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공식적인 첫 눈이 소복하게 쌓인 감이파리들 위에 내렸다. 건드리지 않으면 녹지 않을 딱 그만큼. 커다란 대나무 빗자루를 들고(누군가 사다 놨는데 제법 쏠쏠하다) 쓱싹쓱싹 마당을 쓸면서 진짜 겨울이 왔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혀에 돋은 바늘. 그렇게 주의에 주의를 기울였건만 이놈의 입병은 낫을 만하면 돋아나고 낫을 만하면 생겨서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다. 지나칠 정도로 펑펑 놀고 있고만, 어째서, 어째서.


난로에서는 물이 내도록 끓는다. 가스 불에 올린 물은 끓을 새라 아까울 새라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난로 위의 주전자는 뜨거운 김을 퐁퐁 품어 내거나 말거나. 이 난로는 회심작이다.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외풍 센 집안 공기를 한풀 꺾어 놓고 이런저런 용도로 잘 써먹고 있다. 시골에서 공수해온 고구마를 반으로 갈라 올려놓고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 구워 먹기에 딱. 냉동실에서 묵은 떡들을 찾아내 굽는 재미도 괜찮다. 맛은 그저 그렇다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06-12-02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눈이 왔군요. 난로의 온기를 상상해봅니다. 따뜻하네요. 고구마도 굽고 떡도 굽고.... 혓바늘이 돋아 불편하시겠어요. 내일도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겨울 2006-12-03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진짜 겨울이 왔어요.^^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마음이 막 두근거려요. 이상하죠? 혜경님, 건강하시고, 따뜻한 날들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