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부터 검은 모기에게 세 방이나 물렸다. 버물리를 바르고 또 발라도 가려움이 가시질 않는다. 독한 놈. 9월 한낮의 극성스런 모기는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약이 올라 있다. 화단의 잡초 틈에 도사리고 있다가 야호! 환호를 지르며 달려들었겠지? 놈을 때려잡아서 내(?) 피를 봤어야 하는데, 원통해.




살금살금. 가을이 걷는다. 바쁠 것 없어. 바쁠 것 없어. 되뇌는 소리. 헐레벌떡 일어섰다가 아, 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기다리지 않아도 올 사람은 온다. 설명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가을이, 저기, 어디쯤 있다는 거.




지는 꽃이 추하다고 잘라버릴 순 없지. 피는 신비를 고대하고 지켜보았듯이, 말라붙어 떨어지다가 푸른 잎에 걸린 옥잠화의 말로를 끝까지 견디는 것. 그게 도리야. 벌레 먹어 구멍이 숭숭 난 맨드라미 잎사귀를 봐.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잎만 무성하다고 타박했는데, 어떤 벌레의 맛난 밥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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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9-1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지 않아도 올 사람은 온다. --> 사실인가요. 너무 지치게 하는 문구네요.^^

겨울 2007-09-20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심한 성격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