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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눈으로 산책 - 고양이 스토커의 사뿐사뿐 도쿄 산책
아사오 하루밍 지음, 이수미 옮김 / 북노마드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웹상으로 만났을 때 다르고, 책을 직접 받았을 때 다르고, 읽었을 때 다른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깔끔한 그림과 함께, 나 일본에서 온 책이요. 하는 듯한 제목이라고 할까. 게다가 책 사이즈까지 포켓북 사이즈의 아담함으로 우리나라
책같지 않은 분위기를 담뿍 담은 책이었다.
그냥 그 느낌 그대로 참 귀여운 책이었다. 인간과 고양이를 넘나드는 듯한 전개나, 스스로 회색
고양이라고 불리운다는 에피소드도 충분히 독특했지만, 이 책이 가진 매력은 실존하는 듯한 실존하지 않는 고양이의 등장이다. 이 책의 저자는
'페스'라는 상상속의 고양이가 자신 속에서 자신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페스는 저자에게 말을 걸고 때로는 조언이나
핀잔을 주기도하며, 저자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있는데, 그 모습이 퍽이나 자연스럽게 느껴져 정말 수호천사처럼 고양이 한 마리가 나의
마음속에도 깃들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읽기 전에 속삭여준 귓뜸과 실제 담고 있는 내용간의 갭이 좀 크게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고양이 눈으로 산책'이라는 제목에서 주는 느낌은 좀더 고양이 중심의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은 아주 독특한 전개방식이
기대하게 하지만, 사실은 띠엄띠엄 고양이라는 단어가 첨가된 일반 에세이에 불과한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도 동네 산책을 하고 쓴 에세이라는 점에서
한국인의 입장으로는 조금 어려운 느낌까지... 애묘인의 입장으로 기대하고 본다면 역시 조금 실망하고 말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새로운 스타일의 글쓰기를 도전한 만큼, 그리고 '고양이의 눈 통신'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좀더 '페스'의 존재를 잘 이용했으면
어땟을까.. 아무리 포장을 하려고 해도 그 아쉬움의 공간이 나는 조금 크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이 참신하다고 생각했던 또 다른 하나는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동네 산책 에세이라는
점이 었는데, 이 책을 시작으로 좀 더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동네 산책 에세이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화려함이 아니라
조곤조곤하고 편안한 느낌이 개인적으로 참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