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기타 - 내 인생의 BGM은 내가 만들고 싶어서 난생처음 시리즈 3
송정훈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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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선지의 콩나물 읽기가 늘 고통스러웠지만) 하나쯤 악기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기타?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입문자를 위한 기타 강의인 줄로 알았다. '기타를 사야하나?' 그런던 차에 책 소개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기타를 사기전에 이 책부터 읽어보세요.' 그제야 이 책이 어떤 기타리스트의 에세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편하게 책을 펼쳐들었다.

 기타를 구매하고자하는 마음이 우선 앞서지 않아서 다행이다. 리코더도 제대로 부르기 힘들어하는 내 둔한 손으로 기타를 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과도하게​ 즉흥적일뻔 했던 (그러니까 사실 나는 한번도 기타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나를 이 책은 꽉 잡아 세워주었다. 후회를 넘어 자책을 할 뻔 했다.


 사실 나는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성격이고, 그건 취미도 마찬가지이다. 한동안 미쳐서 끝장을 보곤 미련없이 싹 돌아서버리는게 일반적인 나이다. 그래서 나는 취향이 없는게 취향이고, 이 세상 모든 것이 내 취미일 만큼 취미가 많다. 그 중 오랫동안 유지해 온 것은 독서와 글쓰기. 최근에 입문한 것은 공연관람과 공연제작(조연출).

 

 

 

 불과 2,3년 전만해도 나에겐 취미라는 것의 의미는 꽤나 거창했고, 꿈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는 더더욱 거창했다. 그래서 그 의미들이 나를 짖눌렀고, 나는 그것들의 압박에 부담스러워했다. 도망치고 싶었다. 무언가를 준비하고, 잘 해내야 할 것 같은 기분. 하지만 몇 년 사이 취미를 다루는 내 모습이 훨씬 가벼워졌다는 것을 문득 느꼈다. 삶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일정한 취미를 갖고 있었고, 그것을 통해 꿈을 꾸고 있었다.


 단순하 뮤지컬 관람에서 시작했던 ​살기위한 발악​은 '연기'에 대한 궁금증이 되었고,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며 '연출'공부를 즐기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소품, 의상, 음향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이젠 내 손으로 '뮤지컬' 한 편을 꼭 내년에 동호회에서 올려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생각치도 못했다. 떠밀리듯 살아온 내 1년 반의 시간이 사실은 내 삶의 자양분이었고, 나를 그토록 압박하던 '취미'라는 단어의 실체라는 것을.

 

 

 작가가 서문에 쓴 말처럼, 그것이 꼭 기타인 것이 문제가 아니다. 보통의 삶 속에서 즐거움의 세계를 정성껏 만들어 온 흔적. 나에게도 그런 것이 있었고, 비록 기타를 새로운 취미로 받아들이면 큰일 난다는 결론을 얻었지만,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그리고 나는 꿈 꾼다. 내가 만든 그 뮤지컬 작품에 한 곡의 넘버정도는 내가 직접 작곡까지 해보고 싶다고. 수많은 악기 중 오랫동안 내가 간직해왔던 씨앗, 칼림바를 구매할 예정이다.

 내년 이맘때엔 이미 쓰여져 있던 타인의 작품의 조연출/음향오퍼가 아닌 내가 직접 쓴 작품의 극작으로 지인들을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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