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는 개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가 살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고양이 한 마리뿐이다. 깊은 새벽녘, 무슨 일로 집 밖으로 나섰는지 차에 치어 죽었더란다. 산 깊숙한 골짜기에 어인 차가 그리 많아서, 이른 산책을 나간 그 녀석을 죽게 했을까. 눈도, 코도, 입도 모두 몽실몽실한 털 속에 숨어, 멀리서 바라보면 털 뭉치 하나가 또르르 굴러다니는 듯 하여 뭉치라고 불렀는데, 살아있던 짐승의 죽음에 가슴이 시큰하고 답답하다. 비슷한 시기에 살게 된 새끼 고양이는 성깔이 제법이어서, 제 몸의 두 배가 넘는 뭉치 앞에서 갖은 잘난 척을 많이도 했다. 꼬리털을 곤두세우고 으름장을 놓는 쪼끄만 고양이 앞에서 뭉치는 겁먹은 티를 팍팍 내며 몸을 사렸다. 눈치 빠르고 얍삽한 고양이 녀석은 얄미워서 발로 차고 손으로도 던지고 구박을 하면서, 순한 애교덩어리 뭉치는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곤 했는데, 무슨 명이 그리도 짧은지....... 너른 풀밭에서 쏜살같이 달려갔다가 다시 달려오는 뭉치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을 맴돈다. 엄마의 신발 한 짝을 물어다, 앞을 보고, 뒤를 보고, 핥아보고, 깨물어보며 좋아하더니 이제는 시골집도 쓸쓸하겠다. 다행인 것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뭉치의 날들은 아낌없이 행복했으리란 것. 저를 가두는 울타리도, 목줄도 없이 산과, 들에서 흙을 지치며 뛰놀았으니, 개로 태어나 누리는 삶 중에서 그만하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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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1-0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통사고로 죽는 동물들이 넘 많아서 가슴 아픕니다.

겨울 2005-01-09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정이 들만큼 자주 보질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