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야 기다려 - 네가 기다려준, 내가 기다려온 우리가 함께한 시간
방은진 지음 / 북하우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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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책의 제목을 보고 동물의 한 종인 라마를 떠올린 나는, 소설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라마가 레트리버 이름 일것이라곤, 심지어 상당히 깊은 뜻을 가진 이름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지. 이 책은 영화감독 방은진씨가 14년간 함께 지내고 있는 그녀의 반려견 라마와의 에피소드들을 엮어낸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반려견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안된다. 라마의 이야기는 양념, 사실은 그녀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니까.

 

 만약 어떻게든 일만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살았다면 나는 한참 전에 지쳐 나가떨어졌을지도 모른다. 그저 돌아서지 않고 꾸준히 현재를 견디어왔을 뿐인데, 어느새 나는 일만 시간을 가르친 선생이 되어 있었다.

 ... 그러니까 나는 그저 재미있었던거다. 어려웠기에 더 재미있었다. 질릴 짬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살려면 그 정도의 어려움은 겪어야 한다고 믿었던 것뿐이다. -134,135p

 자신이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일이 힘들지않고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그 차이는 즐거운 일, 보람찬 일, 하고 싶었던 일을 할때 받는 스트레스는 본인이 충분히 그것을 견디고 이겨낼 가치를 느끼기에 마냥 짜증스럽지는 않다는 것이지. 방은진씨는 그렇게 부단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왔고,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 '일만 시간의 법칙'을 이루어냈다.

 멋지게 성공한 누군가의 뒤에는 얼마나 피나는 노력과 눈물이 있었을까? 너무 어린나이에 겪었던 부모님의 이혼, 둘째 아내의 딸이었던 그녀를 향한 배다른 언니, 오빠들의 차가운 시선. 결코 쉽지 않은 직업인 연극배우와 영화배우. 몇번이고 그녀는 좌절했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결국은 마음의 날을 갈고 스스로 일어나, 드디어 그렇게 영화감독 방은진이 되었다.

 

 지금까지 줄곧 라마는 내 명령에 순종하고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주었다. 라마는 내 곁에 온 순간부터 반려견이 되었다. 반려견의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냥 수용한 것이다. 일말의 불만도 없다는 듯 내 곁에 늘어져 있는 라마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따금 궁금해진다. 인간인 내가 개의 인생에 어떤 선택의 행로가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이 아이는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102p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늘 '라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삶의 모든 사색들을 라마의 행동에서 찾아내고 연결시키며 그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묵묵하고 인자하게, 신사적으로 늘 그녀의 곁에서 기다려온 라마. 아픈 기다림의 끝에서 자신의 꿈에 서서히 다가가는 그녀. 그렇게 그녀와 그녀의 반려견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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