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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g it on 덤벼봐
김영호 지음 / 넥스트비즈니스(Next Business) / 2014년 12월
평점 :
나와 불과 1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저자가,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인 스물셋에 쓴 책이라는 것이 우선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그는 지금 넥스트비즈니스의 대표이며, 경력이나 수료사항도 화려하다. 늘 배우고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일에 열심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 그가 자신의 또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잘 짜여진 자기계발서보다
누군가의 아픈 이야기를 가까이서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런 홍보문구와 저자소개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의 내가 내 삶을 돌아보고 책을 쓴다면 어떤 책이 나올 수
있을까. "난, 그래 확실히 지금이 좋아요. 아냐, 아냐 사실은 때려 치고 싶어요.", "사실은 나도 몰라. 애초에 나는 단 한 줄의 거짓말도
쓴 적이 없거든." 역시 스물세살의 아이유가 쓴 <스물셋>의 가사이다. 모든 것에 공감하지는 못하지만, 구석구석 많은 부분이 공감갔던
노래였다. 다 자란 것도 그렇다고 어린 것도 아닌 나이. 어제의 결정이 오늘 눈을 뜨면서 번복되고, 아침을 먹으며 했던 확신이 점심을 먹으며
의심이 되는 일상의 반복. 스스로의 가치관마저도 수시로 확신과 부정의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혼란스러운 시기.
사실상 이러한 감정들을 어떤 문장으로, 그리고 책으로 묶어서
써냈다는 것만으로도 저자는 굉장히 용기있는 사람이다. 그는 이 책이 나오는 그 순간까지 얼마나 많은 혼란을 느꼈을까.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자신의 철 없는 모습, 아팠던 기억을 꺼낸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자신의
부끄럽고 아팠던 과거를 '하지만'이라는 접속사로 반전시켜 하나의 성장스토리로 꾸며낸다. 정말 힘들었지만, 돌아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
덕분에 나는 더 성장했고, 그러니까 당신도 힘내라는 이야기. 정말 당연하고도, 김빠지는 결론이 아닌가.
솔깃한 광고문구는 결국 김빠지는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나도 또래나
후배들을 종종 상담해준 적이 있기 때문에, '하지만 할 수 있어, 힘을 내'로 결론을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알고 있다. 나의 솔직함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역시 그 부분이 아쉬운 생각이 든다. '내가 너의 또래니까, 너에게 좀 더 공감해 줄 수
있어. 좀 더 가까운 곳에서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어.'라는 뉘앙스의 시작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또는 결심이 생긴 밤 노트 한
귀퉁이에 느낌표를 붙여가며 써놨을 만한 문구들로 이어지고 끝을 맺었다. 역시 뭔가 공감을 받기에는 부족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줄 때, 과하다 싶을 만큼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결론을 내지 않고(나도 결론을 보지 못한 고민의 결론을 어떻게 상대에게 제시할 수 있겠나.),
상대가 나의 이야기에 조언을 해주려다가 스스로 깨닫는 경우도 있다. 공감능력이나 경험이 부족한 내가,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누군가에게 어떤 결론을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바탕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서면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나
후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부끄러운 모습도 결국은 나의 모습이고, 아팠던 경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과거의 나의 생각들 ,경험들까지도 모두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나에게 조언을 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조언이며, 진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저자 인터뷰에서 그는 "이 책의 매력은 한마디로 '부족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부족함을 실감나게 묘사하기 위해서 비문이나 쓰여지다 만듯한 문장들을 그렇게 많이
포함시켜놓은 건진 모르겠지만..) 아직은 누군가에게 조언을 주기에는 경험이 부족한 나이라는 일반적인 사회의 통념들을 뚫고
자신의 회고록을 쓸 정도의 용기라면, 차라리 조언하기 '부족한' 나이가 아니라 '미성숙한 20대의 부족함'을 보여줄 용기를 조금 더 내었더라면
어땟을까. 이 책의 매력을 '부족함'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을 감추기 위한 화려한 무언가가 너무 많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