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 끝에 비춘 햇살이 마치 단비와 같다. 어제부터 시작한 빨래가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지금 마당엔 빨래가 너울너울 춤춘다. 마당을 가로지른 빨랫줄은 빈틈을 찾을 수가 없다. 방에서 혹은 거실 창문으로 무겁던 빨래가 점점 말라서 가벼워지는 모양을 보는 기쁨이란.
빨래는 또 오래된 주택의 남루함을 말끔히 앗아간다. 흰 빨래 사이에 낀 원색의 셔츠는 활짝 핀 꽃과 같이 그 향이 길고, 세제와 섬유유연제 냄새가 종일 집안 구석구석을 맴돈다. 사실, 오늘처럼 햇빛 좋은 날은 표백제도 따로 필요가 없다. 아니, 어쩌면 마음의 얼룩까지도 말끔히 지워질 듯하다.
여름, 햇살 그리고 빨래로 충만한 오후. 낮잠 보다는 책읽기가 좋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