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감독판 + 극장판) (2disc) - [할인행사]
에릭 브레스 외 감독, 애쉬튼 커처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를 본 사람이 이르기를 ‘경악할 만한 공포’ 라는, 내 최대의 약점을 건드리는 바람에 차일피일 미루던 영화. 역시 감상이건 평이건 믿을만한 사람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호기심을 억제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본 이 영화, 자정을 넘은 시간부터 봤거늘 갈수록 눈알이 초롱초롱 살아난다. 도대체 내게 공포라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물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유심히 보면 경악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놀랍기는 했다. 하다하다 어머니의 뱃속에 있던 기억으로 돌아가 자살을 선택한다? 일기장이라는 통로를 통한 시간여행이 너무 빈번해서 이번에는 어떤 상황일까 내지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또 있을라고? 라는 느긋한 상태에서 느닷없이 만난 결말은 애절하다고 해야 할 지, 억지스럽다 할 지, 스스로의 존재를 지우지 않으면 안 되었던 에반의 삶이 너무 가혹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에반이 원한 것은 가여운 켈리를 구하는 것뿐이었다. 죽어야할 켈리를 구하자 그 자신이 살인범으로 교도소에 갇히고, 막나가는 토미의 인생을 바꾸려던 계획은 레리의 인생을 참혹하게 짓이기고, 다이너마이트의 폭발로 우편함 앞에서 죽어간 여자와 아이를 살려 레리의 삶을 구원하려 했더니, 이번에는 에반의 사지가 잘려나가 휠체어에 의지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폐암으로 고통 받는 엄마를 보자 에반은 절규한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으면 잡을수록 현실의 세계는 비틀리고 꼬여간다. 그때 그랬더라면 이라면 가정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감히 신의 영역에 도전한 인간의 나약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에반은 점점 피폐해져 이성을 잃어간다. 결국은 그도 그의 아버지처럼 정신병원에 갇혀 일생을 마감하거나 자해를 하겠지 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뭉개는 결말에 대해서는, 오락영화가 주는 나름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정석대로라면 에반이 미치지 않고 정상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으니까. 


돌이키고 싶은 과거의 어느 한 순간을 떠올리라면 머릿속이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기억은 온통 실수와 허점투성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산다는 것은 늘 과거에 연연해한다. 온갖 미련과 망상을 품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과거의 그 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 다른 말을 해도 지금의 나가, 나 아닌 다른 나로 살지는 않을 것임을 안다. 그러니 회한 따위로 허송세월을 하지는 말자는 영화와는 무관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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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5-14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관에서 정말 재미있게 봤었어요..
근데, 저랑 다른 결말을 보셨군요.. 감독판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겨울 2005-05-15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참 게으르게 이제 봤습니다. 두 가지 결말을 다 보았는데 심정적으로 그닥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어요. 결말은 단지 코메디에 불과하고 과정만이 머리에 남던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