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공식적인 첫 눈이 소복하게 쌓인 감이파리들 위에 내렸다. 건드리지 않으면 녹지 않을 딱 그만큼. 커다란 대나무 빗자루를 들고(누군가 사다 놨는데 제법 쏠쏠하다) 쓱싹쓱싹 마당을 쓸면서 진짜 겨울이 왔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혀에 돋은 바늘. 그렇게 주의에 주의를 기울였건만 이놈의 입병은 낫을 만하면 돋아나고 낫을 만하면 생겨서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다. 지나칠 정도로 펑펑 놀고 있고만, 어째서, 어째서.
난로에서는 물이 내도록 끓는다. 가스 불에 올린 물은 끓을 새라 아까울 새라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난로 위의 주전자는 뜨거운 김을 퐁퐁 품어 내거나 말거나. 이 난로는 회심작이다.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외풍 센 집안 공기를 한풀 꺾어 놓고 이런저런 용도로 잘 써먹고 있다. 시골에서 공수해온 고구마를 반으로 갈라 올려놓고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 구워 먹기에 딱. 냉동실에서 묵은 떡들을 찾아내 굽는 재미도 괜찮다. 맛은 그저 그렇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