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께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지금처럼만 사시다가

 

아이처럼

여기 저기 아픈 곳을 가리키고

약 발라 달라 조르고

때가 되면 정확하게

밥 안주냐고 물어보고

좋아하는 포도를 맛나게 드시고

밤이면 세상 모르게

단잠을 주무시고

그러다가, 먼 훗날

더 이상

팔도 다리도 움직일 기력이

다 하셨을 때 

달콤한 잠에 취한

아기처럼

평화롭게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돌아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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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8-23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를 읽으니 님의 할머니 안부가 궁금합니다.

겨울 2006-08-24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런데 좋아지심이 건강하심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하루하루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불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