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허구일 거라는 전제하에 읽으면서도, 작가가 아는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어디쯤일지가 정말 미치도록 궁금했다. 윤수의 ‘블루노트’를 읽다가 청승맞게 눈물을 흘린 것은 슬플 수밖에 없도록 쓰인 글 때문이라고 투덜투덜 댔다. 한 사형수가 흘린, 건넨 삶의 자잘한 부스러기를 조잡한 기술로 엮은 거라고. 사형수를 잉태하는 세상, 사회의 부조리에 새삼 분노하는 척하다 체념하는 척하다 결국은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보기 좋게 빚은 소설이 아니냐고, 사형을 위한 사형이라는 비난과 성토, 호소 말고는 전부 다 가짜가 아니냐고, 속살거리는 혀 때문에 솔직히 맥이 빠졌다. 온전히 소설을 소설로, 진짜라고 믿어버리는 망각을 체험하지 못한 것은 내 탓일까 아니면 작가 탓일까. 정말 대단한 작가라면 가짜도 진짜처럼 진짜는 진짜처럼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건 신파고 상투적이고 뻔해. 물론 이렇게 툴툴거리는 건 비겁하다. 겨우 한 번, 아무런 고민도 없이 읽어치운 주제에 말이다. 그러나 유정이 자신의 삶을 망가뜨린 존재와 피터지게 싸우지 않은 것은 내내 용서라는 빈말만 남발한 것은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또박또박 악랄하게 엄마와 싸웠어야 했고 가해자인 사촌오빠를 찾아가 분노를 터트렸어야 했다. 얼렁뚱땅 세월을 탓하며 용서라는 이름으로 눈물만 흘려서는 안 되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고? 그거야말로 위선이고 위악이다.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 게 뭔데? 현실 혹은 사실을 뛰어넘은 치열함, 순결함, 맹목성 혹은 현실같은 비현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이야기만 아니라면 무엇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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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2-10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적 글쓰기에 대한 맨날 그렇고 그렇게 얽힌 글은 맥이 풀린답니다.
저 역시 이 작가가 왜 계속 자기구멍속에 빠진 이런 글만 쓰는건지 이해가 안되어요
도대체 글은 왜 쓴답니까. 우리 소설가(여성작가)들의 한계점을 그녀로부터 발견하면 속이 상해요. 헉..너무 악평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