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별로 말주변도 없고 남을 웃기는 재주는 더더구나 부족하다. 그래서 가끔 힘들다 힘들다고 이마에 써 붙이고 그렇다고 미주알 고주알 내뱉지도 못하고 끙끙 앓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한없이 불편하다. 사람 사는 거 다 그래, 하는 뻔한 소리도 한두번이고 그 정도는 고민 축에도 안들어간다고 일축하기도 난감할 때면 웃기는 소리 한마디가 딱 떠올라줬으면 싶을 때가 있다. 눈물이 쑥 빠지도록 한바탕 웃고 나면 세상 근심이 다 사라졌으면 싶다.
아는 이 중에 바라만 봐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 그녀는 늘 웃는다. 사소한 일에도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고 놀라고 목소리를 높여 흥분을 한다. 같이 있으면 저절로 입이 벌어지고 눈매가 풀어지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를 보고 나면 한동안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단지 존재감만으로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그녀처럼 나도 간절히 그러고 싶다.
물론 화낼 일에 화내지 않고 부당한 일을 모른척 하는 그런 사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가 공감하는 부조리에 얼굴을 붉히고 성토하는 모습이란 정말 아름답다. 아닌 것을 아니라 하는 용기를 가진 이를 만나서 의견을 교환하는 미덕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뿌듯한 만족감을 느끼는 때이기도 하다.
사는 일이 누구에게는 가벼울까마는 유난히 그것이 버거워 보이는 이가 있기 마련이다. 일상이 주는 권태를 도무지 참을 수 없어하는 성질 급한 이도 있다. 행복이, 만족이 손에 잡히는 거라면 덥석 집어서 건네주련만 그러지도 못하고 지켜보기만 한다. 아이라면 타이르고 충고라도 하련만 다 큰 어른에게는 그것이 쉽지를 않다. 저마다 살아온 고유의 방식이 있고 고집과 함께 아집이 있어 틀린 것을 틀리다 해도 왠만해선 수긍하지 않는다. 그게 어른이다.
지난 토요일엔 멀리서 머리 꼭지만 보아도 행복한 사람과 삶은 한없이 괴롭다 말하는 두 종류의 지인을 만났다. 나는 어느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