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예수
디팩 초프라 지음, 이용 옮김 / 송정문화사(송정)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학문으로서의 종교는 나에게는 가장 호감이 가는 분야다. 특히 성경을 기초로 하는 모든 종교가 그렇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절실한 신자가 되거나 종교에 우호적인 태도를 지향하지는 못했지만, 나에게 있어 종교는 오랜 시간 동안을 다양한 고민 속에 빠져 들게 만든 특별한 뭔가가 있었다. 자식이 태어나면서 생명에 대한 신비를 느꼈듯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종교에 천착할 수밖에 없는 나의 심정은 어쩌면 나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20 년에 걸쳐 교회의 신자로 남고자 했던 나의 끈질긴 시도는 결혼과 함께 끝이 났다. 난 아내가 독실한 신자이기를 바라지 않았다. 가정보다 더 무게를 두는 그 어떤 가치도 받아들이지 말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물론 믿음 생활이라는 것이 단순한 양자 택일의 단순함을 훨씬 뛰어 넘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째거나 새로운 삶을 시작함에 있어 난 새롭게 만들어질 나만의 우주에 모든 심혈을 기울이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교회안에서 예배 외에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없었으므로 난 일요일이 따분해 지기 시작했고, 좀 더 생동감 있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자 세상 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오랜 시간을 두고 마음 속에 자리잡은 예수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을 끈임없이 가져보곤 했다.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가 인류에게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생각할 때 그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종교 자체를 뛰어 넘어 인류가 발전시킨 역사적인 의미로서의 종교나 문화로서의 가치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이 모든 것을 정치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측면까지 확대해서 조망하려는 깊이 있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하나님이라 불리는 존재가 악용 될지도 모르는 막연한 미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전하고 있다. 

저자도 진단 했듯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예수는 단순히 33년의 세월을 살다간 고대의 한 인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기독교의 역사와 함께 잘 다듬어진 이른바 교리로서의 이론적 예수가 있다고 전재한다. 사실 우리는 성경을 아무리 주의를 깊게 들여다 보더라도 예수의 생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아무리 그의 죽음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는 하지만, 삶의 과정으로서의 그의 여정은 대단히 짧기도 하려니와 그다지 명료하지도 못하다. 주의 깊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알고 마음 속에 믿는 예수는 오히려 두번째와 같이 오랜 시간을 두고 형상화된 예수가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디를 보든지 혼돈의 구름이 예수의 메시지를 가리고 있다. 그것을 뚫고 나오기 위해 우리는 예수를 말하면서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만 한다. 한쪽의 예수는 역사적인 인물로서 우리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또 다른 예수는 기독교 제도에 맞춤된 예수로서 기독교를 이루는 데 적당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는 세 번째 예수가 있다. 이는 가장 신실한 기독교 신자들조차 그 존재 여부를 짐작하지 못할 만큼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결코 무시할 수 없고 무시해서도 안 되는 예수다. p-20

저자가 말하는 제 3의 예수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는 이 제 3의 예수야말로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가?'를 가르친 혁명적인 스승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전통적인 신앙처럼 예수가 물 위를 걷고 장님의 눈을 뜨게 한 기적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미지의 것을 알게 하고 변화를 성취하게 만드는 다른 차원의 신앙에 무게를 둔다. 그것은 곧 우리 곁에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예수이며, 그가 말하는 과제라는 것도 복잡한 신학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성서 안에서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밝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진 예수에 대한 연구를 접한다. 학자들 간에는 아직도 사막 어딘가에 묻혀 있을 고대 문헌을 통해 예수의 정확한 실상을 밝혀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예수의 실상과 종교적인 형상간에 존재하는 차이점을 정확히 밝혀낸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갖는 의미는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저자는 책 말미에 지금 현재 미국 사회에 존재하는 종교 근본주의자들의 득세를 우려하고 있으며,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요구하는 등의 보수주의를 비판하면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논란이 진행중인 문제들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의 주장은 분명 책 전반에 걸쳐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이며, 이 시대의 모든 종교인들(비 종교인들까지 포함해서라도)이 귀 담아 들어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성경과 예수로 대변되는 기독교 내부의 깊은 곳까지 해부한 이 책은 어떤 면에서는 현대인이 갖춰야 할 종교적 마인드를 설명하고자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오늘날 종교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으로 말미암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하나의 지도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느끼는 희미한 감정은 [제3의 예수]는 한편으로는 상당수의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지는 모르지만, 우리를 새로운 앎의 길로 인도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러한 우려는 비교적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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