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책장을 구매하면서 완제품보다는 조립품이 저렴하다는 걸 알면서도 엄두가 나질 않아 구매를 망설였다. 손을 벌리면 선뜻 도와줄 이는 주변에 많지만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은 시작도 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그런데 메일로 날아온 책장 광고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쉽다는 사람도 있고 어렵다는 사람도 있지만 해보지 않고서는 결과는 알 수가 없는 법.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에 덜컥 주문을 했다.
** 그리고 오늘 배달된 물품을 끌어안고 1시간여를 끙끙 거렸나?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십자형 드라이버 하나만으로도 거뜬히 책장을 완성 시켰다. 아, 그 뿌듯함이라니. 손가락 두 개에 상처가 나고 손끝이 거칠거칠 하지만 노동(?)의 달콤함에 비할까. 사용설명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신중히 파편들을 살펴보면 방법은 의외로 쉽다. 그럼에도 두어 번은 조였다 풀기를 반복한 것은 주의력 부족에 드라이버를 쥔 약한 손힘, 혹은 태생적으로 기계적인 것에 익숙하지 못한 성별 탓이다. 시도해 보지도 않고 지레짐작 겁을 먹고 도움을 청하기 일쑤니까. 혼자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자질구레하지만 낯선 문제들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운다는 거다. 이후로 어쩌면 조립품을 구매하는 데 색다른 재미를 붙일지도 모르겠다.
*** 자목련의 너울거리는 꽃잎에서도 물론 봄을 자각하지만, 실질적인 봄은 커튼 바꾸기에서 시작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두터운 츄리닝을 차마 벗지 못했는데, 얼굴에 닿는 햇살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진 오늘, 후다닥 원피스형 셔츠와 면바지를 꿰 입고 느닷없이 커튼을 바꿔 달았다. 붉은색과 노란색과 초록색이 밝은 창을 등지고 선 좀 야단스럽다 싶은 무늬의. 이건 봄철에 잠깐 기분전환용이다. 화사함을 넘어 강렬한 저 색들은 봄이 아니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