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전통 술을 빚는 양조장집 딸내미 나츠코의 파란만장한 분투기를 그린 이 만화에서 내 혼을 빼앗아 간 건 술에 관한 집념이나 애정이 아닌 농사꾼들의 농사짓는 이야기다. 전통 술의 원료인 쌀에서부터 최고의 술이 만들어진다는 신념아래 나츠코가 배워가는 농사짓는 법과 농부의 마음, 결국에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과정은 바로 이 시대의 내가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인 것이다. 먼 미래의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인 비옥한 땅을 과도한 농약살포로 산성화시켜 황폐케 하는 현재의 농사법의 부조리함을 성토하는 만화속의 인물을 통해서 가슴 먹먹한 비애에 빠져들었다. 물론 일부에서 유기농을 실현하고 있으나 아직도 멀었다. 농업에 미래는 없다는 패배주의적 사고가 팽배했을 뿐이다. 2차 쌀 시장 개방을 앞두고 연일 시끄러운 가운데서도 누구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용하고 있는 농약을 폐기처분하고 땅을 살리자고, 그 땅에 우리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적은 양이라도 인간에게 이로운 건강한 쌀을 생산하면 높은 가격에 수매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런 생각에 젖는 나는 어쩔 수 없는 농사꾼의 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