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 끝에 비춘 햇살이 마치 단비와 같다. 어제부터 시작한 빨래가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지금 마당엔 빨래가 너울너울 춤춘다. 마당을 가로지른 빨랫줄은 빈틈을 찾을 수가 없다. 방에서 혹은 거실 창문으로 무겁던 빨래가 점점 말라서 가벼워지는 모양을 보는 기쁨이란.


빨래는 또 오래된 주택의 남루함을 말끔히 앗아간다. 흰 빨래 사이에 낀 원색의 셔츠는 활짝 핀 꽃과 같이 그 향이 길고, 세제와 섬유유연제 냄새가 종일 집안 구석구석을 맴돈다. 사실, 오늘처럼 햇빛 좋은 날은 표백제도 따로 필요가 없다. 아니, 어쩌면 마음의 얼룩까지도 말끔히 지워질 듯하다.


여름, 햇살 그리고 빨래로 충만한 오후. 낮잠 보다는 책읽기가 좋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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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7-23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래 해서 햇볕에 널어두면 기분이 참 좋아져요. 흰색 사이사이로 원색의 옷감이 있으면 더욱 아름다운 광경이 그려지네요. 냄새도 향기롭구요.. 우울과몽상님, 올만이에요^^ 반가워서 달려왔네요^^

겨울 2006-07-24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잘 지내셨나요? 장마 끝 햇살만큼 반가운 손님이 또 있을까요? 이제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같아요. 활기찬 날들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