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마당을 쓰는 일이다. 밤톨 같은 새파란 감, 잎, 꼭지, 잔가지 등 이 밤사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매미를 주워 나뭇잎 사이로 올려준 적이 있는데, 오늘도 덜 떨어진 녀석 하나가 바닥을 기고 있다. 그냥 두면 개미 밥이 되기 싶상인지라 주워다가 목련가지를 꺾어 소쿠리 안에 넣어놨다.


너무 일찍 세상에 나온 것인지, 맥을 못추고 비실거리는 녀석이 안쓰럽지만 죽고 사는 건 네 운명이거나 자연의 일. 작은 화단 안 구석 구석을 보니 죽은 매미도 두어 마리 보이고 매미껍질은 다섯손가락을 넘는다. 몇 마리는 살아남아 뜨거운 여름을 만끽할 준비를 하고 있겠지.

개망초 줄기에 매달린 매미껍질.



앗, 그런데 껍질에서 온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은 매미 한마리가 있다. 7년을 캄캄한 땅 속에서 살다가 겨우 빛을 보려는데, 어쩌다가. 선명한 사진이 아쉽다. 조카 원이는 매미껍질만 보면 모으느라 정신 없는데, 이걸 보면 신기해서 펄쩍 뛰겠네. 상하지 않게 떼어내서 보관할까.

흐린 날과 갠 날이 반복되면서 화단의 풀과 꽃들은 초록이 더욱 깊어진다.
이웃의 아주머니가 화분 하나를 선물로 주셨다. 이름이 '천사의 꽃'. 신비로운 하얀 꽃을 피우고 딱 하룻만에 진단다. 꽃봉오리가 점점 커지다가 어느 순간 흰 꽃을 부채살처럼 피운다는.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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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utian 2007-07-1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매미껍질도 못본지 꽤 오래됬는데 저기엔 뭐 저리 많답니까^^; 뭐, 약한자는 도태되는 냉혹한 자연세계이니까요.

겨울 2007-07-1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가 있는 음습한 땅이 매미가 태어나기 적합한 환경인 듯 싶습니다.
일본 지진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착잡했는데요. 천재지변이니 누굴 원망할 수도 없고. 그 나라에 대해 연민을 느낄 땐 아마 지진이 일어날 때지 싶어요.

asdgghhhcff 2007-07-17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미가 껍질을 제대로 깨지도 못하고 죽기도 하는군요. 전 늘 늦여름에 죽어있는 매미들밖에 보질 못했네요.. 7년이나 땅속에 살다가 겨우 나왔는데 안타깝군요..

겨울 2007-07-17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철 신나게 우는 매미에게 익숙하다가 저렇듯 태어나자마자 죽어 나뒹구는 녀석들을 보니 마음이 씁쓸합니다. 인간이나 매미나 삶이 녹록치 않은 건 매한가지라는 생각에.

잉크냄새 2007-07-1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울어
텅 비어버렸는가
이 매미허물은
-바쇼-

겨울 2007-07-18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미는 죽고 없지만 빈 껍질은 남아 시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