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마당을 쓰는 일이다. 밤톨 같은 새파란 감, 잎, 꼭지, 잔가지 등 이 밤사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매미를 주워 나뭇잎 사이로 올려준 적이 있는데, 오늘도 덜 떨어진 녀석 하나가 바닥을 기고 있다. 그냥 두면 개미 밥이 되기 싶상인지라 주워다가 목련가지를 꺾어 소쿠리 안에 넣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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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세상에 나온 것인지, 맥을 못추고 비실거리는 녀석이 안쓰럽지만 죽고 사는 건 네 운명이거나 자연의 일. 작은 화단 안 구석 구석을 보니 죽은 매미도 두어 마리 보이고 매미껍질은 다섯손가락을 넘는다. 몇 마리는 살아남아 뜨거운 여름을 만끽할 준비를 하고 있겠지.
개망초 줄기에 매달린 매미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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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런데 껍질에서 온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은 매미 한마리가 있다. 7년을 캄캄한 땅 속에서 살다가 겨우 빛을 보려는데, 어쩌다가. 선명한 사진이 아쉽다. 조카 원이는 매미껍질만 보면 모으느라 정신 없는데, 이걸 보면 신기해서 펄쩍 뛰겠네. 상하지 않게 떼어내서 보관할까.
흐린 날과 갠 날이 반복되면서 화단의 풀과 꽃들은 초록이 더욱 깊어진다.
이웃의 아주머니가 화분 하나를 선물로 주셨다. 이름이 '천사의 꽃'. 신비로운 하얀 꽃을 피우고 딱 하룻만에 진단다. 꽃봉오리가 점점 커지다가 어느 순간 흰 꽃을 부채살처럼 피운다는.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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