소는 그나마 잘 관리 된 듯 보였으나 그 이면은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무더기로 눈살을 찌푸리게했다. 특히, 온라인 서비스와 배달이 코로나 19 이후 생활의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더욱 상용화 된 플라스틱 포장지들을 보니 어쩌면 한국의 산하는 더이상 "천국"의 대명사로 사용하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숨막히게 많은 쓰레기들...
잘게 조개어지고, 부스러지면 빗물에 씻겨 지하수나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우리는 그 물을 여러 용도의 용수로 사용하고, 생활용수와 오염수 (농약, 비료, 공장폐수, 생활폐수등)가 바다로 흘러들면 크고 작은 생물들이 오염된 물과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하고 결국은 인간에게 돌아온다.
어항안에서는 어항안의 물고기가 하는 행동이 그대로 어항 안의 수질에 영향을 미친다.
달리 말하면, 나는 내가 한 일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별 생각 없이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쓰레기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기에,
아니 눈 앞에 있어도 장님처럼 모르던 시절이었기에 죄책감 없이 광고에서 뿜어대던 수많은 물건들을 살 수 있었다.
너무많다. 지구는 끝이 없는 별이 아니다.
무작정 늘어나서는 안된다.
지구에는 죄책감 없이 물건을 쉽게 구매하고 버리는 개체의 수가 너무나 많다.
'경제'와 '이윤'을 쫓는 자들은 인구 감소를 걱정한다. 그들의 수익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숫자를 가지고 있지만 더 가지고 싶어한다.
욕망의 노예가 되어 마케팅을 통해 그 욕망을 팔고 소비를 부추긴다.
무한 성장하는 것에는 3종류가 있다.
돈(경제), 바이러스, 인구
자연은 늘 때가 되면 성장을 멈추거나 죽음을 맞이한다.
이것이 '자연'스럽다. 무한 성장은 '자연'이 만든것이 아니다.
경제 성장과 무한한 이윤, 여러번 부과되는 세금, 인구 부양 정책으로 얻는 무한 노동력은
'자본주의'와 그 사회가 만든 허상이다.
개인적으로 '인구의 감소'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복지 국가를 실현하고, 인권을 보장 받기 위해서 더더욱 필요한 것이 '인구감소'다.
쉽게 눈에 띄거나 어디에서나 부딪히고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귀하지 않다.
귀함을 대접받기 위해서는 '희소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 희소성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해 줄 것이고,
사람이 귀해지면 전쟁 또한 줄어 들 것이고....
인구가 감소하면 자연이 돌아올 것이고, 돌아 온 자연의 커다란 보호 안에서 야생동물과 접촉이 줄어들면,
인수 공통 감염의 질병 또한 줄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못 했던 일을 이 작은 미생물이 하고 있다.
이제는 알아버렸다.
모든것이 돌고돌아 결국은 우리에게 돌아 온다는 걸.
이미 돌아오고 있다는 걸!
이미 생활 깊숙히 다양한 부작용으로 인류에게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기후위기라는 이름으로 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나 하기 달렸다.
나를 바꾸는 것, 그 길 하나밖에 없다.
바깥에서 구하지 마라.
나는 소중하다. 나는 귀하다.
'내'가 존재해야 세상도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라는 존재가 지각하지 못하거나 바뀌지 않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너무나 깊고 의미 심장한 말이라 계속 마음이 울렁거린다.
그림이나 춤보다 먼저 삶이다.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좋은 삶을 살아라.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지 마음 깊이 생각하고 그려본다면, 함부로 살 수 없는 것이 세상이다.
그래서 많이 부끄럽다. 좋은 그림이나 춤을 추지 못한채 살고 있음이...
너는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그럼에도 '무정설법, 자연이 쓴 경전을 읽다'는 다시 시작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 넣어준다.
우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이 봄, 세상을 위해 귀한 일을 한 가지라도 더 추가해 보아야 겠다.
비거니즘, 제로웨이스트, 동물권운동, 환경운동을 소소하게 하고 있기는 하지만,
좀 더 진하게 춤을 추어 진동을 만들고, 열심히 그림을 그려 인상을 남겨 보아야 겠다.
무겁고 진하게 또한 가볍고 잔잔하게 다가 온 아름다운 책 한권이다.
한국판 월든이라는 그 비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