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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차 월든 - 잉여 청춘의 학자금 상환 분투기
켄 일구나스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빚은 좋지 않은 것, 없이 사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들어오지만, 사실 왠만하게 넉넉하지 않고서야 빚이 없이 사는 가정은 드물것이다. 특히나
'학자금 대출'이라는 그럴듯한 이름하에 너무나 당연한듯이 많은 사람들이 빚쟁이로 사회초년을 시작하고있다.
그러나 빚이 가져올 결과나 대학 졸업 후에 암울한 취업시갖이 기다릴 가능성에 대해 어떤 경고도 듣지 못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마치
합창하듯 "학자금 대출은 좋은 대출입니다." "돈 때문에 원하는 학교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하는 소리도 들었다. 다른 모든 사람처럼 나도 그
말에 따랐다.
사실 나는 왜 대학에 가는지, 왜 대학에 가기 위해 수천 달러의 대출을 받으려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여느 열여덞 살들처럼 책이나
고등교육, 아니 학교와 관련된 무엇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학교는 '자기계발'과 '커리어를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왜 그런 걸 하고 싶어해야 하지? -28p
학자금 대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현실이 어쨋느니, 이상이 어쨌느니,하는 답도 없는 논쟁만
불러일으킬것이 분명하니, 이 책이 학자금 대출을 갚아나가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학자금 대출이 아닌 '최소한의 소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는 학부시절 얻는 대출금을 갚기 위하여 '(거의)소비하지 않는 삶'을 시작하게된다. 의식주가 해결되는 일자리를 얻어 시급
9달러를 받으며 깨어있는 거의 모든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내고, 그로부터 얻어지는 모든 돈들을 대출금을 갚는 곳에 쏟아부었다. 그러는 와중에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산을 오르고, 2달간 어떠한 문명의 혜택도 없이 카누를 저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욕구에 대한 금욕의 생활을 통해 마침내 모든 빚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맥주,
좋은 음식, 침대 같은 건 나에게 필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원하지도 않았다.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냥 돈이 있기 때문에 물건을 사들였다.
(중략) 내 인생에 무엇이 결여됐는지는 알고 있었다. 물건이 아니었다. 난방이나 수도, 에어컨이 아니었다. 넓은 공간, 아이폰, 플라스마
텔레비전도 아니었다. 바로 사람이었다. 공동체였다. 내가 사회에서 맡을 의미 있는 역할이었다. -352p
하지만 사실 돈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없으면 없이 살수 있지만, 있으면 자꾸자꾸 사용하게
되는 것. 금전적인 부로 가치를 평가하거나, 나를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사실 우리에겐 그렇게 큰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책의 저자처럼 극단적인 금욕의 생활을 할 필요는 없지만, 확실히 현대의 우리는 지나칠 정도로 물질적인 것들에 욕심을 내고, 그러한 탐욕때문에
스스로를 불행에 빠트리곤 하는 것 같다.
나는 태생적으로 남들보다 물질적인 혜택들에 조금 무심해왔던 것 같다. 있으면 좋을 수도 있지만,
없어서 불편하지 않은 물건들을 갖기 위해 노력해본적도 없고, 남이 가진것을 시샘해본 기억도 딱히 없다. 그리고 최근에는 인간이 무의식적인
범위에서 닿을 수 있는 금욕의 경계에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굳이 소비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지는 않지만, 소비를 하기위하여 애를 쓰지도
않는다. 이유없는 군것질을 하지 않고, 부수적인 물건을 충동적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드물다. 남들보다 적은 물건들로 생활하고 있지만, 나는
누구보다 행복한 상태에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나를 둘러싼 물질들로 이루어진 하루하루가 충분히 안정적이고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한번쯤 자신의 물건들을 돌아보고 정리해보기를 권장한다.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구입한 사실조차
잊혀진채 방치되고 있는지, 지금 나의 장바구니에 담겨있는 제품이 나의 삶의 가치를 그만큼 상승시켜줄수 있는 지.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살수 있는 것.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운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