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개는 다르다 - 시간 속에 숨은 51가지 개 이야기
김소희 지음 / 페티앙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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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간에게 개라는 존재는 "필요에 의해서" 곁에 두는 동물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인간과 개는 위기가 닥칠수록 의존적인 관계로 발전해 서로에게 신뢰를 안겨주었지만 희생은 항상 "개"의 몫이었다. 식량을 얻기 위해 사냥에 의존했던 인간은 개를 잡아먹기 보다는 사냥에 활용함으로써 더 높은 생산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아차렸다. 인간에게 주어진 깊은 관찰력은 개를 향하게 되었고, 호의, 감시, 경호, 정보전달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다른 동물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지능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한때 역사적 격변기를 겪을 때마다 멸종 직전까지 가야했던 충격은 분명 그들에게는 수난이었지만, 오늘날 세계 평화와 의학-기술의 발달이 가져다주는 안락한 생활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제 문명이라는 이름하에 개들은 더 이상 투견 등의 희생자로 전락하지 않아도 된다. 전쟁터에서 인간 대신 지뢰를 밟을 필요도 없어졌다. 약간의 시간과 다소간의 논쟁이 필요하겠지만 식용으로 쓰이는 불운도 곧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이제는 인간들의 집에서 그들과 함께 동거동락 하면서 한 가족이 될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다.  

사실 그들중 상당수는 주인과 희노애락을 같이 하면서 호의호식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꼭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다. 그들도 인간처럼 욕구불만이 존재하며, 사춘기적 반항기를 가지고 있다. 오랜 진화과정을 거치는 동안 유전자에 각인된 다양한 습성을 완전히 버리기에는 오늘날 그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다소 척박하기까지 하다. 오늘날 우리는 차가운 콘크리트 벾으로 뚤러 쌓인 담 안에서 개를 키워야 되는 현실을 직시하자면 야생을 달리며 자유를 갈망하는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에 국내 최초의 동물 컬럼니스트인 김소희(35) 대표(www.animalpark.or.kr)는 먼저 개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하기를 바란다. 개라는 동물은 1만 2천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연환경과 다양한 문화에 노출되면서 거기에 맞는 삶의 방식을 선택해 왔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곧 지금까지 우리가 가져왔던 막연한 편견이나 언론을 통해 접했던 단편적인 지식만으로는 개를 이해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저자는 독자의 이해를 위해 개가 가지는 생물학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크게 7개의 그룹으로 분류한다. 오늘날 이렇게 큰 틀에거서 분류될 수 있었던 편리함도 따지고 보면 인간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개는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대자연에 적응했지만, 여기에 인간의 개입이 있고나서는 자연 선택의 화살을 일부 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인간의 문화적 특성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으면서 후대에 유전자를 전달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그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에 만족했던 동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모든 개는 다르다]는 분명 우리가 개라는 종을 하나의 개체로 보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과감히 탈피할 것을 강조하는 책이다. 저자는 개라는 존재는 이미 고유한 개성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이며 또 우리 인간에게 대우 받을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역설한다. 즉 개 한마리를 입양해서 키운다는 것이 단순히 애완견을 먹여 살리는 과정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개들이 가진 고유한 특성과 내제된 습관과 현실과의 괴리를 슬기롭게 해소하는 방법 등 그들에게는 동물이라는 편견 이전에 표현하고 싶은 의사와 풀어야 할 욕구를 이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홈페이지의 운영자가 집필한 책 답게 깔끔한 편집으로도 주목을 끄는데, 모니터로 느낄 수 있었던 화려한 시각적 이미지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가독성을 높인 특징이 있다. 또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나 역사적인 사건 등을 통해 그들과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가슴 뭉클한 얘기들까지 보이는 이로 하여금 단순한 개 이야기가 아님을 실감하게 만든다. (물론 개에게 엄청난 규모의 유산을 상속받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분명하다. 나중에 소송으로 모두 빼앗기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개가 가지는 각기 다른 특성을 개략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언젠가 생활의 여유가 생기고 아파트라는 좁은 공간을 탈피할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개라는 존재를 가족으로 맞이할 수 있는 여건이 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우리가 가졌던 개에 대한 막연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만든 책이었음은 분명하다. 분명 개를 입양하거나 지금 같이 생활하면서 여러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라 보여지지만, 단순히 개를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기계 문명이 등장하기 전까지 인간은 동물의 힘을 빌어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갔고, 그중에서도 으뜸인 개야말로 우리들의 삶 속에 가장 친근한 동반자였음을 상기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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