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호박이 세 통 생겼다. 항아리처럼 생긴 호박은 시골 다녀온 동생이 업어왔고, 팔뚝마냥 길쭉하니 매끄럽게 잘 익은 건 앞집에서 주셨고, 긴 것과 둥근 것의 중간 정도 되는 곰보마냥 얽은 흔적이 표면에 있는 건 오가며 인사 나누는 아주머니가 선뜻 안겨 주셨다. 늙은 호박 아니 탐스럽게 익은 호박을 윤기 나도록 닦아서 신발장 위에, 마루에, 방에 하나씩 놓아두고 바라본다. 요리는 모르겠고 두고 보는 용도로 제격이다. 가을이다. 고향은 가을걷이로 바쁘다. 작년부터인가. 매상(추곡수매)을 안 하면서 쌀의 수확량은 급격히 줄었다. 힘들어 하실 때마다 쌀농사를 줄이라고도 했었다. 논 위에 버섯막사, 축사가 세워진 것도 옛일이다. 그것들도 곧 헐리어 잡초만 무성한 잊혀 진 땅이 될 거다. 부모님 살아서는 쌀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는 어찌될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