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각이 세상을 바꿨어요 - 위대한 발명과 숨은 이야기들
줄리에 페리스 지음, 김성은 옮김, 조영달 감수 / 파인앤굿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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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을 공부하면서 인류가 발명한 거의 모든 도구들이 자연의 원리를 모방했다는 것을 알고는 문명의 발전은 곧 대자연의 신비를 밝히는 과정이었음을 깨달았던 적이 있다. 오늘날의 과학은 인간의 활동을 지표면의 좁은 공간에서 드넓은 우주와 깊은 해저로까지 확장하도록 기회를 제공했으며, 그로 인해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우주와 생명의 신비를 밝혀 낼 수 있는 가능성을 활짝 열어 제쳤다.  

그간의 인류가 이룩한 문명은 분명 부단한 노력과 창조성 덕택이었지만, 모든 것이 의도된 결과물 만은 아니었다. 또 모든 것이 과학자들의 위대한 목표와 부합되는 것도 아니었다. 때로는 우연챦은 부산물이 역사 발전에 큰 기여를 하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이 책은 기원전 3500년 경 부터 쓰이기 시작한 바퀴를 시작으로 2008년 테슬라 모터스에서 제작한 전기로만 움직이는 스포츠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문명을 가능하게 하는 위대한 발명품들을 크게 [천재] [대단한 도구] [간편한 도구] [이동수단] [탐험] [문화생활도구]로 분류해 철저히 시각적인 설명을 곁들여 우리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들 모두가 역사발전의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물건들이고, 세상에 나올 당시에 첨단이라는 접두어가 붙을 수밖에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산물들이었다.   

역사를 되짚어 보건데 과학 발전의 가장 큰 분수령은 역시 산업혁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로부터 다양한 '첨단' 제품들이 우리의 일상으로 파고들었는데, 발전 속도만을 놓고 본다면 그 당시에 '첨단' 아이디어가 하루 아침에 현실이 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컴퓨터 분야도 처음 시작은 우리가 생각하기에도 답답할 정도의 느린 과정과 시행착오를 거쳤으며, 같은 잣대를 미래 산업에 적용해 본다면, 비록 지금은 발전 가능성이 높지 않거나 어려워 보이는 분야라도 앞으로 과학이 계속 발전한다면, 그만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걸어도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잘 설명된 백화사전 같은 높은 지적 수준을 자랑하듯이,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시각적인 편집을 가미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 시킨 점은 이 책이 가지는 최대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기계의 부분적인 설명과 작동원리를 해당 장치별로 설명하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은 분명 누군가의 피나는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지만, 그 편의는 결국 모든 인류에게 돌아간다. 인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의 발명품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그들의 도움으로 삶은 풍요로워지고 생명은 연장될 수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과학은 우리에게 풍요를 가져다 줄 것이 확실하지만, 그러한 진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천재 과학자들만의 몫은 아니다. 일상에서 떠오르는 사소한 아이디어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발명품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 둔다면, 과학을 생활화 하는 습성이나 그에 걸맞은 과학적 사고 방식 또한 우리에게 필요한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미래는 분명 과학의 힘으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고, 또 그런 세상에서 좀 더 안락하고 풍요롭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바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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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개는 다르다 - 시간 속에 숨은 51가지 개 이야기
김소희 지음 / 페티앙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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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간에게 개라는 존재는 "필요에 의해서" 곁에 두는 동물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인간과 개는 위기가 닥칠수록 의존적인 관계로 발전해 서로에게 신뢰를 안겨주었지만 희생은 항상 "개"의 몫이었다. 식량을 얻기 위해 사냥에 의존했던 인간은 개를 잡아먹기 보다는 사냥에 활용함으로써 더 높은 생산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아차렸다. 인간에게 주어진 깊은 관찰력은 개를 향하게 되었고, 호의, 감시, 경호, 정보전달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다른 동물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지능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한때 역사적 격변기를 겪을 때마다 멸종 직전까지 가야했던 충격은 분명 그들에게는 수난이었지만, 오늘날 세계 평화와 의학-기술의 발달이 가져다주는 안락한 생활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제 문명이라는 이름하에 개들은 더 이상 투견 등의 희생자로 전락하지 않아도 된다. 전쟁터에서 인간 대신 지뢰를 밟을 필요도 없어졌다. 약간의 시간과 다소간의 논쟁이 필요하겠지만 식용으로 쓰이는 불운도 곧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이제는 인간들의 집에서 그들과 함께 동거동락 하면서 한 가족이 될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다.  

사실 그들중 상당수는 주인과 희노애락을 같이 하면서 호의호식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꼭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다. 그들도 인간처럼 욕구불만이 존재하며, 사춘기적 반항기를 가지고 있다. 오랜 진화과정을 거치는 동안 유전자에 각인된 다양한 습성을 완전히 버리기에는 오늘날 그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다소 척박하기까지 하다. 오늘날 우리는 차가운 콘크리트 벾으로 뚤러 쌓인 담 안에서 개를 키워야 되는 현실을 직시하자면 야생을 달리며 자유를 갈망하는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에 국내 최초의 동물 컬럼니스트인 김소희(35) 대표(www.animalpark.or.kr)는 먼저 개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하기를 바란다. 개라는 동물은 1만 2천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연환경과 다양한 문화에 노출되면서 거기에 맞는 삶의 방식을 선택해 왔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곧 지금까지 우리가 가져왔던 막연한 편견이나 언론을 통해 접했던 단편적인 지식만으로는 개를 이해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저자는 독자의 이해를 위해 개가 가지는 생물학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크게 7개의 그룹으로 분류한다. 오늘날 이렇게 큰 틀에거서 분류될 수 있었던 편리함도 따지고 보면 인간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개는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대자연에 적응했지만, 여기에 인간의 개입이 있고나서는 자연 선택의 화살을 일부 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인간의 문화적 특성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으면서 후대에 유전자를 전달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그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에 만족했던 동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모든 개는 다르다]는 분명 우리가 개라는 종을 하나의 개체로 보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과감히 탈피할 것을 강조하는 책이다. 저자는 개라는 존재는 이미 고유한 개성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이며 또 우리 인간에게 대우 받을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역설한다. 즉 개 한마리를 입양해서 키운다는 것이 단순히 애완견을 먹여 살리는 과정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개들이 가진 고유한 특성과 내제된 습관과 현실과의 괴리를 슬기롭게 해소하는 방법 등 그들에게는 동물이라는 편견 이전에 표현하고 싶은 의사와 풀어야 할 욕구를 이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홈페이지의 운영자가 집필한 책 답게 깔끔한 편집으로도 주목을 끄는데, 모니터로 느낄 수 있었던 화려한 시각적 이미지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가독성을 높인 특징이 있다. 또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나 역사적인 사건 등을 통해 그들과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가슴 뭉클한 얘기들까지 보이는 이로 하여금 단순한 개 이야기가 아님을 실감하게 만든다. (물론 개에게 엄청난 규모의 유산을 상속받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분명하다. 나중에 소송으로 모두 빼앗기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개가 가지는 각기 다른 특성을 개략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언젠가 생활의 여유가 생기고 아파트라는 좁은 공간을 탈피할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개라는 존재를 가족으로 맞이할 수 있는 여건이 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우리가 가졌던 개에 대한 막연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만든 책이었음은 분명하다. 분명 개를 입양하거나 지금 같이 생활하면서 여러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라 보여지지만, 단순히 개를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기계 문명이 등장하기 전까지 인간은 동물의 힘을 빌어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갔고, 그중에서도 으뜸인 개야말로 우리들의 삶 속에 가장 친근한 동반자였음을 상기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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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예수
디팩 초프라 지음, 이용 옮김 / 송정문화사(송정)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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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으로서의 종교는 나에게는 가장 호감이 가는 분야다. 특히 성경을 기초로 하는 모든 종교가 그렇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절실한 신자가 되거나 종교에 우호적인 태도를 지향하지는 못했지만, 나에게 있어 종교는 오랜 시간 동안을 다양한 고민 속에 빠져 들게 만든 특별한 뭔가가 있었다. 자식이 태어나면서 생명에 대한 신비를 느꼈듯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종교에 천착할 수밖에 없는 나의 심정은 어쩌면 나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20 년에 걸쳐 교회의 신자로 남고자 했던 나의 끈질긴 시도는 결혼과 함께 끝이 났다. 난 아내가 독실한 신자이기를 바라지 않았다. 가정보다 더 무게를 두는 그 어떤 가치도 받아들이지 말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물론 믿음 생활이라는 것이 단순한 양자 택일의 단순함을 훨씬 뛰어 넘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째거나 새로운 삶을 시작함에 있어 난 새롭게 만들어질 나만의 우주에 모든 심혈을 기울이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교회안에서 예배 외에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없었으므로 난 일요일이 따분해 지기 시작했고, 좀 더 생동감 있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자 세상 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오랜 시간을 두고 마음 속에 자리잡은 예수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을 끈임없이 가져보곤 했다.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가 인류에게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생각할 때 그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종교 자체를 뛰어 넘어 인류가 발전시킨 역사적인 의미로서의 종교나 문화로서의 가치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이 모든 것을 정치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측면까지 확대해서 조망하려는 깊이 있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하나님이라 불리는 존재가 악용 될지도 모르는 막연한 미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전하고 있다. 

저자도 진단 했듯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예수는 단순히 33년의 세월을 살다간 고대의 한 인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기독교의 역사와 함께 잘 다듬어진 이른바 교리로서의 이론적 예수가 있다고 전재한다. 사실 우리는 성경을 아무리 주의를 깊게 들여다 보더라도 예수의 생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아무리 그의 죽음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는 하지만, 삶의 과정으로서의 그의 여정은 대단히 짧기도 하려니와 그다지 명료하지도 못하다. 주의 깊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알고 마음 속에 믿는 예수는 오히려 두번째와 같이 오랜 시간을 두고 형상화된 예수가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디를 보든지 혼돈의 구름이 예수의 메시지를 가리고 있다. 그것을 뚫고 나오기 위해 우리는 예수를 말하면서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만 한다. 한쪽의 예수는 역사적인 인물로서 우리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또 다른 예수는 기독교 제도에 맞춤된 예수로서 기독교를 이루는 데 적당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는 세 번째 예수가 있다. 이는 가장 신실한 기독교 신자들조차 그 존재 여부를 짐작하지 못할 만큼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결코 무시할 수 없고 무시해서도 안 되는 예수다. p-20

저자가 말하는 제 3의 예수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는 이 제 3의 예수야말로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가?'를 가르친 혁명적인 스승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전통적인 신앙처럼 예수가 물 위를 걷고 장님의 눈을 뜨게 한 기적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미지의 것을 알게 하고 변화를 성취하게 만드는 다른 차원의 신앙에 무게를 둔다. 그것은 곧 우리 곁에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예수이며, 그가 말하는 과제라는 것도 복잡한 신학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성서 안에서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밝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진 예수에 대한 연구를 접한다. 학자들 간에는 아직도 사막 어딘가에 묻혀 있을 고대 문헌을 통해 예수의 정확한 실상을 밝혀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예수의 실상과 종교적인 형상간에 존재하는 차이점을 정확히 밝혀낸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갖는 의미는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저자는 책 말미에 지금 현재 미국 사회에 존재하는 종교 근본주의자들의 득세를 우려하고 있으며,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요구하는 등의 보수주의를 비판하면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논란이 진행중인 문제들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의 주장은 분명 책 전반에 걸쳐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이며, 이 시대의 모든 종교인들(비 종교인들까지 포함해서라도)이 귀 담아 들어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성경과 예수로 대변되는 기독교 내부의 깊은 곳까지 해부한 이 책은 어떤 면에서는 현대인이 갖춰야 할 종교적 마인드를 설명하고자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오늘날 종교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으로 말미암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하나의 지도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느끼는 희미한 감정은 [제3의 예수]는 한편으로는 상당수의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지는 모르지만, 우리를 새로운 앎의 길로 인도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러한 우려는 비교적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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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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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감동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출판된 책 중에서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적어도 책을 주제로 다룬 책 중에서 이보다 더 높은 지적 수준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요구하는 책은 일찌기 없었다.

이 시대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아이콘처럼 그 존재감이 더해가는 [유시민]. 그러나 그는 요즘 고독해 보인다. 깊은 애수가 느껴지는 그의 눈빛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랑하고 운명을 같이 했던 동지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정말 혼자가 되어버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에게는 과거 길을 잃고 방황했던 지난날에 확실한 길잡이가 되어준 책이 있었다. 지천명 (知天命)이 넘은 나이가 된 오늘 그는 또다시 책을 집어들었으며, 거기에서 길을 찾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의 삶을 통해 가장 친근한 길잡이가 되어준 책에 대한 예찬이며, 자신이 그토록 바라는 인류에 대한 희망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그렇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공교롭게도 책 전반에 흐르는 테마는 다소 서글프다. 그가 택한 책들은 거의 모두가 암울한 시대를 배경으로 탄생한 대작이라고는 하지만, 그가 그런 책들을 통해서 오늘을 조망하려는 시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극히 객관적이어야 하는 과학적 소재인 진화론을 다룬 [종의 기원]마저도 당시에 사회적인 분위기로 봐서는 엄청난 논란에 휩싸였으며, 아직까지도 쟁점의 한 가운데 서 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 14권의 고전(안타깝지만, 난 아직까지 한 권도 읽지 못했다)은 우리에게 너무나 낯익은 책들이다. 불후의 명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러한 책들이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독자들의 기억에 회자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 의미가 크겠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저자도 지적했듯이 많은 책이나 자료에서 인용될 만큼 우리가 느끼는 중요성과는 대조적으로 실제로는 턱없이 읽혀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저자(유시민 전 장관)의 단순한 서평을 넘어서 그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자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평가가 끝나지 않은 전직 대통령, 그중에서도 자살로 자신의 삶을 마감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하기 몇 일 전에 그를 만나 현안 문제를 논의했다. 노무현 대통령 자택을 나서면서 승용차 자석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던 그의 모습이 영역하다)에 그가 받았던 충격과 더불어 두 번의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내면서 느꼈던 서민들의 이율배반적인 태도에서 오는 혼란도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먼저 인간이 되어야지?" 라고 호통을 치는 한 노파의 어설픈 비아냥으로 인해 느꼈던 착찹한 심정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나는 인간의 행복을 증진하는 유용한 생산적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을 더 존중하는 쪽으로 사회제도가 진화하기를 바라면서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정작 그러한 제도 진화에 수혜자가 될 사람들이 나를 외면하고 비난할 때 슬픔을 느꼈다. p-243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보면서 느꼈던 '힘없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해내기 위해 평생을 두고 분투했던 위대한 인간이기를 바라는' 그의 욕심은 정말로 아둔한 노인네까지를 설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일까? 한평생을 독재와 싸우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그에게, 또 그의 정책으로 인해 가장 수혜를 받게 될 당사자가 자신을 비난하게 될 때 느끼는 감정이란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진보에 대한 회의감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든다.

그는 책 말미에 이렇게 썼다. 

이번에 다시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그에게 감사하게 되었다. 나는 지쳤다. 존경했던 이들은 먼 곳으로 떠났고, 사랑하는 동료들은 시대의 삭풍에 떨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겠으나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야 할지 몰라 번민한다. 내가 받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나를 외면하고, 같은 방향을 보고 걷는 사람들과도 손을 잡기가 어렵다. 가끔 나는 내 자신이 물 밖으로 팽개 처진 물고기 같다고 느낀다. 다른 생각 없이 그저 잘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하면서 나에게 친숙한 작은 공동체 안에서만 머무르고 싶다.

그런 나를 선생은 따뜻하게 격려해준다. "역사와 사회의 진보에 대한 믿음은 어떤 자동적인 또는 불가피한 진행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인간 능력의 계속적 발전에 대한 믿음"이라고. 이 믿음만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그의 격려를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끈임없는 질문을 던졌다. 이 나라 진보는 과연 살아남을 것인가? 적어도 역사적으로 정당한 평가는 받을 날이 오기는 할까? 만약 그들이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현실과 타협했더라면, 적어도 물질적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낳은 삶을 살았을거란 점을 되새길 때마다 더욱 안타까운 심정을 가눌길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분명 인간에게 내제된 이기적인 삶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면서 이타적인 삶을 영위했기 때문에 고통과 고난의 길을 걸었고, 그러므로써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이만큼 발전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마지막으로 한 질문의 대답은 단연 "그렇다"라고 보여진다. 그가 전직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밝혔듯이 오늘 그가 내린 결정과 정치적 행보는 훗날 역사가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소 서글프기까지 한 그의 [청춘의 독서]는 그런 면에서는 대단히 무겁다. 그러나 분명 거기에는 희망이 있고, 저자는 그 해답을 이미 찾은 듯 하다.  무엇보다도 러시아와 중국, 유럽에 이르는 고전을 통해 그의 삶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는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고,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했으며, 전세값 폭등을 걱정하는 서민 생활을 경험했다. 물론 전방에서 병역을 마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그에게 이 땅의 민주주의는 삶의 전부이며, 그가 생전에 반드시 이룩해야 할 숙명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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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이티브 -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가 움직이는 새로운 세상
돈 탭스코트 지음, 이진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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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세대 또는 N세대라 불리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나 성인이 된 본격적인 디지털 세대라는 의미에서 '디지털 네이티브'이다...  이 책은 12개국에서 400만 달러를 들여, 9,4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와 인터뷰를 실시한 연구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쓴 것이다...  결론적으로 여러분은 넷세대를 이해하게 되면 미래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p-16

엄청난 대작이다!

책 한 권을 쓰는 데 400만 달러라는 거금이 들어간 예는 그다지 흔치 않다. 저자 돈 탭스콧은 과거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이란 책을 통해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발휘하게 될 디지털 신세대의 출현을 예견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성인이 된 그들을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넷세대로 불리는 그들은 이제 사회의 중추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 [가장 멍청한 세대]로 불리웠던 편견을 깨고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늘상 그렇지만, 한 세대가 새로운 문화에 함몰되어 있을 때, 그것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각은 늘 부정적이었다. 넷세대는 그 출발부터 이러한 편향적인 시각에서 자유스럽지 못했다. 더 멍청하고, 인터넷에 중독된 나머지 사교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며,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가 하면, 폭괴로핌을 예사로 알고, 나밖에 모르는 이기주의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더욱이 일처리마저 엉터리에, 자신의 진로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마마보이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넷세대는 분명 이러한 편협한 시각으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해야 될 필요가 있었으며, 자신들의 능이 사회발전에 공헌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했다. 

저자 탭스콧은 이러한 편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넷세대야말로 미래를 이끌어갈 진정한 원동이며, 그로 인해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이 효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오늘날 넷세대가 주체가 되어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물론 이렇게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기성세대에게는 분명 도전이다. 그러나 그들의 불안감은 단순히 저자의 말처럼 젊은이들에 대한 무지나 두려움, 그리고 적대감에만 기초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기성세대가 걱정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데서 오는 혼란일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넷세대는 엄청난 정치적 힘을 발휘했다.(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개인은 블로그를 통해서 세상과 교류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자신이 선택한 교사를 통해 온라인으로 학습할 수 있다. 정부의 뻔한 거짓말이나, 기업의 삐뚤어진 상술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며, 전 지구적인 문제(환경문제 등)에도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과거 기성세대들이 가졌던 넷세대에 대한 편견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점이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들 스스로가 좀더 생산적이고 인류 발전에 유익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성세대도 고무될만 하다.

넷세대는 분명 세상을 다시 창조할 만한 충분한 동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사생활 침해 등의 어두운 면도 있기 마련이어서 각별한 주의와 제도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파일공유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나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다운로드에 관해 그가 주장하는 해결책도 눈여겨 볼만 하다. 그는 진실을 접근하는 태도도 논리 정연했지만,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도 그 못지 않게 신중하고 설득이 있어 보인다.

우리가 컴퓨터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인터넷 세상은 분명 무한한 가능성이 내재된 공간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공간을 통해 끈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그러므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오늘날 넷세대라고 불리는 젊은이들은 과연 어떻게 진화할 것이며, 또 미래를 어떻게 창조할 것인지, 모든 것은 그들의 노과 현명한 선택에 달렸다. 사실 인류의 미래는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스스가 창조할 근사한 세상을 상상해 보면서 저자가 진단하는 통찰을 바탕으로 넷세대가 가진 힘과 가능성, 그리고 그에 버금가는 책임감을 공유하면서 읽어나가도록 하자...

이 책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넷세대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영향을 이해하고 싶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라. - 에릭 슈미츠(Google CEO)

◐ 강 추 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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