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원의 기적, 레알뉴타운 - 시골 장터에서 장사의 새판을 벌인 청년장사꾼들의 창업 분투기
강희은 지음 / 소란(케이앤피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주 남주시장의 청년몰, 2012년 겨울 내일로 여행을 준비하면서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난다. 책의 소개에 의하면 레알뉴타운의 시작은 2012년 5월 4일이었고, 아마 개점이 얼마되지 않은 시기라 여러 여행책자들에서도 하늘정원만 소개를 하고 있었던모양이다. 전주에 도착하기전 이미 강원도를 시작으로 여러 벽화마을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발품을 낭비했던 우리들이라, 굳이 때맞춰 내리기 시작한 폭우를 뚫고 남부시장을 찾을 이유가 없었기에, 그렇게 청년몰의 존재는 '뭔가 있었는데..'하는 정도로 잊혀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때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자잘한 접촉사고때문에 버스노선이 꼬이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우리가 오전시간이나마 청년몰을 찾았었다면 우리의 현재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현실의 벽에 가려 보지못했던 청년들의 열정을 분명 우리는 가득 담았을 것이고, 여행 내내 재잘거리던 '꿈에 부푼 이야기'가 마냥 멀어보이는 철없는 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좀더 일찍 할 수 있었을텐데...

 

 레알뉴타운은 '적당히 벌어 아주 잘 살자'는 슬로건 아래,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사회적기업 이음의 기획하에 이루어진 '청년창업프로젝트'이다. 버려져가던 남부시장에 현재 39명의 청년이 각자의 특성을 살려 32개의 점포를 세우고 서로 도와가고 협의해가며 완성해온 청년창업공동체인 것이다.

 

 "처음에 레알뉴타운 장소를 보고선 가족들에게 선뜻 알리거나 데려올 수가 없었어요. 그건 청년장사꾼들 대부분이 그럴거예요. 낡은 곳이었고 크지 않았고 세련되지 않았으니까요. 참 속상한 일이죠. 여기 있는 청년들 대부분이 자유로워 보이고 한량처럼 보여도 실은 누구보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열심히 살려는 자세를 보기보단 겉으로 보기에 얼마나 그럴싸한가를 먼저 생각하니까요. 사회가 자기 일에 열심인 아들딸들을 자랑스럽게 보지 않는 다는 건 참 속상한 일이에요."                                                                                          -90p

 이 곳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알아주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일을 하던 사람도 있고, 해외의 호텔요리사, 이미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던 사람, 여러 일들을 떠돌아 다니던 사람 등등. 하지만 이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용기'이다. 사회의 시선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 현재의 안정성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 기꺼이 뛰어들 용기. 그렇게 스스로의 행복과 즐거움을 찾아가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 그런 용기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기에, 다 쓰러져가는 환경에서 그들은 멋지게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레알뉴타운의 입주민들은 자신들의 성공을 이야기하며 늘 '공동체를 이루는 환경'을 언급하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혼자서는 결코 이루어내지 못했을 성공이라고 말한다. 다른이들과 함께 해야하는 일이기에 가끔은 다투기도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함께이기에 어려운 시기를 견뎌낼 수 있었다고... 레알뉴타운의 상점들은 또 한가지 특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제 살 제 깍아먹기 식'의 따라하기 창업이 판치는 세상에서 32개의 점포가 하나도 같은 상품을 취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들은 같은 상품을 취급하는 상점을 연다는 것은 상대방에게도 나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1층의 남부시장의 점포들까지 고려하여 다같이 더불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말 진정한 공동체를 이루어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함에 있어 그 안에서 스스로 움직여야 하는 이유들을 찾고 그 과정을 깊이 파고 들어가서 즐기는 것, 그게 아주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17p

 능력있는 '청년실업자'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아무런 사리판단없이 모두가 하나같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외쳐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사실 남들이 알아주는 번듯한 직장에 들어간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행복한 것은 아니다. 

 사실 현실이 이런씩이고 보니 국가에서도 청년창업에 대한 지원을 자꾸 늘여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도 진정 옳은 일인지 잘 모르겠다. 빠른 성공만을 쫏아가는 현재의 모습들에서 청년창업의 무차별적인 홍보는 새로운 사회의 패배자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조금 불안한 생각도 든다. 욕심없이 느긋하게 철저하게 그렇게 기다리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지, 즐길 수 있는 일인지 '돈'이 아니고 '나'를 보고 생각해서 결정할 수 있는.

 유행을 쫏는게 아니라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가는 것. 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생각하고 자신있게 도전하는 것. 레알뉴타운의 성공을 보며 무작정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레알뉴타운의 성공요인을 살펴보고 나의 상황을 살펴보고, 확신을 가진 후, 그다음은 주저하지 안하고 도전하는 것. 무작정적인 지원과 홍보보다는 정말 필요한 능력들을 길러주는 정책이 많이 시행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