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내 인생의 목적은 건강하게 살기다.
TV 시청도 건강프로를 찾아 즐기고 사람을 이롭게 하는 먹거리와 그렇지 않은 것에 귀기울여 듣고 실천하려 애쓴다. 사람의 나고 죽음은 하늘의 뜻이라고 여겨 교만하게도 20대 나이에는 몸과 마음을 학대하기를 서슴치 않았는데, 그 결과는 참담해서 나는 물론이고 가족에게도 많은 폐를 끼쳤다.
건강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얻은 것은 겸손이고 버린 것은 교만이다. 몸에 대한 과신은 몸의 이상신호를 우습게 여겨 병을 키우고 그 결과 경제적 시간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얻었을 뿐이다. 일찌기 책읽기의 재미를 알아 늘 손에서 책이 떨어지는 적이 없었던 것도 건강을 헤치는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사람없는 곳을 찾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읽기에 몰입하는 것은 좋았는데, 그것이 평생을 걸쳐 계속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지금은 완치가 되었지만 가장 최근에는 폐결핵 진단을 받았었다. 그 때의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서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오랜 시간 약을 복용하면서도 자각하지 못했던 내 몸에 대한 불신과 그 동안의 생활습관, 먹거리에 대한 점검을 하게 되었다. 먹는 것을 즐기지 않다보니 식욕이 없으면 굶는 것이 다반사이고 원래부터 검소, 소식을 넘어서 아예 안먹고 사는 법이 없을까 긍긍 하였던지라 설령 몸이 그것을 원해도 의지로서 차단하고 했었다.
결핵을 치료하는 약이란 것이 얼마나 독한지를 강조하면서 의사는 내게 최대한 영양가 있는 것을 골라 먹으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약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서 간이나 위가 상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협박 아닌 협박에 거의 입에 대지 않던 고기와 생선을 먹어야 했던 고통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매끼 약과 함께 먹어야 하는 밥도 고역인데, 익숙하지 않은 고기를 씹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일년 여를 살았다.
지금은 가끔 그 냄새와 생김생김을 의식하지 않고 삼겹살을 사다 구워 먹기도 하고 삼계탕의 닭다리를 건져 뜯어 먹기도 한다. 장족의 발전이다. 사람들이 좋다는 현미밥에 가능하면 콩을 넣어서 밥을 지으려 한다. 몸에 좋은 것을 먹는 것 보다 몸에 나쁜 것을 먹지 않는 게 낫다는 지론에는 여전히 찬성하지만 굳이 찾아 먹지는 않더라도 가족들이 먹으라 하는 것은 먹으려고 노력한다.
근래에는 요가에 관련한 책과 비디오를 구입해 집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운동을 시작했다. 요가 동작을 따라하다보니 그 전에 기본적인 스트레칭 법부터 익혀야겠다 싶어서 '스트레칭30분'이란 책도 구입했다. 상당히 효과적이다. 전문가로부터 코치를 받을 일이 없는 일반인이 보고서 따라하기에 적합하다. 혼자 생각에 얼마나 오래 살고 싶어서 이러나 하다가도 단순히 삶의 문제가 아닌 어떻게 죽을 것인가 즉 건강한 죽음에 관한 문제라는 자각도 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