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 감을 기꺼워하지만 오는 봄에 설레지도 않는다. 오히려 자질구레한 근심들로 꽉 찬 머릿속이 터질 듯하여 현기증을 느낀다. 계절이 바뀌는 미묘한 순간을 포착하기가 어려워 철 지난 옷과 때 이른 옷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아침도 피곤하고, 새 것과 헌 것을 과감히 가려내어 버리고 선택하는 어린 아이들의 치기와 천진난만 속에서 잔인함을 발견하는 것도 괴롭다. 에너지가 넘치는 한창 때의 청소년기를 칙칙한 교복으로 포장하고 순교자인 양 인상을 긋는 조숙한 녀석들은 더 불편하다.
봄이라는 이름은 삶이 버거운 사람들을 한겨울보다도 더 춥게 만들고, 더딘 걸음을 재촉하여 등을 떠밀어 어깨를 움츠리게 한다. 겨울이 잠과 휴식이라는 의미로 위안을 주는 반면 다음에 오는 계절 봄은 어서 일어나 일을 나가라는 바쁜 신호다. 하루의 일과는 더디고 점점 길어지는 해가 일상을 무료 속에 가두는, 봄에, 천만가지 고민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이민다. 기다리지 않았던 것은 결코 아닌데, 어째서 옹졸한 나는 반갑다고 손을 내밀지 못할까.
올 봄에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의 암담함이 내 것인 양 숨이 막히지만 이러이러하라고 일러줄 처지도 아니고,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는 뻔한 위로만 던 질 뿐, 이럴 때는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불러서 도움을 구하거나 왜, 댁은 구경만 하느냐고 따져 묻고 싶다. 다행히도 나는 어떤 종교의 신자도 아니니 불평하고 욕 좀 한들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