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도심 공간에서 마음 편히 담배 한 개비를 편하게 피울 장소는 거의 없다.

회사도 올해부터 사내 금연이라 담배 한 대를 피울려면

정말 산 넘고 물 건너 사랑하는 정인을 만나러 간다는 결의로 나서야 한다.

 

오전에 일하다 담배 생각이 간절해 참고 참다가 또 '먼 길'을 나서

회사 앞, 이면 도로 노천 카페 야외 흡연실에 허덕이며 갔더니

옆 부서 여직원 하나가 친정 오빠 만나듯 반가워 한다.

 

기껏 큰 맘먹고 나섰는데 정작 담배를 두고 왔단다.

둘이 사이 좋게 담배를 나눠 피며

'우리가 이 지랄을 하면서까지 담배를 피워야 하는 이유'를 한참 이야기했다.

 

총무팀에서 조사해 보니 사내 흡연자 비율이 60%쯤 된단다.

쪽수만 믿고 누가 사내에 조그만 흡연실을 하나 만들어 달라는 건의를 했다가

사장이 '전직원 금연 캠페인' 으로 응수했다는 말에 이젠 아무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가오'가 있지....고삐리 시절도 아니고

 나이 사십 중반에 옹색한 자세로 '도둑 담배'를 피우고 있자니 ...

 

아내에게 이런 울화와 분노를 이야기했더니

돌아 보지도 않고 싸늘하게 말했다.

 

"끊어"

 

누구는 '더러워서 담배 끊는다'고 호기롭게 금연에 돌입했다던데

천성이 우유부단, 의지박약이라 '금연'이란 말만 들어도

오한발열에 근육통에 우울증까지 '텍사스 소떼'처럼 달려드니...

이거 참. 

 

흡연의 해악이야 흡연자 본인이 감수할테니

최소한의 흡연 장소는 보장해줘야 하는게 맞지 않나.

1회/다회/월정액 이용료를 받는 흡연방이나 흡연부스 같은 것 말이다.

 

아 또 한 개비 피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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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5-18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내분의 말이 팍 와닿는데요, 아버지께선 삼십년 담배 인생을 암선고 받고 뚝 끊으셨고, (술은 못/안 끊더군요), 동생군도 어느날 문득 보니 담배 끊었구요.

가족중에 누가 담배로 울화와 분노 투정 내보이면, 저역시 '끊어' 라고 오만심정 다 담아 말할 것 같습니다. 돈 들고! 몸에 해롭고! 남한테도 민폐고! 하면서요.

알케 2013-05-20 13:08   좋아요 0 | URL
저는 몇 번 시도했다 우울증이 와서 ㅎㅎ

수이 2013-05-19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땡기는걸요~

알케 2013-05-20 13:08   좋아요 0 | URL
ㅎㅎ