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의 감회라니. 이게 어인 떡이냐. 속으로는 웃음을 감추고, 껄렁한 표정으로 책방 주인에게 얼마냐고 묻고, 가격을 흥정하고, 예상대로 거저나 다름없는 값에 낙찰을 본 후, 너무 좋아서 역시 속으로만 웃었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뭔가를 좋아해서 가지고 싶다고 해서 당장에 그것을 찾아다니는 열정이 부족한 나는 이렇게 우연찮게 원하던 것을 얻었을 때가 진짜로 행복하다. 돌부리를 걷어찼는데 굴러가던 돌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오백 원짜리를 토했을 때랄까? 비유가 이상하네. 사바스 카페를 처음 접한 게 8년 전 쯤? 막 만화책의 재미에 빠져들 즈음이었다. 일본만화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되어 그 후 정신없이 온갖 만화를 다 읽기 시작했다. 가질 수만 있다면 꼭 가지고 싶은 만화 1순위였지만 막연히 구하기 쉽지 않은 만화려니 하고서 포기했는데, 이런 우연한 행운이 따라주다니. 아, 행복해서 죽을 지경이다.
아름다운 건 월요일의 아이
품위가 있는 건 화요일의 아이
울상을 짓는 건 수요일의 아이
여행을 떠나는 건 목요일의 아이
매력적인 건 금요일의 아이
고생하는 건 토요일의 아이
귀엽고 명랑하고 마음씨가 고운 건 일요일에 태어난 아이
<목요일의 아이>라는 소설도 있었는데, 친구들과 돌려가며 읽고 나름 심각한 대화도 나누고, 하나같이 모두 여행을 떠나는 목요일의 아이를 꿈꿨었는데. ‘마더구즈’의 노래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