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변을 어슬렁대는 도둑고양이 네 마리와 은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음식물쓰레기통을 두어 번 엎은 뒤론 얄미워서 눈을 흘겼는데, 얼마 전부터 그 녀석들이 먹을 만한 것들을 추려 화단의 넓적한 돌 위에 놓아두는 버릇이 들었다. 마루에 앉아서도 잘 보이는 장소라 녀석들이 왔다 가는 것을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길들인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나 또한 길들여지고 있는 건가. 녀석들이 안 보이는 날은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앞집의 낡은 슬레이트 지붕 위에서 녀석들은 뒹굴뒹굴 놀다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가 납작 엎드려 잠을 잔다. 매끼 챙겨주는 주인도 없으니 배가 고픈 날도 있을 터. 배부른 구속보다는 자유가 좋아 무소속이 된 건지. 야박한 주인을 만나 내쫓긴 건지. 고양이 팔자가 부럽기도 하고, 가엾기도 하고, 그렇다.
고양이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얘기지만. 오늘 어쩌다가 뒤로 돌아가기를 해서 옛날 글을 읽게 되었다. 무수한 오타들과 늘어지고 늘어져 읽다가 길을 잃는 이상야릇한 문장들을 보고 허걱. 그 때는 이랬구나 했다. 한번 쓴 걸 다시보기는 너무너무 귀찮다.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썼던 거라 뜯어 고치다보면 다시쓰기가 되고. 실수도 엉성함도 나름 미덕(?)이 있다고 자부하는 지라. 단 어쩌다 그걸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할 따름. 오늘 쓰는 이것도 한참이 지나서 보면 얼굴이 붉어질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