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기만 하면 자신과 주변인의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사람이 있다. 어디서 그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대단한 기억력이란 감탄을 하며 넋을 놓고 들을 때가 있다. 남달리 사랑도 많고 미움도 많고 근심도 많고 좋아하는 것만큼 싫어하는 것도 많은 결과적으로 욕심이 많은 사람인 그는 일 또한 열정적으로 몸이 부서져라 한다. 삶에 대한 그러한 의욕과 애착, 집착과 체력을 나는 단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를 만나 그의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얻는다.


감정이나 갈등을 마음에 쌓아두기를 반복하는 사람은 병이 들기 십상이다. 반면 어떤 경로든 누굴 향해서든 뱉어내고 표현하고자 애쓰는 사람은 굉장히 큰 상심이나 상처일지라도 미약하나마 치유가 되거나 짊어진 짐의 무게를 덜기 마련이다. 현실이 끔찍하도록 암담한 상황에 처해진 어떤 이는 어떻게든 낙관하고 긍정하려 안간힘을 쓰며 좋았던 날들을 추억하고 끄집어내면서 넘칠 정도로 너무 많은 것을 가졌던 대가의 의미로 현재를 살아간다고 했다. 그녀 또한 달변가다.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 한 물 흐르듯 매끈한 그녀의 수다는 몇 시간이고 계속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뭔가를 말하고자 하는 사람은 넘쳐나는데 정작 귀 기울여 들어줄 사람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이건 어른이건 여자건 남자건 사소한 빌미만 제공하면 속 깊은 얘기를 줄줄 흘리는 시대, 정작 그들은 자기 말들에 취해 타인의 말은 들을 줄 모르면서, 누구라도 제 속에 쌓이고 쌓인 화를 제발 말이 되게 해 달라고 간구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시대, 어쨌건 수다는 힘이고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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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7-31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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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워낙 말주변이 없어서 듣고 있는게 편하더라구요... ^^


겨울 2005-07-31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 또한 주로 듣는 쪽입니다. 사실 말하기보다 듣는 일이 어렵다고 생각해요. 적절할 순간에 대꾸를 넣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데요. 사람을 사귀면서 가장 지루할 때는 상대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해 아무말도 없을 때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