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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나의 첫 기욤 뮈소였다. 나는 이상하게도 소설책이, 특히 베스트셀러에 오르내리는 소설책이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나마 한창때의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탐독을 했었지만, <카산드라의 거울>부터는 이 작가도 감이 떨어졌구나...하는 생각에 책장에 고이 모셔만 둔지가 벌써
한참이 되었다. 뭐라고 할까. 300페이지에 육박하는 소설은, 내가 버틸수 있는 호흡보다 조금 긴 듯하다. 항상 중간쯤 읽다가 지루해져버리고,
어떨때는 책을 다 읽기도 전에 그 다음 내용이 예측이 되서 중도에 덮어버리거나, 여러가지 사정에 의해서 꾸역꾸역 읽게 되버린다. 일반 비문학류가
더 지루할 법도 하건만, 이상하게 나는 꾸준히 그래오고 있다.
특히 기욤 뮈소는 첫 느낌이 좋지 않았다. 제목부터 한가득 사랑이야기를 늘어놓고, 평소에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이 열광하며, 킬링타임용으로 팔려나가는 책. 그것이 내가 가진 기욤 뮈소의 느낌이었다. 또 한명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는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된통 당한 경험때문에 더욱...
그런데 세상에, 나는 이 작가를 이때까지 만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첫장, 이야기가
시작되던 날 밤의 마지막 문장까지 도달하기도 전에, 책을 읽기위한 의식적인 호흡을 잊었다. 자려고 누워서 팔락거리다가, 다음날의 수업을
잊었다면, 그 날 밤도 잊을뻔했다. 한 자리에서 다 읽지 못해 띄엄띄엄 끊어서 읽어야 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도 막힘이 없었다. 한
페이지를 넘기면 벌써 그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책. 읽는 속도보다 눈이 더 빨리 다음 글자를 마중나가게 만드는 그런 시간이었다.
벌써 완독을 한지 몇일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 느낌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이 책은 서평을
쓰고 싶지가 않다. 너무 거침없이 읽어져서, 어떠한 감상을 말하기도 전에 마치 원래의 나였던 양 스스륵 흡수되어버렸다. 여기서 무엇인가 꾸역꾸역
짜내서, 감상을 써간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우린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왔어. 그때마다 너와 나, 우리 둘은 힘을 합쳤어! 죽어서도 살아서도 항상 같이 하자던 말 기억 안 나?
지난날 네가 나를 도와줬던 것처럼 이번엔 내가 널 도울 수 있게 해줘."
마크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커너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힘들었지만 우린 살아남았어.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지난 기억을 송두리째 잊진 못하겠지. 고통이 우리들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을 테니까.
하지만 우린 살아남을 수 있어. 지난 세월동안 난 경험적으로 터득했어. 이젠 내가 너에게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줄 차례야."
(241p)
그렇다. 결국 모든 이야기는 '사랑하기 때문에...' 그것은 꼭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는 아니다.
가족간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스스로에 대한 사랑, 어쩌면 전 인류에 대한 사랑까지. 하나같이 아픈 사람들, 누군가를 죽이거나, 누군가를
잃어버린, 처절한 복수를 꿈꾸거나, 처절한 복수 끝에 무너져가는 사람. 하지만 그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이유, 자신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이유, 그렇게 치열한 이유는 모두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인정할 수 없는 스스로의 감정을 비로소 마주보고, 인정하고, 그렇게 모두들
이겨냈다. 사랑하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사랑하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아름다운 결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