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 취미로 한 십년 사진 찍었다.
필름 카메라 캐논 eos5에서 출발해 디지털 카메라 캐논 10d-캐논 5d-캐논5dmk2를 거쳐
중형 카메라 젠자 브로니카를 한동안 쓰다가 최종적으로 RF카메라인 라이카 m6에 안착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아이폰5로 찍는데 그나마 그것도 이젠 잘 안쓴다.

디바이스 '오덕후'의 한 때 '카메라 페티쉬 취향'을
어리석게도 '사진가로서의 예술적 자질'로 오해한
전형적인 인터넷 사진 동호회 낭인의 행로다. ㅎㅎ
정말 예술적 재능은 선천적이더라.
성실함은 재능을 이길 수 없다. 절대.
그래도 이 호작질의 길에서 그나마 배운게 있다면 물색없이 높아진 장비 감식안과
제법 읽은 사진책들에서 배운 저렴한 식견
그리고 자가현상과 인화와 같은 몇 가지 기술적 테크닉들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배운게 있어서.
끝없이 높아지던 '카메라와 렌즈 뽐뿌' 속에서도 내가 찍고 싶었던 사진은
영국의 사진가 Michael Kenna의 작업들처럼
갈필법으로 그린 수묵화풍의 골계미만 남은 흑백 사진들이었다.


(마이클 케나의 사진들 : http://www.michaelkenna.net)
앞으로도 아마 그럴 일은 없을테지만
때때로 흉내는 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만약 기회가 와서 내 맘에 드는 사진을 한 장이라도 건진다면
내가 현상하고 인화해서 조그만 검은색 프레임 액자에 끼워 거실 한 구석에다 걸어두고 싶다.
이게 요즘 내가 사진에 대해서 느끼는 소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