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말썽을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가스레인지가 불통이다. 사소하고도 사소한 일이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 앞에서는 짜증부터 난다. 먼저 A/S 센터에 전화를 걸어 현 상황을 설명하고 기타 비용을 문의하니 역시나 수리보다 새것으로 사는 게 낫다. 겉모양은 멀쩡하지만 8년 이상을 사용했으니 바꿀 때다. 문제는 물품의 배달과 설치, 저녁시간에 맞춰 받아서 따로 가스사업자를 불러 설치하는 과정이 너무 번거롭다. 이쪽저쪽 전화 넣어 시간 맞추었더니 교통사정이 나빠 약속한 배달시간을 초과하고 덩달아 설치해주실 분도 공중에 뜨고 있는 대로 성질이 뻗친다. 뒤늦게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한 물류센터 직원을 붙들고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놓고 설치문제로 다시 짜증. 낼은 아침 일찍 시골로 떠나야 하는데, 지금이 아니면 월요일 저녁에나 가능하다. 어둑한 시간에 낯선 사람을 집안에 들이기가 꺼려지지만 다시 전화를 걸어 와주십사 부탁을 넣었다. 전에 몇 번 본 그 사람인가 했더니 처음 보는 사람이다. 그런데 비교적 소박하고 친절하다. 역시나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가스통을 점검해 주고 설치까지 마무리 하시더니 생뚱맞게 집이 참 깨끗하다는 한마디. 어느 집이나 이 정도는 기본이지 않느냐 했더니(더러운 걸 참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정리정돈에는 소질이 없다) 자기 누나랑 똑같다나 뭐라나. 하하 멋쩍게 웃어주고 수고하셨노라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나가면서 한마디를 던진다. 대문 닫아드리겠습니다. 작지만 수수한 배려, 오늘 하루 썩었던 속이 확 풀리는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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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7-2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푹푹 찌는 더위...그런 작은 배려 하나가 커다란 기쁨인 시기입니다.

겨울 2005-07-2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더위에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작은 방에서요. 여름이 달리 여름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