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 죽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인간을 유혹하는가
제시 베링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제시 베링 | 더퀘스트 | 2021.02.01

(2021.02.21 ~ 2021.03.31)

개들과 아침 산책길에 나무 앞을 지날때마다 마음이 끌렸다.

목을 매기 딱 좋은 자리라고 생각했다.

10대 말 이후 언뜻언뜻 자살 욕구를 느꼈다.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11p

누군가의 진솔한 경험담을 담았을 것만 같은 제목과 달리 이 책의 내용은 훨씬 무겁고 어렵다. 심지어 어떤 문장은 어떤 내용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기도 하다. 이 책은 "죽음" 그 중에서도 "일시적이거나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으로 촉발된 죽음" 즉, 자살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과학적이며 다양한 시각에서 쓰여졌다.

일시적이거나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이란 단어에서 사람들은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우울증환자에게만 속하는 것이 아닌 일시적이거나 그러니까 단순히 실패로 인한 절망과 우울로 인한 자살사고까지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우선 밝히고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자살 : 치명적 결과에 대한 지식이나 기대를 갖고

의도적으로 시작하고 실행하여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행위.

"의도적으로" 그렇다면 동물은 자살충동을 느낄까? 그들도 자살을 할까? 너무 어려운 문제다. 게다가 난 죽음학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단락의 끝에 "그렇다면 자살을 어떻게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는 것이 최종적인 목적인 우리들의 '이기적인 유전자'가 어떻게 '인간을 죽음의 유혹에 흔들리도록 허락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개체의 생존보다는 개체가 가진 유전자의 생존에 유리한 쪽을 선택한다"며, '생산하지 않고 자원을 소비할 때 그의 생존에 반작용할 수 있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유전자가 생존할 가장 큰 희망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일 수 있다'고 덧붙인다.

목을 베면서 동시에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상태가 전형적인 자살 상태며, 행위의 양면 모두 진짜다.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中

그리고 이때, 시도자는 '착취적 우울증', 즉 '준자살행위'를 보이게 된다. "알겠지? 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겠지?"라며 주변에 협상을 제안하는 것이다. 물론 주변에서는 불안해하고 슬퍼하며 어떻게든 그를 도우려고 노력하겠지. 그런데 사실 이 경우 시도자의 심리는 '이 상황에서만 살고 싶지 않을 뿐이다'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다른 상황이 주어진다면 당분간은 착취적 우울증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물론 맞는 말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러하듯 결과를 낫게 만들기 위해서는 '원인'을 바꾸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나는 이 대목에서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다. '지금 내가 현재보다 더 나은 상황, 다른 상황에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눈을 뜨면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날 뿐이고 역시 그렇다면 어느날 잠이 들어 더이상 깨어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결과가 아닐까.

책의 뒷편으로 이어지는 모방자살이라든지 신앙에 대한 이야기는 난해하기도 하고, 나에게 큰 관심사는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자.

이 모든 이야기들을 넘어서 내가 이 책을 예비자살자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이유는 바로 4단원, 계단 때문이다. 저자는 자살사고의 단계를 총 6단계로 나누고 그것을 두단원에 걸쳐 예시까지 들며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예비자살자'의 심리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걸까?



배려 부족은 남의 감정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게 아니라, 자살하려는 마음의 특징인 왜곡 현상일 뿐이다. (중략) 이때는 사랑하는 이들의 삶에 자신의 죽음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믐하지 못한다. (중략) 진짜 목숨을 끊고 싶을 때는..... 문자 그대로 그런 건 안중에 없어요.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158-9p

내가 누군가의 자살을 만류해서 그가 긴 세월 괴롭게 산다면 그건 내 잘못이겠지요.

그에게 고통을 주었으니까.

그러니 남들에게 뭐가 좋은지 내가 알 수 없는 노릇이지요.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中

어쨌든 '자살성향자'인 그는 결국 이렇게 책을 마무리짓는다. 자살이란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충동적인 행위고 그것을 타인이 막는 것이 옳은 행위인지는 여전한 논쟁거리지만, 어쨋든 타인과의 연결은 많은 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 라고.



컬처블룸 리뷰단

​본 포스팅은 '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도서만 무료로 제공받았을 뿐, 이후의 활동에 대해 아무런 지시도 받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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