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가을의 정원에는 시든 채송화와 말라비틀어진 국화와 벌레 먹은 맨드라미, 그리고 꽃이 지고 푸른 잎만 무성한 옥잠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목련나무를 휘감아 돌던 으름 넝쿨이 땅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검은 돌을 지나서, 대리석 언덕을 넘어서, 이끼 낀 시멘트 마당으로 내려오는 걸 매일 아침마다 두 눈으로 확인합니다. 그의 방향을 바꿔볼 요량으로 이리저리 밀치고 치워도 어느 샌가 멋대로 방향을 틀어버립니다.
빨간 고추가 조롱조롱 매달린 고춧대는 병들어 행색이 추레합니다. 하나씩 둘씩 뽑아내기 시작해서 이제 딱 하나가 남았습니다. 모양은 제각각 못생겼어도 어느 덧 빨갛게 익어 색을 자랑합니다. 내 작은 정원의 풍경입니다.
올 해는 담벼락 밑으로 대파를 묻었습니다. 고향에서 뽑아온 파가 오종종 나란히 줄지어 있습니다. 시든 잎을 매단 채로 살아갑니다. 어여쁘고 기특하지만 흥! 하는 콧소리만 요란합니다. 집이 바뀌고 환경이 달라져도 전혀 꿀림이 없습니다. 자만심이 대단한 녀석입니다. 놀러오는 이웃들의 손에 한 뿌리, 두 뿌리 씩 나눠주는 걸 기꺼워하는 듯합니다. 그냥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작은 정원에 비가 내립니다. 마른 흙이 젖어듭니다. 즐거워 보입니다.
그래서 즐거운 정원입니다. 내 정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