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셰프 -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셰프의 24시간
마이클 기브니 지음, 이화란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요소 중 하나인 '식'문화는, 물론 늘 대중들에게 인기의 대상이 되어왔다. 하지만 지금만큼 '요리'가 모든 대중들의 시선을 장악한 적은 아마 없었을 듯 하다. 맛집정보나, 맛있는 음식사진의 공유를 지나, 단순히 완성된 음식을 먹는 '먹방'이 인기가 있는 듯 싶더니, 한 순간에 직접 요리를 하는 '쿡방'이 대세를 이루면서, 부엌을 지켜야할 셰프들이 티비에 출연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어떠한 전문직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 현상 자체로는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방송이란,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을 갖는 만큼, 다큐가 아닌 이상은 그 내용이 가벼워질수 밖에 없다는 데서 조금 걱정이 된다. 이러한 셰프들의 인기가 그들의 레스토랑에 한 순간의 매출인상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셰프라는 직업의 급이 한 단계 낮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다.

 

 주방이라는 환경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은 주방에서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살아남을수 있는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62p 

 우리는 종종 자신이 해본적이 없는 일들에 대해 쉽게 판단하고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무시하곤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그것이 예능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질 때 더욱 위험해진다. 다행히 '냉장고를 부탁해' 사건으로 비춰볼 때(이걸 다행이라고 표현한다는게 조금 모순적이지만...) 셰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의외로 높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예능이라는 것으로 그들의 진짜 모습을 판단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힐링캠프에서 최현석셰프와 이연복셰프의 주방을 비교하는 장면은 사실 난 좀 충격적이었다.)

 

 세련된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스프레차투라를 품고 일한다. 스프레차투라. 노력하지 않은 것처럼 무관심한듯한 태도, 의식적인 노력이 들어가는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수월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그런 허세말이다. -157p

 물론 나는 셰프라는 직업과 아무런 연관이 없으므로, 이러한 글을 쓴다는 게 조금 우습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분야든지, 그 분야에 몰입하고 열과 성을 다 한 사람들은 우리가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되는 전문성을 가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 모든 '전문성'을 체험해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편견없는 시선으로 한번쯤은 들어봐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일에 임하는지, 어떤 한계를 극복해오고 있는지, 그들의 직업이 갖는 목적은 무엇인지...

 

...요리사로서 우리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거죠?"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서 있는거죠. 그들을 돌봐주기 위해서요."

 "바로 그거예요. 근데 가끔 그런 생각을 잊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자리를 얻으려고 골몰하고 있을 때 말이에요. 그럴 땐 우리가 사람들에게 음식을 먹이기 위해 여기에 있다는 걸 잊어버리지 않아요?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나면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죠? 셰프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거? 우리 자신을 만족시키는거? 만약 그렇다면 전문적인 요리란 그저 계몽된 이기심의 또 다른 형태가 아닐까요?" -2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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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프가 어떻게 생각하든 걱정 말라는거예요. 물론 워렌은 셰프가 원하는데로 하고 싶겠죠. 여긴 셰프의 레스토랑이니까요. 어쨌든 메뉴에는 셰프의 이름이 오르는거고, 당연히 언제나 잘해내고 있다고 믿고싶겠죠. 그래서 보스한테서 날마다 하이파이브를 얻어내면 정말 좋을 거고. 그런데 결국 하루의 끝에 가서는 모든게 무의미해져요. 결국 끝에 가서 중요해지는 것은 손님이에요. -214p

 그런 점에서 셰프라는 직업의 모습은 사뭇 멋이 있다. 매일 먹고 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버릴 지도 모르는 음식이지만, 이들의 마음가짐은 남다르고, 이들은 누구보다 진지하게 자신의 일에 임한다.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런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외국의 저자가 쓴 책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주방의 분위기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물론 겨우 이 한 권의 책으로 셰프라는 직업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같은 '요리'가 붐을 일으킨 때에 꼭 필요한 책이라는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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