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영원히 싫은 사람도 영원히 좋은 사람도 없더라. 미움과 증오가 나의 힘인 것처럼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전진했던 시절을 생각하며 쓴웃음을 짓나니. 누군가를 사랑한 기억보다 미워한 기억 뿐. 세상과 사람을 향해 적대적인 감정만을 품었던 삶이 행복했을 리가 만무하고, 제대로 된 소통과 관계가 있었을 리도 없다. 그 때의 일기장엔 온통 과잉된 울분과 설움과 외로움으로 도배를 했다. 뚜렷한 사유도 모르고 존재 자체만으로 미움을 받았을 사람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얼마 전까지 코드가 안 맞느니 호감도 없느니 눈에서만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고 소원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녀의 독선과 아집이 실상은 나로선 상상이 불가한 상처투성이의 어린시절로부터 비롯된 방어라는 걸 알게 되자, 미움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이해와 연민만이 남았다. 그 사소한 앎으로 순식간에 입장을 달리하다니, 사람의 싫고 좋음은 얼마나 유치한 경계인가. 상식 비상식을 쉽게 가르지만 한 사람을 온전히 아는 데는 상식만으로는 모자람을 안다. 누군가를 덜떨어졌다고 이기적이라고 소심하다고 바보스럽다고 손가락질을 하지만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 쉽게 뱉을 말도 아니다.
나 자신의 나약함과 불완전함 때문에 고민하면서도 타인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종종 잊는다. 내 시행착오로 몇 년의 시간을 허비하거나 관계를 단절한 뒤에 뒤늦게 회한에 젖으면서 누군가도 그런 잘못을 저지를 수 있음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